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성장 에너지’ 만드는 든든한 인재 발전소
  • 이춘삼│편집위원 ()
  • 승인 2012.10.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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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 인맥 지도 | 연세대학교②

연세대학교. ⓒ시사저널 박은숙
최근 연세대학교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중앙일보가 실시한 2012년도 대학 평가에서 연세대가 서울대를 앞지른 것이다. 연세대가 카이스트, 포스텍에 이어 3위에 오르고 서울대는 4위였다. 연세대가 서울대를 앞선 것은 중앙일보가 대학 평가를 시작한 1994년 이래 처음이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공동 5위였던 고려대를 앞서며 단독 5위가 되었다. 이번 대학 평가는 전국 1백2개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교수 연구(100점)·교육 여건(90점)·평판 및 사회 진출도(60점)·국제화(50점) 등 4개 부문 점수를 합산해 매긴 결과이다.

연세대는 교수 1인당 국제 논문 게재 수 3위, 국제 논문 피인용 수 1위로 연구 실적이 상승했다. 특히 학위 과정의 외국인 학생 비율 3위 등 국제화가 진전됨으로써 종합 순위를 끌어올렸다.

연세대는 전통적으로 의과대학과 함께 상경 계열이 강하다. 연세대 상경대학은 1915년 3월 연희전문 상과를 모체로 국내 최초로 개설된 상경계 대학으로서 현재 경제학부와 응용통계학과로 구성되어 있다. 1946년 연희대학이 종합대학으로 승격될 때 경제학과가 신설되었고 1958년 경영학과, 1967년 응용통계학과가 신설되는 변천이 있었으며, 2003년에는 경영학과가 경영대학으로 딴살림을 차려 나갔다.

경영학과 출신 CEO 40명으로 전국 1위

1919년 10명의 연희전문 상과 졸업생이 나온 이래 90여 년에 걸쳐 배출된 2만5천여 명의 연세 상경인들은 재계, 금융계에서 활동하며 확고한 위치를 굳히고 있다. 같은 뿌리에서 가지를 친 상경대학과 경영대학 동문들은 동창회를 합동으로 가지며 돈독한 유대를 맺고 있다. 현 동창회장은 1975년 경영학과에 입학한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이다.

연세대 경영학과가 대학별 경영학과 중에서 가장 많은 재계 CEO를 배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 9월 발표된 한국CXO연구소의 올해 1분기 자료에 따르면,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 CEO는 지난해 36명에서 4명이 늘어난 40명으로, 39명으로 집계된 서울대 경영학과를 앞질렀다. 서울대 경영학과의 39명은 지난해에 비해 1명 줄어든 숫자이며, 고려대 경영학과의 경우 3명이 증가한 39명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1천대 상장사 대표이사 직함을 가진 1천2백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 CEO로는 정은섭 대주산업 대표이사 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이동욱 무림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 등 오너 기업인과 김창근 SK케미컬 대표이사 부회장, 백우석 OCI 대표이사 사장,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등 전문경영인이 있다.

연세대는 공인회계사 분야에서도 강세를 보인다. 제47회 공인회계사시험 최종 합격자 9백98명 가운데 연세대가 1백21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40회 시험 이후 다섯 차례 최다 합격 기록을 세운 연세대는 누적 합격자 수에서도 2천4백47명으로 최다 규모를 자랑한다. 대표적인 인물로 김학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회장(경영 71)과 권승화 한영회계법인 대표(경영 76)가 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경제 56)이 20~21대 연세대 총동문회장을 맡은 이래 역대 총동문회장은 기업인이 맡아왔다. 22~23대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법학 56), 24~25대 이병무 아세아그룹 회장(경영 59)의 뒤를 이어 26~27대 회장으로 연임 중인 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경제 63)이 그들이다.

특히 고 박인천 전 금호그룹 회장의 차남과 삼남인 박정구·박삼구 회장처럼 형제가 동창회장을 거듭 맡은 경우는 유례가 없다. 박삼구 회장은 연세대에 발전 기금 5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한때 ‘수출입국’의 선봉에 서서 재계의 큰 인물로 활약했고 연세대를 위해서도 많은 일을 했던 김우중 전 회장은 현재 베트남에 체류 중이다.

모교 발전 기금·장학금 지원도 많아

이병무 회장은 총동문회장을 맡았던 기간 동안 수시로 사무국에 전화를 걸어 대소 업무를 직접 챙겼던 실무형 동문회장으로 기억된다. 상경대학 동창회장으로 4년, 연세대 총동문회장으로 6년, 도합 10년 동안 모교 연세를 위해 봉사했다.

이병무 회장의 처남인 이수영 OCI 대표이사 회장(행정 60)은 ‘개성상인’의 표본으로 귀감이 되었던 고 이회림 동양그룹 회장의 장남으로서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지냈다.

1972년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은 1조3천1백66억원의 재산으로 2011년 10월 현재 한국 부호 순위 17위에 올라 있다. 이회장은 연극인 고 이해랑 선생의 아들로서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힌다. 조선무역, 케이에스넷, 씨앤엠을 차례로 경영하며 성장한 그는 2008년 케이블방송인 씨앤엠 지분을 팔아 1조4천여 억원의 막대한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기업을 키워온 그를 두고 주위에서는 ‘M&A의 귀재’ ‘미다스의 손’이라고 부른다. 5년에 걸쳐 모교에 장학금 100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경영 81)은 1조7천9백64억원으로 부자 순위 13위를 기록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수성(守城)이 창업(創業) 못지 않게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연세대 동문 기업인 중에는 본인이 기업을 일군 인물과 가업을 이을 목적으로 상경 계열의 전공을 택한 경우가 공존한다.

