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중재자’로 누가 나설까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11.0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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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조국·강금실·황석영 등 자천타천 거론

10월29일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사진 오른쪽)의 저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 ⓒ 시사저널 최준필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일 ‘단일화 중재자’로 누가 나설지가 주목된다. 현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재야 원로들과 ‘단일화 3단계론’을 제시한 조국 서울대 교수, 양 후보 진영과 두루 친분이 있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소설가 황석영씨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매끄럽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우선 지지층의 손실을 보지 않는 단일화이다. 지지층이 더 두터워지는 방향으로 단일화가 논의되어야지 특정 후보의 지지층이 이탈하는 방향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단일화 중재자들의 권위이다. 조정자가 없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협상은 거칠고 격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중재자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따라 단일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왼쪽) 조국 ⓒ 문재인 제공 (오른쪽) 백낙청 ⓒ 연합뉴스
“적극적 역할 하기는 쉽지 않을 것”

지난 10월29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린 강금실 전 장관의 출판기념회에 관심이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모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시간이 엇갈려 두 후보가 한자리에 서지는 못했지만, 양 캠프의 실세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문후보측에서는 김부겸·박영선·이인영·전순옥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 등과 함께 20여 명의 전·현직 의원이 참석했다. 안후보측에서도 박선숙·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과 정연순·유민영 대변인 등이 행사장을 찾았다.

강 전 장관이 직접 초청 인사들을 선정했다고 한다. 양측 인사들이 함께 모여 단일화 논의의 물꼬를 터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수장을 지낸 강 전 장관은 문후보와의 인연이 남다르다. 문후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검찰의 신뢰를 높였던 그 기간이 참여정부를 되돌아보면 가장 좋았던 때이다. 그 시기를 강 전 장관과 함께했던 것이 저로서는 큰 행운이었다”라고 밝혔다.

안후보의 경우 캠프 내에 강 전 장관과 가까운 인사들이 상당수 합류해 있다. 조광희 비서실장과 김윤재 기획자문은 강 전 장관이 고문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원’ 출신이다. 정연순 대변인도 강 전 장관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은 이날 안후보에게 문후보측 인사들을 일일이 소개해주기도 했다. 안후보는 “강 전 장관의 책 서문에 제 이름이 있어서 기뻤다. 서문을 읽고 인간 세상에서 생명을 다치게 하는 정치권력에 대해 공감했다. 잘못된 국가 권력과 정치 집단이 그간 얼마나 많은 생명을 위협해왔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다음 날인 10월30일에는 조국 교수가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문후보와 ‘새로운 정치’를 주제로 특별 대담을 가졌다. 그동안 야권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조교수는 단일화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 10월25일 민주당 쇄신모임 초청 토론회에서 단일화 방안으로 “두 후보가 직접 토론하고 이에 대한 전문가 평가 작업이 필요하다”라며 공개 토론·여론조사·모바일 투표 등 3개 조항의 결합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정치혁신위 공동 구성→공동 정강 정책 확립→세력 관계 조율’이라는 3단계 단일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부 인사는 안후보 진영에서 ‘거부감’도

백낙청 교수 등 재야 원로들은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를 주도하며 단일화 전도사 역할에 나섰다. 백교수는 10월25일 원탁회의의 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제 소통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대화의 열매가 후보 등록일 전까지는 맺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황석영씨는 문화예술계 및 종교계 인사 1백2명의 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을 주도했다. 황씨는 10월27일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시민, 단일화와 연합을 논하다’라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신당 창당, 의원 감축 등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끌 때가 아니라 아주 심플한 단일화 방안이 필요한 때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장외 인사들이 팔을 걷어붙이며 나서고 있지만, 실제 단일화를 견인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단일화는 상대가 있는 문제이다. 어느 한 쪽이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면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외부 인사들의 경우 단일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부 인사는 민주당 쪽에 다소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안후보 진영에서 ‘불가’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조력자는 있을 수 있지만, 중재자 역할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후보의 결단이다.


박영선 문재인후보 공동선대위원장(오른쪽)과 박선숙 안철수 후보 선거총괄본부장. ⓒ 연합뉴스
이번 대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이미 본 궤도에 오른 상수가 되었다. 단일화 논의가 공식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일찌감치 형성되어왔다. 물론 온도 차가 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측이 적극적인 데 반해, 안철수 무소속 후보측은 다소 소극적이다. 안후보측 입장에서는 그동안 구상해온 정책과 비전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 협상부터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마냥 늦출 수만은 없다.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 배경 중 하나는 양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요 인사들이 당장이라도 협상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는 데 있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연합’이나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양 진영의 협상 파트너들이 다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문후보 캠프의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과 안후보 캠프의 박선숙 선거총괄본부장이 협상 파트너로 거론된다. 양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두 정치인은 1960년생 동갑내기로 민주당 내에서 ‘박자매’로 불릴 정도로 돈독한 사이였다. 문후보 캠프의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과 안후보 캠프의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김위원장이 서울대 1년 선배이지만 1958년생으로 나이는 동갑이다. 유신 시절 학생운동을 함께 했으며, 최근에는 여야 중도 성향 인사들이 결성한 모임인 ‘6인회’에서 같이 활동했다. 민주당 내에서 야권 연대에 주력해온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과 안후보 캠프의 유일한 현역 의원인 송호창 의원도 협상 파트너로서 이름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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