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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표창원의 사건 추적] '짐승' 의붓아버지 죽인 비운의 연인

아홉 살 때부터 12년간 성적 노리개로 능욕당해 '성폭력특별법' 탄생시킨 김보은·김진관 사건

표창원│경찰대 교수 ㅣ | 승인 2012.11.20(Tue) 10: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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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7월6일 김보은양이 항소심 첫 공판을 위해 대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1992년 1월17일 자정 무렵, 충북 충주시에 있는 한 가정집에서 경찰서로 다급한 ‘강도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인근 파출소에서 경찰이 출동했을 때 강도는 이미 사라지고 방 안이 온통 어지럽혀져 있는 가운데 집주인인 듯한 성인 남자가 속옷 바람으로 여러 군데 칼에 찔린 채 피투성이가 되어 방 안 이불 위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이미 사망한 것이 확실해 보였다. 신고자인 대학생 딸은 겁에 질렸는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은 것 같았다. 울지도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곧이어 응급구조대와 형사들이 도착해 사망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 조사가 실시되었다. 잠시 후 출동한 현장감식반은 지문과 족적 등 증거 수집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버지를 여러 차례 칼로 찌르고 온 방을 뒤져 금품을 훔쳐간 강도가 여대생 딸은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 심야에 강도가 들었는데 베란다나 창문 등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전혀 없는 점, 사망한 피해자에게 전혀 반항한 흔적이 없고, 돈을 노린 강도답지 않게 다짜고짜 자고 있는 피해자를 여러 차례 찔러 ‘확실하게’ 살해한 점 등이 일반적인 강도 사건 현장과 달랐던 것이다.

남자친구에게 털어놓은 지옥 같은 시간

흉기와 집 안 여기저기에서 발견된 지문 중 가족 아닌 사람의 것이 확인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조회 결과 피해자의 딸과 같은 대학에 다니는 ‘김진관’이라는 21세 남자 대학생이었다. 사건 이틀 후인 1월19일, 경찰은 김진관을 체포한 뒤 피해자의 딸인 김보은양을 불러 아는 사람인지 확인하려 했다. 체포된 김진관을 본 김보은양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일으켜 세워주기 위해 다가간 형사에게 김보은양은 “제가 그랬어요, 제가 범인이에요”라고 중얼거렸다. 잠시 후 김보은양도 체포되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학교 가는 시간만 빼고는 집 안에 꽁꽁 묶여 지내다시피 했던 김보은양은 대학 기숙사에서 지내는 캠퍼스 생활이 너무 좋았다. 특히, 학교 행사에서 우연히 만난 친절한 남자친구 김진관군은 처음으로 세상이 따뜻하고 살 만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김진관군도 예쁘고 상냥하고 겸손한 김보은양과의 만남이 너무 좋았다. 둘은 그렇게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고 서로에 대한 호감이 우정으로, 우정이 연정으로 바뀌어가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둘 사이가 가까워지고 달콤한 행복감을 느낄수록 보은양의 가슴 한쪽에서는 어둡고 무거운 그 무엇이 마치 암 덩어리처럼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견디다 못한 보은양이 진관군에게 털어놓았다. “진관아, 미안해. 그동안 숨겨온 사실이 있어. 난 더러운 여자야. 난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 아주 힘겹게, 눈물과 함께 천천히 털어놓은 보은양의 고백은 충격 그 자체였다.

9살 어린 나이부터 12년 동안 함께 사는 의붓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며 살아왔다는 내용이었다. 사랑하는 여자친구의 가슴속 응어리를 알게 된 진관군도 보은양의 아픔과 슬픔, 고통을 공감하며 오열했다. 둘은 그렇게 손을 맞잡고 밤새도록 울었다.

진관군은 보은양에게 ‘괜찮다’고 했다.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 서로 사랑하며 앞으로 잘 지내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진관군의 참사랑에 감동하면서도 의붓아버지에게 짓밟히고 더렵혀진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미안했던 보은양은 한사코 헤어지자고, 자신을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진관군은 그런 보은양을 설득했다. 진심 어린 진관군의 다짐과 설득에 보은양도 마음을 열었다. 둘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헤어지지 않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어두운 과거보다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바로 ‘현재와 미래’, 즉 여전히 보은양을 성적 노리개로 여기며 소유하고 있는 의붓아버지가 남자친구의 존재를 인정하고 교제를 허락하며 자신을 놓아줄 것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마음을 굳게 먹은 진관군과 보은양은 함께 보은양의 의붓아버지 김영오씨를 찾아갔다. 간절하고 애절하게 눈물 어린 호소를 했다. 둘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고 서로 아끼고 의지하며 교제할 테니 둘 사이를 인정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김영오씨는 완고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 자꾸 그러면 둘 다 죽여버리거나 잡아넣어버리겠다’라며 겁박했다. 젊은 연인이 상대하기에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 총무과장이었던 김영오씨는 너무 강하고 노회했다.

진관군은 보은양에게 ‘차라리 경찰에 신고하고 그동안 김영오가 저지른 모든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보은양은 ‘아버지는 검찰 간부라서 경찰도 손대지 못한다. 소용없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미 어린 시절 너무 무섭고 아파서 경찰에 신고해보았지만 집에 찾아와 김영오씨에게 꾸벅 인사만 하고 돌아가는 경찰관들을 보며 좌절했던 경험도 얘기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검찰은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이었다. 아예 ‘대검찰청 예규’에 법무부 소속 직원의 범죄 혐의는 오직 검찰만 수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기까지 했을 정도이다. 두 사람은 절망했다. 근친 강간범이 이미 대학생이 되어 연인을 만난 의붓딸을 옥죄며 통제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그가 막강한 검찰 간부 신분이다 보니 경찰도, 그 누구도 구하거나 도와줄 수 없는 암담한 처지였던 것이다.

