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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과거사에나 매달려선 안 된다”

역대 대통령 최고 정치 참모인 정무수석들이 보는 대선

김현일 대기자 ㅣ 승인 2012.11.06(Tue) 13: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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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누가 후보가 될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당연히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이 누구일지를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아직 대진표조차 짜여지지 않은 것을 포함해 특수한 한국 정치 지형 때문이다.

바로 직전의 17대 대선을 예외로 하고, 보수와 진보가 맞붙은 최근의 두 차례 대선을 들여다보면 확실해진다. 16대 대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57만표 차로 이겼다. 15대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39만표 앞섰다. 말 그대로 초박빙의 혈전을 치렀다.

18대 대선 판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칫 삐끗하다가는 모든 것이 날아갈지 모르는 형국이다. 이처럼 답답한 안개 정세에 대해 역대 대통령의 정무수석비서관들에게 물어보았다. 비교적 냉정하게 현실 진단과 전망을 하리라는 기대에서다. 제13대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손주환, 제14대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이원종, 제15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조순용,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정진석 정무수석이 그들이다.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유인태 정무수석(현 국회의원)은 인터뷰를 고사했다.

노태우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하나같이 측근의 비리나 실정 등으로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에서 퇴출되었다. 때문에 최고 정치 참모인 이들은 권력 이양 과정에서 더욱 호된 시련을 겪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박후보는 양자 대결이 유리할 수도"

   
ⓒ 시사저널 전영기
대선을 어떻게 보고 있나?

주자들의 화두가 잘못되었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안보, 구체적으로는 남북 관계이다. 국민적 합의도 이루어야 하고. 그런데 무책임한 복지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전략상 에러를 냈다는 얘기인가?

햇볕 정책의 퍼주기가 북한의 핵개발로 돌아온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문재인 후보도 책임이 있는데….

박후보에 대해 더 말한다면.

과거사 논쟁에 휘말린 것은 패착이다. 공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역사를 어찌 보고 평가하느냐는 필요하지만 무슨 자격으로 사과를 하는가. 인혁당 사건 당시 퍼스트레이디였더라도, 자격은 없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3자 대결이면 박후보가 우세라고 안심할 것이 아니다. 젊은 층이 안철수 후보 지지로 이탈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양자 대결이 유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젊은이들 비위만 맞추려고 할 것도 아니고.
사실 3자 대결 가능성도 충분하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을 배경으로 등장한 안후보의 민주당 합류는 스스로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니 말이다. 민주당도 후보를 안 냈다가는 당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노태우 정부는 달건 쓰건 정권 재창출을 했는데.

노대통령은 특정인 지지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나를 정무수석에 앉히면서 “내 후임은 군 출신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전부이다. 3당 합당의 한 축인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제외하면 민정계 대리인인 박태준(TJ) 최고위원이나 JP(김종필)는 군 출신이다. 답은 뻔하다.

그래도 TJ를 포함해 박준규 전 국회의장 등 민정계 여럿이 움직였다. 이중 플레이 아니었나? 

대통령은 출마를 고집하는 TJ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상연 안기부장이 찾아갈 것이다”라고. 이부장이 ‘포철 등 이런저런’ 사유를 설명하고 TJ를 주저앉혔다. 이한동, 이종찬 등은 1991년 말 안가로 불러 출마를 안 하도록 조치했고…. 허주 김윤환 의원이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YS를 도왔다.

YS 당선을 위해 얼마나 지원했나. 3천억원은 말도 안 되는 것 같다. 최소 1조5천억원이 넘게 들었을 텐데.

직접 지원한 돈은…. 당시의 선거가 지금과는 달랐다.


"안후보는 단일화만으로도 명분 잃어"

   
ⓒ 시사저널 임준선
대선 현장을 어떻게 보나?

원칙도 없고 추하다. 누가 진보인지 보수인지 모를 지경이다. 박후보는 화합한다며 아무나 불러들이고.

박근혜 후보에게 주고 싶은 말은.

