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에서 거듭나듯 행복 방정식 바꾸기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11.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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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좌절의 시대를 극복할 대안은?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는 명작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점이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불행하다’라고 썼다. 지금 이 세상의 불행한 가정들을 돌아보아도 딱 맞는 말이다. 그러니 행복의 조건은 몇 안 되지만 불행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처방전을 만드는 일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인 것이다.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 대학 정교수가 된 강상중 교수는 최근 <살아야 하는 이유>를 펴내며 우리 시대 삶의 조건과 삶의 의미에 대해 묻고 고민했다. 그는 일본의 국민 작가 소세키와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 심리학자 빅토르 에밀 프랑클, 윌리엄 제임스 등이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도달한 통찰을 들려주고, 특수한 시대적 조건에서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개인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했다.

강교수는 “행복이라는 것은 원래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좋은 상태와 나쁜 상태의 차이가 없어지고 주변에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워지면 행복감이 어떤 상태를 가리키는 것인지 불확실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행복의 합격 기준’을 설정하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행복의 발명’인데, 그동안 다들 아무 생각 없이 그러한 기준을 공유하고, 그것을 행복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행복의 합격 기준’이 굉장히 높아지면서 또 하나의 불행으로 다가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사회 시스템이 흔들거리고 개인들의 삶의 조건이 악화되어가던 와중에 발생한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유례없는 충격적 사건이었다. 2만명 이상의 생명이 순식간에 지상에서 사라지고 대지는 불모의 땅으로 변했다.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일본 전역을 뒤덮어 그야말로 생존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강교수는 과학에 대한 신앙적 숭배를 지적하며, 합리화를 기치로 발전해온 사회 시스템의 한계가 우연적인 자연 현상과 만나 대참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사회에 만연한 불안과 좌절은 대참사를 계기로 임계점을 넘어버렸고, 사람들은 통제할 수 없는 자연 현상에 대한 두려움과 현재의 삶을 떠받쳐온 토대가 무너졌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교수는 대안의 하나로 윌리엄 제임스의 ‘거듭나기(twice born)’ 개념을 강조했다. 그는 “거듭나기는 제임스가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에서 중요한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사람은 생사의 갈림길을 헤맬 정도로 마음의 병을 앓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을 빠져나간 지경에 도달하고 세계의 새로운 가치라든가 그때까지와는 다른 인생의 의미 같은 것을 포착할 수 있다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고통의 시간을 통과한 뒤에 진정한 삶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낙관론이나 행복론의 한계가 분명해진 지금, 강교수는 ‘행복의 변신론’에 따라 기존의 행복 방정식을 바꾸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가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가 죽을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 생각되어도, 마침내 인생이 끝나는 1초 전까지 좋은 인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 그러니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찾을 필요 같은 건 없다. 그리고 마음이 명령하는 것을 담담하게 쌓아나가면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는 저절로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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