경제 허리 받치는 우량 중견 기업들
  • 이철현 기자ㆍ유소연ㆍ김형민 인턴기자 ()
  • 승인 2012.10.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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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좌지우지하는 한국 경제의 생태계 속에서 당당하게 약진해가는 중견 기업들의 존재감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매출 1천억~1조원을 달성한 상장 법인들을 상대로 지난 5년 동안의 매출과 시가총액 상승률을 전수 조사하고 가중치를 매겨 우량 중견 기업 100곳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눈부신 실적을 보인 30대 초우량 기업을 뽑아 그들이 성장하기까지의 과정과 비결을 소개한다.


개천에서 용 나오기 어려운 기업 환경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사와 경쟁해 중견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어느덧 신화가 되었다. 대기업이 자본, 인재, 기술을 초집적하면서 갖가지 불공정 거래 행위를 서슴지 않다 보니 시장 불균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 중소기업이 온갖 난관을 이겨내고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5년간의 실적과 주주 가치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며 한국 경제의 허리로 성장한 우량 중견 기업 100곳에 주목했다. 우량 중견 기업 100개 업체는 기술 경쟁력, 노동 생산성, 제품 개발력, 경쟁 전략에서 대기업에 뒤지지 않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견 업체들은 또 양극단으로 갈라지는 한국 산업 지형의 ‘크레바스(빙하 표면에 쪼개진 틈)’를 메우며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악화하는 것을 막아내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매출 1천억~1조원을 거둔 상장 법인을 상대로 지난 5년 동안의 매출과 시가총액 상승률(10월9일 종가 기준)을 전수 조사하고 가중치를 매겨 우량 중견 기업 100곳을 선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지정한 63개 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 소속 계열사는 선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 5년 동안 시가총액이 줄어든 기업도 뺐다.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탓에 시가총액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면 합병이나 재무제표 보고 방법 변경 같은 일회성 사건으로 인해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회성 사건이 아니더라도 사업 구조, 업종 특성, 기업 성장성에서 우량 업체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장 내 평가도 반영했다.

30대 중견 기업 매출·시가총액 성장률 (단위: %)
셀트리온과 일진디스플레이가 1, 2위

동양시멘트가 대표 사례이다. 지난 5년 동안 매출 성장률이 2만6천%를 넘었고 시가총액은 1천1백36% 이상 불어나 수위에 올랐으나 선정 대상에 제외했다. 지난 2010년 7월 골든오일이라는 업체가 동양시멘트를 합병해 상호를 변경한 탓에 2010년 매출이 1만% 이상 늘어났다. 합병이라는 일회성 사건으로 매출이 폭증한 것이다. 골든오일 주식과 동양시멘트 주식이 합쳐지다 보니 시가총액도 아울러 늘어났다. 무엇보다도 동양시멘트는 동양그룹의 자회사이다. 동양시멘트처럼 <시사저널>의 초우량 중견 기업 선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요소를 갖춘 업체는 선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와 같은 선정 과정을 거쳐 100개 우량 중견 기업 중 30대 초우량 중견 기업을 뽑았다. 30대 초우량 기업은, 대기업 집단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지난 5년 동안 매출이나 시가총액이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업체마다 경쟁 우위 요소는 다르지만 각자가 지닌 업종 특성에 맞춰 핵심 역량을 발휘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경이로운 실적을 거둔 운 좋은 업체도 다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력이 기회를 만난 것이 운이다. 기회가 찾아오기 전에 미리 준비한 업체가 운을 성장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이에 따라 합병이나 회계 기준 변경처럼 회사 경쟁력과 상관없는 일회성 사건이 아닌 변수는 중견 기업 선정 기준에 포함했다.

