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공세, 이제는 잘 안 먹힌다
  • 이택수│리얼미터 대표 ()
  • 승인 2012.10.3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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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NLL 논란에도 후보 지지율 변화 없어

의외였다. 전향적인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지난 10월21일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박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는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익 재단이며 어떠한 정치 활동도 하지 않는 순수한 재단이다” “정수장학회는 단순히 부일장학회를 계승한 것이 아니며,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밝혔다.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후보측 진성준 대변인은 “박후보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을 아버지 박정희를 중심으로 인식하고, 사고하고, 해석한다. 이런 역사 인식을 가진 분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측 유민영 대변인도 “국민의 상식과 사법부의 판단에 반하는 내용이다. 김지태씨가 주식을 강박에 의해 넘겼다는 점을 사법부는 적시했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대선 후보로서 중대한 인식의 문제이다”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은 “지금 현재 이사장직에 대해서 그만두어야 된다, 혹은 계속해야 된다고 말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임기인 2014년까지 맡은 바 책임을 다할 것이다”라면서 박후보의 사퇴 권고 제안을 일축했다.

과거사 논쟁에 대한 피로감 작용했을 수도

예상치 못한 기자회견 내용과 야권의 반발로, 지난 9월 ‘인혁당’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박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기자회견 전날인 20일 안후보와의 여야 양자 대결 구도에서 박후보는 43.7%, 안후보는 49.9%였는데, 22일 조사에서는 박후보 42.6%, 안후보 48.8%로 박후보가 1.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고, 오히려 그 다음 날(23일) 조사에서는 박후보가 44.1%로 올라, 48.3%를 기록한 안후보와의 격차를 더 좁혔다.

이것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부동층이 10% 이하로 줄어든 상황에서, 각 후보들에 대한 지지층이 상당히 견고해진 탓에 각 후보의 입장에서 사태를 이해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즉, 사안에 따라서 쉽게 지지층이 바뀌는 현상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둘째로는 정수장학회·NLL 논란 등 지난 과거의 논란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도 더해져 지지율이 거의 요동치지 않게 된 것으로 보인다.

NLL 문제 역시 논란이 벌어진 초기에는 오히려 박후보 쪽에 역풍이 불었다가, 여당이 국정조사를 요청하고 의석 3분의 2의 표결에 의해 공개하자고 강공으로 나서면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다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결국은 NLL 논란 이전과 지금 큰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대선을 50일 정도 남겨놓은 현 시점에서, 과거사와 관련한 논란은 명확한 물증, 가령 NLL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대화록, 정수장학회와 관련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한 선고가 내려지기 전까지는 유권자들에게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정권 심판론 같은 과거 지향적인 선거 캠페인에 많은 유권자가 등을 돌렸다. 지금부터라도 각 후보 진영에서는 선관위에 제출했던 10가지 공약의 각종 빈틈을 메우고, 미래 지향적인 캠페인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그래야 표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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