문재인 후보에게 왜 대통령이 되려는가를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느냐고 따져야 했다. 그가 노무현 정부 시절 한 일이 있지 않은가. 새정치를 하겠다는 안후보도 엉뚱한 데나 찾아다니고. 박후보로서는 DJ 주선으로 김정일을 만난 것이 다소 부담스럽겠지만, 그럴 필요 없다. 원칙을 지키면 국민은 따라온다. 국민은 현명하다. 복지 논쟁에나 얽매여서는 곤란하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안후보는 그것만으로도 사그라진다. 정치 쇄신 명분을 잃기 때문이다. 이인제는 명분을 잃어 몰락했다. 안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문후보 지지자들은 상당수 안후보를 지지하겠지만, 반대의 경우 상당수가 이탈할 것이다.

13대 대선 당시 YS와 DJ가 뭉쳤다면 이겼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단일화가 안 되어 노태우 후보에게 졌다는 것은 다른 얘기이다. YS와 DJ의 지지율 합이 55%라는 단순 수치에 근거하는 모양인데, 호남의 90%가 DJ를 지지했다고 해서 그 표가 YS로 가리라는 것은 착각이다. 올 대선의 문-안 단일화 논의에도 시사점이 많다.

이인제 의원을 거명했는데, 그는 YS가 키운 인물이 아닌가. 그가 여당 경선에 불복하고 뛰쳐나가 출마하는 바람에 DJ 정부 출범을 결정적으로 도왔다. 이의원이 4백92만 표를 얻었는데 DJ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의 표차는 39만표에 불과했다.

할 말이 많다. 명분을 잃고 원칙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말만 분명히 해두겠다.

(*당시 YS는 정계 은퇴를 선언한 DJ의 소생 가능성에 회의적이었고, 사사건건 각을 세우는 이회창 대표에게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후보 등록 전 단일화가 관건이다"

   
ⓒ 시사저널 전영기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공에 비유하자면 박후보는 야구공, 문후보는 축구공과 같다. 안후보는 풍선이라고나 할까. 야구공은 바늘로 찔러도 웬만해서는 바람이 안 빠진다. 보수 기득권층의 지지가 견고하다는 말이다. 37% 전후로 본다. 정수장학회 문제로 시끄러웠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2% 상승했다.
반면 축구공은 쉽게 빠진다. 만약 문후보가 박후보 처지였다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풍선은 빠지고 말고 할 것이 없다. 안전장치가 거의 없다. 문후보는 그래도 당이라는 보호막이 있는데….

결국 문후보여야 하고, 된다는 말인가?

단일화도 중요하지만 후보 등록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후에는 아주 복잡해진다. 이탈자가 늘어나면 시너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단일화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론도 문제이지만 야권에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그 압력을 누구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본선 경쟁력에서 안후보가 약간 우위에 있다는 점과 호남에서의 민주당 지지가 예전만 못하고, 두 후보의 지지율이 호각지세인 것이 다소 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일화하면 야권이 이기나?

올 총선에서의 김용민이나, 2004년 총선 때 당 대표의 “나이 든 분들은 집에서…” 같은 돌출 발언이나 행동만 없다면 가능할 것이다. 친노 중심의 캠프가 장애라는 얘기는 과장이다.

2002년 대선 때 DJ의 스탠스는 어떤 것인가. 자금 지원은 얼마나 했나?

돈 얘기는 하지 않겠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미 탈당했었고. 당시 당내에서는 이인제 후보가 1등이었지만 본선 패배는 분명했다. 그래서 혹시라도 했던 노무현 후보가 올라선 것이다. 광주 경선을 계기로. 때문에 DJ 표심 얘기가 나온다. 대통령은 투표일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잠 못 이루고 조마조마해했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확신했었나?

선거 당일 오후 5시 반경 출구조사를 근거로 지방에서 올라오는 후보 비서실장에게 “이길 것이다”라고 전화했더니 보고를 받은 노후보가 “여론조사가 10%나 뒤진다던데”라며 의아해했다고 한다.
며칠 뒤 김대통령은 “왜 노후보가 당선된 줄 알아? 조선(일보)이라는 거악과 꿋꿋이 싸웠기 때문이야”라고 말했다.


