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떠넘기니 의혹은 더 커졌다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2.10.23 18: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 항운노조 탈세’ 후속 보도 / 노조와 하역회사 일지 입수

하역 작업이 한창인 울산광역시 남구 매암동 울산항 일반부두. ⓒ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은 제1197호(지난 9월25일자)에서 ‘울산 항운노조가 해마다 수십억 원씩 탈세하고 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울산 지역 항운업계에 큰 파문이 일었다. 울산 현지 언론이 본지 보도를 인용하면서 울산 항운노조와 하역회사, 세무 당국 등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항운노조의 복수 노조인 민주노총 산하 울산 민주항운지부는 지난 10월8일 보도자료를 통해 “울산항의 경우 실질 작업자 명부와 국세청에 신고하는 작업자 명부가 다르다. 울산 하역회사들은 항운노조에서 넘겨주는 작업자 명부에 의존해 과세를 결정하고 세무서에 신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항운노조원 갑종 근로소득세 과세가 잘못되었다”라며 항운노조의 탈세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반면 울산 항운노조측은 “작업하는 조합원 수가 다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금은 하역회사들이 모두 맡아서 하는 문제이지, 노조와는 전혀 상관없다”라고 반박했다.

민주항운지부는 이날 울산시청에서 울산 항운노조의 갑근세 탈세 의혹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 울산 항운노조 조합원 30여 명이 나타나 집단 항의하면서 회견이 무산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울산 항운노조의 탈세 의혹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정황이 또 포착되었다.
<시사저널>은 민주항운지부 박민식 지부장이 지난 2009년 4월6일 자필로 작성한 ‘작업 일지’와 하역회사인 ‘㈜세방’이 작성한 ‘노임 작업 일보’를 입수했다. 박지부장은 당시 울산 항운노조의 작업반장이었다.

실제 13명 투입…일지에는 43명 기록

이들 자료에 따르면, 당시 울산 항운노조에 작업 주문을 했던 하역회사는 ㈜세방 울산지점이었으며, 하역선박인 키치요(KICHIYO)에서 기계류 6백28t과 상자물 3백35t을 하역하는 작업이었다.

세방측이 작성한 노임 작업 일보에 따르면, 세방은 기계류 6백28t에 대해서는 2백50만2천3백35원을, 상자물 3백35t에 대해서는 1백37만5천7백12원을 노임으로 울산 항운노조에 지급하기로 했다. 이날의 총 노임은 3백87만8천47원이었던 셈이다. 세방이 이 노임을 항운노조에 지급하는 대신 항운노조가 조합원을 투입해 정해진 시간 내에 하역 작업을 마치면 된다.

항운노조의 조합원은 세법상 일용직 노동자로 분류된다.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 일당 10만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10만원 이상일 경우에는 10만원을 공제한 차액에 대해서만 3.6%(현재는 2.7%)의 갑근세를 납부해야 한다. 

하역회사인 ㈜세방이 작성한 2009년 4월6일 ‘노임 작업 일보’.
항운노조와 하역회사, 입장 서로 달라

박지부장이 작성한 작업 일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경까지 울산 항운노조 일반부두 연락소에 소속된 조합원 13명이 울산항 제8부두에서 작업했다. 이날 작업에 투입된 13명은 크레인 작업을 신호하는 인부 2명과 하역 작업반원 8명, 중기계 일용직 3명 등이었다. 박지부장은 10월17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실제 하역 작업에 투입된 사람은 모두 13명이었으며, 그 가운데 내가 작업을 지시했던 우리 반원 8명이 누구인지 기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역 작업에 실제 투입된 총 인원이 13명이었기 때문에 하역 작업 총 노임 3백87만8천47원에서 1백30만원만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 총 노임에서 1백30만원을 뺀 2백57만8천47원은 3.6%의 과세 대상이었다. 이를 환산하면 9만2천8백9원은 갑근세로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세방의 노임 작업 일보에는 실제 하역 작업에 투입되었던 13명이 아닌 43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일했던 인원보다 무려 30명이나 부풀려져 있다. 작업 일보에 따르면, 기계류 6백28t을 작업반원 20명이 하역 작업을 한 것으로 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하역 노임 2백50만2천3백35원 가운데 2백만원을 비과세 처리했다. 나머지 50만2천3백35원에 대해서만 3.6%(1만8천80원) 과세해 울산 세무서에 신고 납부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상자물 3백35t의 경우에도, 하역 작업 인원이 23명으로 부풀려져 있다. 따라서 상자물 하역 노임 1백37만5천7백12원 전체가 비과세 대상으로 처리되었다. 상자물 하역 노임에 대해서는 갑근세로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대해 하역회사 세방측 관계자는 “항운노조에서 준 하역 작업자 명단을 토대로 작성된 작업 일지이기 때문에 우리가 탈세를 조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울산 항운노조측은 “갑근세 등을 세무서에 신고하는 곳은 하역회사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무관하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항운노조, 정식 사업자 등록하면 탈세 문제 해결” 

‘울산 항만에서 10여 년 동안 일한 한 하역업체 직원’은 지난 10월15일 기자에게 “항운노조의 탈세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울산 항운노조 조합원 1천여 명 가운데 반장 이상 간부는 80여 명인데, 실제 노무를 제공한 조합원들의 임금 가운데 일부를 (간부들과) 나누어 갖는다”라고 지적하면서, 항운노조와 하역 회사의 운영 시스템을 제법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현재 울산 항운노조의 임금 지급 방식은 하역 작업 후에 조합원들이 직접 하역회사에서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하역회사가 조합에 임금을 일괄 지급하고, 조합은 (하역회사에서) 받은 임금에서 조합비 등을 공제한 후에 조합원들에게 지급하는 형태이다. 이에 하역회사는 실제 작업한 조합원들과는 전혀 다른 ‘항운노조에서 제출한 작업자 명단’을 기준으로 일용직 임금 대장을 작성하는데, 이 명단은 실제 작업자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의 명단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 그 인원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 현장에 배치되는 하역 작업자와 하역회사가 국세청에 신고하는 작업자 명부가 100% 다르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항운노조의 탈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항운노조가 사업자로 등록하고 정식 근로자 공급 사업자로서 사업을 하면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실제로 일한 노조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고 임금 가운데 일부를 조합비로 청구해 노조를 운영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