우량 중견 기업 1위에 오른 업체는 바이오시밀러 제조회사 셀트리온이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액은 5.3배, 시가총액은 무려 1백50배 커졌다. 설립 10년 만에 세계적 최고 수준의 기술과 설비,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갖추었다. 셀트리온은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06년부터 물질 개발을 시작해 제품 허가를 받기까지 꼬박 7년이 걸렸고, 2천억원을 투자했다. 2008년에는 마크로젠과 단백질 의약품의 진단 시약을, 2009년에는 미국 정부 산하 질병통제센터(CDC)와 광견병 항체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10년 세계 최초로 종합 독감 항체 치료제를 개발했다. 올해 7월에는 식약청으로부터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의 제품 허가를 받았다. 항체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로는 세계 첫 품목이어서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산업 성장으로 눈에 띄게 성장하는 업체가 일진디스플레이(2위)이다. 일진디스플레이는 발광다이오드(LED)용 사파이어 웨이퍼와 터치 패널을 만드는 회사이다. 일진디스플레이는 지난 5년 동안 매출액 56배, 시가총액 8배 상승이라는 놀라운 경영 성과를 거두었다. 미래 성장성도 크다. 발광다이오드 패키징 시장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여 터치 패널에 대한 수요도 당분간 계속된다.

국내 패스트패션업체로는 코데즈컴바인(3위)이 돋보인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이 45배 커졌다. 긴축 경영, 과감한 구조조정, 손익 개념 중시, 직영점 위주 경영이 주효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2008년 중국 상하이에 현지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앞으로 대도시 위주로 판매망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금 마카오를 비롯해 해외에 매장 44개를 보유하고 있다.

루멘스(4위)는 발광다이오드 제조업체이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액이 16배, 시가총액이 8배 성장했다. 발광다이오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것이 성장을 추동했다. 휴대전화와 TV 부품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발광다이오드는 전자제품 시장이 확대되는 것과 함께 수요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2008년과 2009년 각각 중국 쿤산과 쑤저우에 공장을 설립했다. 삼성전자 LED TV 출하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당분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자동차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자동차용 배터리 제조업체인 후성(5위)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후성은 자동차용 2차전지에 들어가는 LiPF6(육불화인산리튬)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삼는다. 후성의 성장 잠재력은 크다.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리기 시작하면 LiPF6 사용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부품 산업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그 훈풍에 돛을 단 기업은 파트론(6위)이다. 파트론은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통신 부품을 생산한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액은 9배, 시가총액은 10배 상승했다. 성장 동인은 기술 혁신이다. 파트론은 기술 혁신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7위)는 독일 수입차 BMW의 공식 판매업체이다. 수입차 판매업체로서 우량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 특이하다. 2009년 수입차 판매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액 18배, 시가총액 2.7배가 커졌다. 독일 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도이치모터스의 매출액도 아울러 커지고 있다. 도이치모터스는 자동차 부품과 수리업까지 진출하며 자동차 부문 종합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인다.

연구·개발 및 시장 흐름 읽는 능력 탁월

유진테크(8위)는 오로지 기술력 하나로 성장한 기업이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단열형 반도체 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유진테크는 거의 모든 반도체 생산 라인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매출 6.7배, 시가총액 8.9배 상승이라는 실적을 거두었다.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성장성이 돋보인다.

코나아이(9위)는 브랜드와 기술력을 갖춘 스마트카드 분야 선두 업체이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액이 6배, 시가총액이 7.8배 성장했다. 코나아이의 경쟁력은 집중이다. 10년 동안 오로지 스마트카드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했다. 이 덕분에 자바 기반의 개방형 칩 운영 체제를 독자 개발할 수 있었다.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수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10위)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보유한 화장품업체이다. 이 회사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돋보인다. 화장품값을 낮춰 젊은 층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5년 동안 매출액 2.5배, 시가총액 10배 상승이라는 실적을 거두었다. 소비자 기호와 시장 흐름을 파악해 이를 제품 개발에 빠르게 반영해 출시 제품마다 성공을 거두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저가 화장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토비스(11위)는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 LCD) 모듈이나 터치 패널 같은 디스플레이 기본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액 11배, 시가총액 3배 증가라는 경영 실적을 거두었다. 전자제품에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는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고 있고, 시장 확대에 따라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토비스는 기술력과 인재를 바탕으로 혁신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기업이다.