'정권 재창출 위해 협력키로' 했다는데 무슨말을 더…

   
ⓒ 시사저널 이종현
대선 정국을 총평하면.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서 조심스럽다. 원칙론을 말한다면, 정책 대결이 아닌 이미지 경쟁이나 하는 것은 잘못이다. 프레임 전쟁을 하느라 상대를 거기에 가둬두려고만 하고…. 과거가 선택의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대놓고 묻자. 이명박 대통령은 박후보를 얼마나 지지하나?

8·21 회동 후 “두 사람(MB-박후보)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이것으로 답을 대신하겠다. 대통령은 당-청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회동을 추진하라고 나에게 직접 지시했다. 하도 보안이 철저해 비서실장조차 회동이 확정된 다음에야 알았다. 회동 결과 발표도 박후보측에 일임할 정도로 배려했다. 나는 발표 전 ‘정권 재창출’ 단어 앞에 ‘MB 정부의 성공과’를 삽입한 정도이다. 동남권 신공항 논란과 관련해 박후보가 정부를 비난했을 때 대통령은 “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넘겼다. 청와대에 두 갈래 기류가 있었고, 참모 일부가 한때 박후보와 각을 세운 것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른바 친이 그룹은 비협조적이다.

의원 개개인의 입장과 거동을 대통령과 연결시켜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선거 자금 지원은?

대통령은 비자금을 만들지 않는다. 모든 출납은 기밀비 한도 내에서 이루어진다. (*의원 개인에 대한 활동비 지원은 기백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이 날아가고 이런 혼전을 벌이게 된 것은 서울시장 보선이 결정적이다. 안철수라는 복병이 출현해 판세를 뒤흔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놓고 배수진을 치는 것에 반대했다. 친구이기도 했기에 K비서관을 보내 적극 만류하기도 했다. 대통령께서는 “무상급식이 무리한 것은 사실이다. 오시장의 방향은 맞다”라고 했지만. 보선에서 패한 오시장이 출국하기 전에 “왜 내 말을 안 들었느냐”라고 했더니 “그만한 일을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하더라. 그래서 “너는 박에게 빚이 있다. 2006년 네 선거 지원 유세 가다가 얼굴에 칼침까지 맞았다. 박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라”라고 조언했다.
(*정진석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이 김황식 총리를 임명하기에 앞서 장명수 이화여대재단이사장을 염두에 두었으나 장이사장이 극구 고사한 전말을 비롯해 △대통령과 박후보 간에 얽힌 좀 더 복잡한 사연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청와대 참모진의 성격 △홍준표 전 대표의 노동부장관직 고사 △이재오 의원의 개헌론 제기 배경 △친정(親政)을 거부한 대통령의 의중 등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리고는 “사람이 어찌 할 말을 다 하고 사나. 특히 정치인은 60%만 해야 한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정무수석은 어떤 자리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MB의 공통점은 이른바 ‘여의도 정치’를 멀리했다는 점이다. 또한 바로 그 점이 실패의 공통 원인(遠因)으로 꼽힌다. 대통령의 행위는 모든 것이 정치로 귀결되는데 비효율·야합 등을 이유로 사갈시(蛇蝎視)하다니…. 노 전 대통령은 아예 그 엄중한 정무수석 자리를 없앴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예컨대, ‘여성’ 문제에서 자유로운 대통령은 별로 없다. 대개는 대통령 재직 이전에 벌인 사단의 결과이지만 임기 중의 ‘일’ 때문인 분도 없지 않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한국판 르윈스키’ 사건도 있었다. 재임 중 아들이 구속되거나 검찰 조사를 받는 경우를 포함해, 이같은 사안은 민정수석 소관이다. 하지만 결국은 정치권 전체로 비화되고 대정치권 무마, 대국민 설득 등 종래는 전반을 추슬러야 하므로 선임인 정무수석을 바쁘게 만든다. 굵직한 현안이 정무수석을 비켜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 자리에는 대통령이 특히 신임하는 인물이 기용되게 마련이다. 정무직인 정무수석비서관은 차관급 혹은 장관급으로, 개인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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