연세대 동문 기업인 중에서 학번이 높은 인물이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경제 55)이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로마 교황청, 미국 백악관, 노벨상 만찬 석상 등의 자리에서 한국도자기는 한국의 메이커임을 당당히 드러낸다. 세계 5위의 도자기 메이커로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며 생산량에서도 세계 제일을 자랑한다. 모두 김회장이 일궈낸 성과이다.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행정 62)은 일찌감치 인도네시아로 진출한 이래 조림·합판·제지 등의 사업으로 성공한 기업인이다. 칼리만탄과 이리안자야의 광활한 원시림 1백50만㏊에서 육림 사업도 펼치고 있다. 코린도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유명 기업으로 손꼽히며 승회장은 그곳 한인회장과 세계한상(韓商)대회 회장을 지냈다.

대우실업에 근무하던 김욱 아가방앤컴퍼니 회장(정외 62)은 국내 어린이용품 시장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1980년 ‘아가방’을 설립해 오늘날 최대 규모의 국내 브랜드 업체로 키웠다.

김영호 일신방직 대표이사 회장(건축 63)은 건축과 3년을 수료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학업을 마친 건축학도 출신이다. 예술에 상당한 심미안이 있어 그가 주도해 지은 사옥 건물은 예술 작품 수준으로 평가받았고, 다량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업으로 물려받은 크라운제과를 키우면서 해태제과도 인수해 국내 제과업계의 중요 인물로 등장한 윤영달 크라운제과-해태제과 회장(물리 64)은 국악에 일가견이 있어 많은 국악인을 후원해오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 독일 몽블랑문화재단이 주는 제20회 몽블랑 문화예술후원자상을 수상한 문화애호가이다.

구학서 신세계 회장(경제 66)은 이병철 창업주 시절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요청으로 1996년 신세계로 옮긴 것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1972년 삼성에 입사해 삼성산요 수원공장 경리부에서 일한 그는 2년 후 그룹 비서실로 자리를 옮겼다. 비서실에서 과장이 될 때까지 5년간 맡은 일은 이병철 회장의 ‘돈 심부름’이었다. 주로 이회장의 딸들에게 용돈이나 주주 배당금을 집으로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이건희 회장 비서팀장, 삼성전자 관리담당 임원을 끝으로 1990년대 초반 삼성을 떠나 에너지 기업인 삼천리에 몸담고 있던 구회장을 이명희 회장이 부른 것은 1996년이었다. 신세계에 들어간 구회장은 전국을 돌며 백화점, 대형 마트가 들어설 만한 부동산을 대거 매입하는 등 공격 경영에 나섰다. 회사 돈과 부동산을 취급하는 일을 오랜 기간 하면서 보인 그의 꼼꼼함과 성실성 그리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구회장은 10년 동안 CEO로 일하면서 신세계를 국내 최대 유통업체로 키웠다. 구회장은 2010년 CEO 자리를 이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부회장에게 넘긴 이후에도 정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고 있다.

입지전적인 경영인들 다수 배출

박해춘 용산역세권개발 대표이사 회장(수학 69)은 원래 보험인 출신으로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사장, LG카드 대표이사 사장, 우리은행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전방위 경영인이다. ‘기업 재생 전문가’라는 별명도 따라 다닌다. 불도저처럼 저돌적인 경영 방식을 가진 그가 이번에는 말 많은 용산 역세권 개발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의학 71)은 부친인 차경섭 차병원 이사장의 뒤를 이어 연세대 의대에서 산부인과를 전공했다.

배상면 국순당 회장의 장남인 배중호 국순당 대표이사 사장(생화학 71)은 전통주 비법을 전수받아 키우기 위해 아예 전공으로 생화학을 공부했고, 1993년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국순당 대표를 맡고 있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신학 75)은 고 김수근 전 대성그룹 회장의 외동딸로 해외 가방 브랜드인 ‘MCM’을 인수해 명품의 반열에 올려놓은 당찬 여성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공동위원장으로 발탁되었다.

단재완 한국제지 대표이사 회장(철학 66)은 현금 동원 능력이 뛰어났던 고 단사천 전 해성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조동만 한솔아이글로브 회장(법학 76)과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경제 77)은 조운해 전 강북삼성병원 원장의 차남과 삼남으로,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의 외손자이다.

박명구 금호전기 대표이사 부회장(전자 78)은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아 전공을 살린 경영인이다.

연세대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은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은 국내 학습지 시장에서 신화 같은 존재로 통한다. 1975년 서울 종암동에서 학생 3명을 앉혀놓고 시작한 공부방을 국내 1위의 교육 문화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지금은 보통 명사처럼 쓰이는 ‘1 대 1 방문 교육’ ‘눈높이 교육’을 그가 처음 고안해 히트시켰다. 그가 주도한 학습지 시장의 규모가 4조원대이고, 현재 방문식 교육을 받는 학생이 1천만명에 육박한다. 그 자신의 학구열도 유별나다. 12개 대학원의 특수 과정을 다니면서 노동·문화·환경·법무 분야까지 공부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독특한 ‘배드민턴 철학’도 갖고 있다. 배드민턴광인 그는 셔틀콕의 승부를 경영에 비유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상대의 공격 루트를 예측할 것, 콕의 낙하 지점을 정확히 감지할 것, 받아칠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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