에스엠(12위)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에서 유일하게 초우량중견 기업에 선정되었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액 3.8배, 시가총액 8.6배 성장했다.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메리카 지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에스엠은 캐릭터, 광고, 공연 사업에서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에스엠은 도제식 아이돌 가수 양산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해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덕산하이메탈(13위)은 세계 3대 솔더볼 제조업체이다. 솔더볼은 반도체 기판에 부품을 붙이는 납 알갱이이다. 덕산하이메탈은 솔더볼 개발·제조·판매까지 총괄하는 업체이다. 경쟁력은 연구·개발 역량에서 나온다. 덕산하이메탈은 기술 혁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액은 5배, 시가총액은 6.5배 성장했다.

이트레이드증권(14위)은 주식 개인 투자자에게 맞는 주식 거래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 최저가로 거래 수수료를 낮춰 수탁 수수료 수익이 꾸준히 창출되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수수료는 낮은 데 비해 깔끔한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어 주식 거래가 잦은 개인 투자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이 12.8배 커졌다.

플렉스컴(15위)은 카메라와 TV, 컴퓨터에 들어가는 연성회로 기판(FPC) 제조업체이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이 12.6배 불어났다. 플렉스컴은 IT 부품업체답게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성장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공급 확대 등에 따라 IT 관련 기업들 크게 도약

지에스이(16위)는 네트워크 시스템 업체로 설립되었으나 도시가스 공급 사업에 뛰어들며 빠르게 성장했다. 진주, 사천, 함양, 거창, 하동 같은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다 보니 매출 안정성이 돋보인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은 8배 가까이 불어났고 시가총액은 4배 가까이 커졌다. 매출 99%가 도시가스 공급 사업에 의존하고 있어 미래 성장 동력이 없다는 것이 흠이다. 전기차 충전 사업을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원익IPS(17위)는 불모지였던 국내 반도체 장비 산업에 비교적 일찍 눈을 돌려 전 공정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힘써온 기업이다. 2010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를 이끌던 이문용 부회장이 취임하면서 연구·개발을 위한 전문 인력을 크게 늘렸다. 기술 경영을 강화한 성과는 특허 기술 확보로 나타났다. 원익IPS의 특허 기술은 지난 1년 새 23.5%가 늘어났다. 지난 5년간 매출은 2배 가까이 상승해 지난해 3천억원을 넘었고 시가총액은 8배나 늘었다.

아바코(18위)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 업체이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가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다. 아바코는 두 업체에 납품하고 있어 안정성이 돋보인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액은 4배 이상 늘어나고 시가총액도 6배 이상 커졌다. 다만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이 침체되어 있는 데다 중국 업체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 요즘 고전하고 있다.

이녹스(19위)는 휴대전화·카메라·컴퓨터 같은 IT(정보기술) 기기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FPCB) 소재 분야 세계 시장 1위 업체이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액과 시가총액이 4배 넘게 불어났다. 삼성전자와 애플에 FPCB를 납품하고 있어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라 성장성이 돋보이는 업체이기도 하다. 

코스맥스(20위)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주요 화장품업체에게 화장품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체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결정 변수는 합리적 가격, 빠른 변화, 해외 진출이다. 이에 따라 코스맥스 같은 ODM 사업자에 대한 화장품 브랜드 업체의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코스맥스는 소비자 취향 변화에 맞춰 제품을 낮은 원가율로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중국 광저우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장을 설립하거나 인수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지난 5년 동안 매출이 3.6배 늘고 시가총액은 5배 가까이 성장했다.

틈새시장 개척에도 주력

후너스(21위)는 석유화학, 실리콘, 건자재, IT 등 다각화된 사업 부문을 가지고 있다. 산업의 특성상 시장 환경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한 것이 매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소기업으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시장 상황에 즉시 대응하는 것 역시 성장 전략 중 하나이다. 지난 5년간 7배가 넘는 시가총액 성장은 기업의 유연성을 최대한 살린 경영 전략이 낳은 성과이다.

에스엘(22위)은 창업한 지 반 세기가 넘은 자동차 부품 전문 기업이다. 자동차 부품 산업은 자동차 산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오랫동안 협력사와 다져온 신뢰 관계가 에스엘의 강점이다. 현대차그룹이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에스엘의 시장도 넓어졌다. 그밖에도 GM·상하이GM·상하이폴크스바겐 같은 다양한 매출처를 가지고 있어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웠다. 에스엘은 지난 5년간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매출액은 2배, 시가총액은 5배 가까이 뛰었다.

