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한국 경제 키 잡은 ‘삼성 제국’의 차세대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10.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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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장 1위 독주…정의선·김택진, 2·3위

기업·금융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세 미만 차세대 인물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44)이 선정되었다. 이재용 사장은 지목률 16%를 얻어 2%에 그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멀찌감치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 2008년에 시작한 차세대 인물 조사에서 이재용 사장은 줄곧 기업 부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히려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아직 건재하지만 이제 고희를 넘긴지라 그룹 내부에서는 조심스럽게 이재용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인사로는 이현승 SK증권 사장과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실장이 2위 그룹에 포함되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재용 사장이 지닌 영향력은, 국내 최대 재벌 삼성그룹의 상속인이자 차기 총수라는 지위에서 나온다. 삼성그룹은 계열사 79개, 총 자산 4백34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백73조원, 영업이익은 20조원이 넘는다. 유럽 재정 위기 탓에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있으나 그룹의 기함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가 선전하고 있다. 올해 계열사 영업이익 총계는 3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 상장 법인의 시가총액은 3백50조원이 넘는다. 국내 전체 상장 법인 시가총액의 30%에 육박한다. 임직원 수는 21만명가량이다. 그룹 총 매출액은 웬만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능가한다. 한 해 매출액이 경제 규모 세계 47위 국가인 필리핀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다. 해외 사업장 매출까지 합치면 세계 38위 국가 말레이시아의 GDP와 맞먹는다. 삼성은 글로벌 브랜드 가치 순위(인터브랜드 조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했다. 일본 자동차업체 토요타를 제치고 아시아 기업으로는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아시아 최고 기업 집단의 의사 결정에도 깊이 관여

이재용 사장은 이미 아시아 최고 기업 집단의 주요 의사 결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정치·경제 분야 거물을 잇달아 만나면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사장은 지난 6월 리커창 상무부총리, 8월에는 왕치산 부총리 같은 중국 차기 지도부 실세를 잇달아 만났다. 리커창은 중국 차기 총리로 내정된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왕치산 역시 국무원 부총리 역할과 함께 차기 중국의 정치국 상무위원에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이재용 사장은 중국 차기 실세를 차례로 만나는 중간에 베트남에서 제조전략회의를 주도하기도 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담당 사장,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 사장을 비롯해 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 고위 경영진이 지난 7월 이 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에 모여야 했다. 삼성전자는 연간 1억5천만대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생산하는 제조 공장을 베트남에 두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9월 리카싱 청콩그룹 회장을 만나는 데도 이재용 사장이 크게 기여했다. 이재용 사장은 홍콩을 여러 차례 방문해 한국과 홍콩 최대 부호의 만남을 주선했다. 리카싱 회장과는 휴대전화·통신 장비·건설·엔지니어링 분야에 걸쳐 협력 사업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추석 연휴에도 북미 지역 사업장을 점검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가 멕시코에 들러 세계 최고 부호인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과 협력 사업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사장은 중남미 최대 이동통신사 아메리카모빌에 갤럭시S3와 갤럭시 노트2를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사장은 차기 총수답게 그룹 신수종 사업을 직접 챙긴다. 얼마 전부터 독일과 프랑스 자동차업계 최고 경영진과 잇달아 회동하고 있다. 전기차용 2차전지 사업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삼성그룹은 일찌감치 전기차용 2차전지를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설정했다.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가 지난 9월 자동차용 2차전지 합작 사업에서 이탈했다. 삼성전자가 기술 개발과 제조를 책임지고 보쉬가 유럽 내 영업을 맡는 식으로 역할이 구분되어 있었다. 합작이 붕괴되면서 삼성은 독자적으로 유럽 영업망을 구축해야 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사장이 유럽 자동차업계 경영진을 만나 독자 영업망을 확보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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