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회복’ 논란 불 지핀 반짝 호황
  • 조명진│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
  • 승인 2012.11.06 11: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의 3/4분기 GDP 1% 증가 소식에 양갈래 전망 나와

지난 10월25일 영국 런던 남서부 원즈워스의 한 제조업체를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오른쪽). ⓒ 연합뉴스
4년 만에 영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다는 희소식이 나왔다. 다름 아닌 영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했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경제 호전이 아닌 긍정적인 중·장기적 전망이 나오는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경기 회복의 신호는 자동차 판매량에서 나타난다. 영국의 신차 등록 대수는 전년에 비해 8.2% 증가했다. 유럽연합(EU)의 자동차 판매가 지난 5년간 감소했다는 10월24일자 <이코노미스트>의 침울한 보도와는 상반된 통계이다. EU 내에서 신차 등록은 지난해에 비해서 평균 11% 감소했다. 프랑스는 18%, 이탈리아는 26%, 스페인은 37%나 된다. 즉, 영국만 유일하게 신차 등록이 증가한 EU 국가이다. 더불어 영국의 실업률은 8% 이하로 떨어졌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좋은 소식은 어떤 형태이든 더 환영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더 구매하게 된 것이 인플레이션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가스 요금이 인상될 예정이어서 인플레이션은 다시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월28일자 <옵서버>에서 자유민주당 소속인 닉클레그 부총리는 경제 회복은 일시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레그 부총리는 1% 성장한 것은 런던올림픽에 지출된 비용 덕분이라고 말하며, 정치인들이 통계에 안주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25일 영국 런던 시내 건설 현장 위로 대형 크레인들이 솟아 있다. ⓒ 연합뉴스
영국 국회에서 반향 일으킨 헤셀타인 보고서

10월31일 발표된, 보수당 출신으로 부총리를 역임했던 헤셀타인 경의 경제 전략 보고서는 영국 국회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헤셀타인 경은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의 연합정부가 영국 지방 경제를 활성화시키라고 촉구했다.

헤셀타인 보고서는 너무나 많은 권력이 런던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공적 자금을 지방 도시의 잠재적 역량을 모으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는 헤셀타인 보고서를 인용해 영국 경제는 지난 수십 년간 너무 중앙에 집중되어서 지방 경제가 뒤처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 노동당 정부 시절 제조업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경기가 좋은 시절에도 웨스트미드랜드 지역에는 민간 부문에서 고용 창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헤셀타인 보고서의 요점은 민간 부문의 성장을 지향하면서 경제가 성공적으로 균형을 잡으려면 영국의 모든 지역이 골고루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전역의 민간 부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부 개편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이다. 비즈니스 장관을 맡고 있는 자민당의 빈스 케이블은 이에 대해 정부가 기업들과 어떻게 효과적으로 상호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중요한 이슈들을 다룬 보고서라고 말했다.

영국경영자협회(CBI)는 영국 경제가 일본식의 잃어버린 10년이 될 가능성은 배제했다. 영국경영자협회의 존 크리드랜드 사무총장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난 영국 경제는 적어도 향후 2년간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드랜드 사무총장은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에게 런던 이외의 지역에서 부의 균형을 확산하기 위해서 인프라에 대한 지출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크리드랜드 사무총장 또한 지방 경제 활성화를 촉구한 헤셀타인 보고서를 지지했다.

크리드랜드 사무총장은 영국의 재정 적자를 감축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지지하지만, 2백30억 파운드의 지출을 삭감한 것은 인프라에 충분히 투자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경영자협회는 영국 경제가 2013년에 1.4%, 2014년에 2%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크리드랜드 사무총장은 이러한 긍정적 전망을 하는 데에 부정적인 위험 요소는 유로존의 불확실성과 미국의 ‘재정 절벽(fiscal cliff)’ 같은 외부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로존의 경제 활동은 3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영국의 경기 회복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낙관적인 전망에서 가장 큰 국내적 위협은 인플레이션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0월31일자 <가디언>은 영국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난 듯하지만 다시 트리플딥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비에 따른 경제 활성화와는 달리 제조와 건설 부문의 보고서가 좀 더 확실한 경제 상황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연초부터 소비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현금 서비스를 더 많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건설 부문의 부진은 영국이 4년 안에 전례 없는 경기 침체에 빠졌다는 증거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 전문가들 또한 트리플딥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들은 3/4분기에 영국 경제가 회복했다는 것은 올림픽 특수가 경제의 취약한 상태를 가렸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워릭 비즈니스스쿨의 제임스 미첼 교수는 장기간의 투자 미비는 장기간의 저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2년 경제가 성장할 가능성은 3분의 1에 불과하고, 10월과 12월 사이 4/4분기에 GDP가 감소하면, 영국은 2008년 금융 위기 이래로 세 차례 경기 침체를 겪는 첫 번째 서방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늘어났지만 제조·건설 부문은 침체

올 3/4분기에 영국 GDP가 1% 성장했다는 통계는 집권당인 보수당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소식이다. 하지만 그 내막을 보면 소비 측면에서 경기 활성화가 된 것이지, 제조와 건설 부문의 생산성이 가져온 성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취약하다. 그럼에도 캐머런 총리는 작은 성장이지만 집권당의 공과를 논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치이기 때문에 발표를 서슴지 않았다. 영국경영자협회가 전망하는 대로 영국 경제가 향후 2년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보인다면,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재집권할 가능성은 커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 발표는 일회성 포장에 불과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