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정도 통일 준비하는 정치인 되겠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10.2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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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단독 출마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단일화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할 작정”
●INTERVIEW이인영 민주통합당 의원

ⓒ 시사저널 전영기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486그룹’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6월 항쟁이 있었던 1987년 그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을 맡아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명동성당 농성 등을 주도해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 주역 중 한 명이다. 대학 졸업 후에도 전국민주민족연합(전민련) 등에서 활동하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했고, 2004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17대 총선에 당선되어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가 올해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지금 그는 문재인 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10월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
과 인터뷰를 가진 이의원은 ‘초심’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야권 정치 부문에서 ‘차세대 리더’ 1위에 오른 데 대해 그는 “6월 항쟁 세대로서 역사에 더 많은 기여를 하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고 본다. 스스로 역사에 공헌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늘 갖고 있다. 기대했던 만큼 잘 못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달게 받아야 한다. 더 분발하고 성숙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정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17대 국회에 들어왔을 때는 (486그룹이) 비판에 직면했던 것이 사실이다. 신자유주의가 워낙 강하게 밀려오니까 알게 모르게 시장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 시장을 잘 알고 시장 논리에 맞추어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이 능력 있는 것처럼 오도된 측면도 있다. 노무현 정부가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복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경제 민주화 차원에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아닌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이야말로 6월 항쟁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일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셈이다.

그만큼 책임감도 더 커진 것 아닌가?

그렇다. 제대로 못 하면 이제는 거짓이 된다. 말로는 초심을 이야기하면서 실천을 못 하는 것은 더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의 진심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올해 치러질 대선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나?

이번 대선은 정말 중요하다. 단순히 정치권의 게임에서 우리가 이겨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민주 정부 10년 동안 민주주의 체제가 확고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번에 한 번 더 정권 교체를 이루어야 민주주의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 그리고 경제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복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국민의 삶을 보호하는 것이 복지인데 그렇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남북 관계를 완전히 망쳐버린 5년이었다. 여기에서 5년 더 남북 관계가 얼어붙는다면 분단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 관계 개선은 민족적 가치를 넘어서 우리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새누리당에서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밀 회담’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명백한 차이가 나는 것이다. 포기하지도 않은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고 하고, 있지도 않은 비밀 단독 회담을 있다고 하면서 북풍(北風) 공작이나 하는 세력이 과연 남북 관계를 회복하고 미래의 비전을 만들 수 있겠나.

민주당 내에서는 ‘친노 패권주의’를 두고 논란이 있는데.

나 또한 친노 패권주의에는 반대한다. 그렇다고 ‘비노(非盧) 패권주의’가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떤 형태로든 패권주의가 있다면 단호히 싸워야 한다.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밥그릇 정치이고 구태 정치, 낡은 정치이다.

당내에 아직까지 패권주의가 존재한다고 보는가?

4월 총선에서 실패한 후 어떤 의미에서 책임을 져야 할 세력이 담합을 공공연하게 시도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나는 친노의 대표이고, 당신은 친DJ와 호남의 대표이니까 우리 둘이 힘을 합쳐서 싸우지 말고 더 강한 민주당을 만들어보자’ 이런 이야기인데 그것이 패권의 문제, 독점의 문제로 비쳤던 것이 사실 아닌가. 당시에도 이래서는 곤란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재인 후보도 고민이 많은 것 같은데.

문후보도 자유롭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머물러 안주하지 않고 어렵지만 한 발짝 두 발짝 옮기고 있다고 본다. 문후보와 같이 일을 한 적도 없고, 깊은 이야기를 나눈 사이도 아니지만 ‘용광로 선대위’를 통해 새롭게 나아가려고 한다고 생각해서 참여했다.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와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이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공격적으로 비친 것은 잘못이다. 어떤 형태이건 간에 우리의 장점을 드러내는 쪽으로 이야기를 해야지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는 정당적 가치가 있다, 수권 능력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은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인데, ‘너희는 이런 게 없잖아, 이것 없이는 못 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반발할 수 있다. 역으로 그쪽에서도 정당적 가치나 수권 능력의 문제에 대해 존중할 것은 존중하면서, 정체되고 낡은 것에 대해서는 바꾸어줄 것을 요구하는 식이었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모든 것이 다 낡았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낡은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그보다 더 전통적인 면이 많다. 반독재·민주화 투쟁을 했던 우리 당의 역사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정당 개혁이 좀 늦을 수는 있지만, 이런 전통 속에서 혁신해나가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안후보가 요구하는 ‘정당 쇄신’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불만도 나오는데.

우리가 하고 있는 정당 쇄신의 노력도 있고, 안후보 쪽에서 생각하는 정당 혁신의 방안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공동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단일화 논의에 앞서 공동의 강령과 정책을 정리해보는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고 숙제를 다 해오면 검사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안후보도 그런 생각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같이 이야기해보는 자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얘기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꼭 필요하다고 보는가?

당연하다. 누구도 부정하면 안 된다. 그것은 정권 교체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정권 교체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새 정치도 포기하자는 것이다.

안후보가 단독 출마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고, 상상하지도 않는 일이며, 상상해서도 안 될 일이다.

3자 구도는 있을 수 없다고 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정치권이 다 몰락할 것이다. 국민들이 패대기를 칠 것이다.

안후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보나?

그렇다. 그것이 어떻게 민주당만의 일이겠나.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이의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할 수 있는 만큼 하려고 한다. 아무도 안 하면 나라도 할 것이고, 나보다 잘하는 분이 있으면 도와서라도 할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을 승리하고도 그해 12월 대선에서 분열 때문에 패배한 아주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번만큼은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할 생각이다. 그것은 개인의 다짐을 넘어서 국민적 열망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부정하는 어떤 세력도 이후 정치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문후보가 제안한 ‘공동정부론’이나 ‘책임총리제’ 등이 현실적인 단일화 방식이라고 보는가?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을 갖고, 어떤 절차를 거쳐서 단일화를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다만 단일화는 후보 간의 문제를 넘어 새로운 시대와 사회를 열망하는 모든 세력이 총망라해 대연합하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통합의 의미로 자리 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정치인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 10년 정도 통일을 준비하는 정치인이 되려고 한다. 여기서 통일은 단순히 역사를 회복하는 수준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우리의 미래를 희망으로 만드는 일이다. 통일을 준비하는 정치적 역량이 얼마나 있느냐가 10년 후 우리의 삶을 결정지을 것이다. 그 시점에서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가장 무능한 정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쪽을 많이 하려고 한다. 한반도 경제, 한반도 평화, 한반도 통일에 좀 더 집중해보려고 한다. 그것이 내 정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또래들, 시대를 같이 살았던 사람들이 진짜 할 수 있는 정치라고 생각한다. 물론 노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마음도 잃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와 함께 손잡고 한반도 경제, 한반도 평화, 한반도 통일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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