오성엘에스티(23위)는 매출액과 시가총액 양쪽 모두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5년 전 3백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이미 2천억원 가까이로 커졌다. 시가총액도 4배 넘게 성장하며 지난해 말 2천9백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태양광 산업이 위축되면서 실적이 위축되고 주가도 반 토막이 났다. 오성엘에스티는 사업 초기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 LCD) 편광판 사업으로 꾸준히 기술력을 길렀다. 2007년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태양광 산업에 진출해 태양전지용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 뒤 수성케미칼과 한국실리콘 같은 업체를 합병하면서 성장했다.

한국내화(24위)는 제철·제강·시멘트·유리·석유화학 같은 국가 기간 산업에서 활약하며 기업 내실을 길렀다. 내화물 제조나 산업로 시공 사업을 벌여왔다. 2009년 충남 서산에 알루미늄 탈산제 공장을 설립해 수입 구조를 다변화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1천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2천억원을 넘어섰다.

동일철강(25위) 역시 지난 40여 년 동안 철강재를 생산하며 자동차·건설·기계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성장 주역은 장인화 동일철강 회장이다. 중소 철강업체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어 저가 경쟁에 몰두할 때, 장회장은 일본산 제품이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ㄴ’자 형강 시장을 발견했다. 2008년 초 1천억원에 달하는 개발비를 투자한 결과, 2009년 첫해에만 9백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동일철강은 5년 만에 매출 3배, 시가총액 3배의 기록을 세웠다.

동아원(26위)은 CJ제일제당, 대한제분과 더불어 국내 제분 시장을 삼분하고 있다. 부침이 심한 국내 기업 풍토에서 60년 연륜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성장이 멈춘 사업’으로 분류되던 제분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발견한 것은 이창식 동아원 대표이다. 2009년 취임 이후 국내외에서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했다. 미국·호주·캐나다 등 원맥 생산국에 대한 역수출에 성공하면서 밀가루 사업의 수익성을 단번에 끌어올렸다. 가뭄이나 태풍 같은 악천후 탓에 밀 생산량이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국내에서 역으로 밀가루 가공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키웠다. 동아원은 지난 5년간 매출액이 6배 넘게 불어나면서 포화 상태라고 인식되었던 제분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넥스콘테크(27위)는 소형 2차전지 보호 회로를 국산화했다.  연구·개발 역량과 신시장 개척 노력이 최고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스마트폰 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과 애플을 고객사로 삼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성장 동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5년간 매출액은 7백억원에서 3천7백억원으로, 시가총액은 3백4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성장했다.

에이피시스템(28위)은 반도체 LCD 장비를 중심으로 제조 산업 분야에서 커온 기업이다. 반도체업계의 경쟁력은 연구·개발 역량에서 나온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액정표시장치(LCD),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발광다이오드(LED) 장비로 사업을 확장했다. 에이피시스템은 시가총액만 5배 가까이 증가하며 견실한 중견 기업으로 도약했다.

세방전지(29위)는 틈새시장의 절대 강자이다. 로케트 배터리로 한국 축전지 업계를 이끌어오면서 세계 6대 축전지 메이커로 성장했다. 매출과 수익성에 가장 큰 변수는 원자재 가격이다. 국제적으로 납 가격 하락이 지속되자 판매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개선되었다. 매출액은 2배 가까이 뛰었고, 시가총액에서는 5배의 성장률을 거두었다.

대륙제관(30위)은 각종 금속 용기나 부품, 휴대용 부탄가스를 제조·판매하는 제관업체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에도 매출액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은 1백64% 커졌고, 시가총액은 5백60% 성장했다. 세계 시장에서는 후발 업체이지만 품질 우위와 신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 향상을 꾀한 것이 성장 비결이다. 휴대용 부탄연료관의 폭발 방지용 안전캡을 개발하고, 시장 성숙기에 이른 업계에서 에어졸 시장이라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대륙제관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1천7백억원, 시가총액 8백62억원(10월9일 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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