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아우성 “돈 빌려가세요”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2.11.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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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비용·연체 이자 없고 최저 연 3~4%…신용대출보다 유리

ⓒ 일러스트 윤세호
워낙 높은 이자 탓에 ‘약탈적 대출’이라는 오명까지 썼던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옛 약관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출 최저 금리가 연 2~3%인 곳까지 나왔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춘 데다 금융 당국도 대출 이자 인하를 유도한 것이 주요 배경이다. 보험계약대출은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보다 낫다는 것이 재테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용대출은 금리가 높고 주택담보대출은 각종 구비서류와 수수료가 많다.

보험 대출 금리, 사상 최저 수준까지

흥국생명은 11월부터 ‘드림라이프 저축보험’의 대출 금리를 최저 연 4.29%로, 전달(4.34%)보다 0.5%포인트 낮췄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된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이다. 삼성생명은 2007~08년 판매했던 채권형 연금 상품인 ‘라이프파트너 연금보험’ 대출 금리를 연 4.0%로 적용하고 있다. 공시 이율 인하에 따라 지난 10월16일부터 대출 금리를 0.1%포인트 낮췄다.

대출 최저 금리가 연 2~3%대에 불과한 연금보험 상품도 등장했다. ING생명은 ‘오렌지월드연금’을 담보로 대출받는 고객에게 연 2.5%의 낮은 이자만 받고 있다. 보험료를 미국 달러로 납입하고 대출 역시 달러로 내주는 구조이다. ING생명 관계자는 “달러로 거래하는 방식이어서 원화 상품에 비해 훨씬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생명보험사들의 보험계약대출 최저 금리는 △메트라이프 연 3.0% △에이스생명 연 3.48% △AIA생명 연 3.5% △알리안츠생명 연 4.2% △하나HSBC생명 연 4.38% 등이다.

 각 사별 보험계약대출 최고 금리(금리 연동형)를 기준으로 보아도 시중 은행의 신용대출이나 카드·캐피탈과 같은 제2 금융권에 비해 낮은 편이다. 변동형 보험 계약의 대출 최고 금리는 현재 연 4.5~9.0%이다. 라이나생명(4.5%)과 에이스생명(6.0%) 미래에셋생명(6.1%), 농협생명(6.2%), IBK연금(6.2%) 등이 낮은 편이다. 반면, 한화생명(9.0%)과 동양생명(9.0%)의 대출 최고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보험사 금리 연동형 대출 금리는 쉽게 계산할 수 있다. 가입자의 보험 상품 적용 금리에다 1.5%포인트의 가산 금리를 얹으면 된다. 예컨대 연 2.5%짜리 연금을 가지고 있다면 대출 이자가 연 4.0%라는 얘기이다. 모든 보험사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보험계약대출의 가장 큰 장점은 부대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금융사의 대출 상품과 달리 신규 취급 및 중도 상환 수수료가 없다. 1년·2년 등 대출 만기가 따로 없다. 만기는 ‘보험 기간’이다. 30년짜리 보험에 가입했다면 30년이라는 보험 기간 내에서 수시로 돈을 빌리거나 갚으면 된다. 다만 종신보험의 경우, 일반적으로 만 80세가 만기이다. 연체 이자도 따로 적용하지 않는다. 보험 기간이 다 끝날 때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면 원금에서 정상 대출 이자를 뺀 뒤 나머지를 지급하는 식이다.

해지 환급금이 발생하는 보험 계약만 가지고 있다면 대부분 대출이 가능하다. 연금보험, 변액보험, 저축보험 등뿐만 아니라 환급금이 발생하는 보장성 보험에 대해서도 대출을 내주고 있다.

대출 한도는 해지 환급금 대비 50~95% 정도이다. 지금 당장 보험 계약을 해지했을 때 1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최대 9백5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다만 실적 배당형 상품인 변액보험의 경우 해지 환급금 대비 50% 정도로 낮은 편이다. 대출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어차피 환급금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이어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돈을 떼일 염려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전화로 신청하면 별도 심사 절차 없이 바로 대출금을 내준다.

KDB생명과 같은 곳에서는 최근 휴일에도 대출을 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돈을 굴릴 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보험사들은 최대한 대출을 많이 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전체 자산 규모가 총 6백20조원 정도인데 운용 자산 이익률이 올 들어 연 4%대로 일제히 떨어져 비상이 걸렸다. 대출 금리를 낮추거나 한도를 높이는 등 보험사 간 대출 확대 경쟁도 빚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40조원을 돌파했고 연말까지 45조원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확정 금리형 보험 가입자, 대출 금리 비교해야

일부 확정 금리형 보험 상품에 가입한 사람은 대출을 신청할 때 금리를 잘 비교해야 한다. 대출 가산 금리가 변동형과 달리 평균 2.5%포인트로 높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적용 금리 자체가 연평균 6~7%대에 달하는 것도 부담이다. 예를 들어 연 6.5%짜리 고정 금리형 연금보험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이 연금을 담보로 보험계약대출을 받을 때 연 9%의 고금리를 적용받게 된다는 얘기이다.

당국은 현재 확정 금리형 보험 상품의 대출 가산 금리를 연평균 2.0%포인트 안팎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확정형은 금리 연동형보다 더 많은 위험이 따르고 유동성 비용이 들지만, 그 폭은 0.5%포인트를 넘지 않는다. 보험사에 적정 이윤과 운영 비용을 보장하더라도 2.5%포인트의 가산 금리는 폭리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이 확정 금리형 상품의 대출 가산 금리를 낮추는 시점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가 유력하다. 다만 보험 계약을 해지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사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확정 금리형이라도 대출을 받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어떤 보험이라도 일단 중도 해지하면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해지한 뒤 나중에 같은 조건의 보험에 들려고 하면 보험료가 오르는 것도 문제이다. 연령 증가에 따른 위험률 조정 탓이다.

대출 대신 중도 인출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연 12회에 한해 1회당 해지 환급금의 50% 이내에서 돈을 받고 나중에 추가로 내는 식으로 종전과 같은 보장을 계속 받을 수 있다. 다만 중도 인출 때에는 인출금만큼 해지 환급금이나 만기 보험금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일시적으로 보험료를 낼 수 없을 때 자동 대출 납입을 신청해도 된다. 보험료가 일정 기간 자동으로 대출되어 납입되는 방식이다. 보험 계약을 계속 유지할 수 있지만 장기간 이용할 경우 적립액이 줄어드는 만큼 가급적 짧은 기간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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