분노와 좌절감에 사로잡힌 두 사람은 갈등과 고민, 망설임 끝에 끔찍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근친 강간범 김영오를 살해하고 강도로 위장한 뒤 ‘자유를 찾자’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살인 범행은 성공했지만 강도 위장은 실패해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김영오가 김보은양의 의붓아버지가 된 것은 보은양이 일곱 살 때 보은양 어머니와 김영오가 결혼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처음 2년간은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보은양이 아홉 살이 되던 때부터 김영오의 성폭행이 시작되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의붓아빠’의 탈을 쓴 짐승 김영오는 수시로 어린 보은양을 성폭행했고, 처음에는 보은양 엄마 몰래 은밀하게 성폭행을 했지만 한 번 들킨 뒤로는 아예 노골적이고 공개적으로 성폭행을 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김진관군 석방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REUTERS
엄마와 딸 동시에 성폭행

때로는 엄마와 어린 딸을 동시에 성폭행하는 악행도 서슴지 않았다. 김영오는 보은양이 열두 살이 된 이후로는 생리 중에도 성폭행을 했고, 목욕을 하고 있는 중에도 밀고 들어와 성폭행을 했다. 거의 매일 성폭행을 했던 것이다.

때로는 음란 비디오를 가져와 보여주며 그대로 따라 하기를 강요하는 등 온갖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성행위를 요구했다. 너무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워 경찰이나 지인에게 알리려 시도하기만 하면, 김영오는 식칼과 쥐약을 가지고 와 ‘다른 사람에게 한마디만 뻥긋 하면 다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검찰 직원으로 지역의 권력자였던 김영오는 실제로 모녀를 죽여버리고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고 무마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12년간 김보은양 모녀는 짐승 같은 김영오에게 지배당한 채 성적 노리개로 능욕당하고 짓밟히며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던 것이다.

아들의 체포 소식은 김진관군 부모에게 그야말로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그 누구보다 착하고 순해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해치치 않는 성격인 아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니,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경찰서 유치장을 찾아가 아들을 면회하고 담당 형사를 만나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진관군의 부모는 충격을 딛고 아들을 도울 길을 찾았다.

그때 떠오른 것이 1년 전에 발생했던 아동 성폭행 피해자 김부남씨의 가해자 송백권 살해 사건이었다. 당시에 김부남씨를 위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거리로 나서며 몸을 아끼지 않고 발 벗고 나섰던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찾아가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곧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지원 단체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어 ‘김보은·김진관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고, 22명의 무료 변호인단도 구성되었다. 대책위원회와 이들은 또 1년 전 발생한 김부남 사건과 연계해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폭행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방청객으로 가득 찬 법정에서 재판이 시작되었다. 변호인단은 “막강한 권력자인 검찰 간부 가해자에게 항거할 수 없고 경찰 등 외부의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지속적인 성폭행과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던 김보은양과 그녀를 도운 김진관군의 행동은 스스로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해 무죄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1년 전 김부남 피고인의 경우와 달리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장애로 인한 심신 미약도 인정하지 않았다.

1992년 4월4일 1심 법원은 두 사람의 살인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김진관 피고인에게 징역 7년, 김보은 피고인에게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피고측은 즉시 항소를 제기했고 항소심은 김진관 피고인에게는 징역 5년의 실형을, 그리고 김보은 피고인에게는 징역 5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오랜 세월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라는 정상을 참작한 것이다. 1992년 12월22일 대법원이 피고측의 상고를 기각해 형량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 특별 사면을 단행해 김보은양은 사면 및 복권되었고, 김진관군은 잔여 형기의 절반을 감형받았다. 김진관군은 1995년 2월17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법’은 여전히 성폭행범에 관대하고 피해자에겐 가혹

   
1992년 서울기독교회관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성폭력특별법제정을 위한 공동결의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부남 사건 당시부터 거세게 제기되었던 ‘성폭력특별법’ 제정 요구는 김보은·김진관 사건으로 다시 불타올랐다. 결국 1994년 1월5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그해 4월부터 시행되었다.

김부남씨와 김보은양의 비극이 우리 사회에 아동 대상 성폭행 문제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을 일깨우고 성폭력특별법 제정에 이르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과 법조인들은 아동성폭행범에게는 관대하고 피해자에게는 가혹하다. 어린 김부남·김보은 피해자와 같은 나이인 아홉 살 어린 나영이를 성폭행하며 짓밟고 물어뜯어 장기를 몸 밖으로 끄집어내고 얼굴을 훼손한 짐승 같은 조두순에게 ‘술에 취한 상태’라서 감형한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한 것이 한 예이다.

2010년 12월에는 15세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임신하고 출산하게 한 42세 노 아무개씨에게 “초범이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며, 이혼 후 자녀 양육에 최선을 다했다”라며 1심 형량인 10년을 7년으로 감형한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03년 미국에서 8세 의붓딸을 강간한 43세 패트릭 케네디에 대해 사형 선고를 내린 루이지애나 주 법원이나 인터넷에서 아동 음란 사진 20장을 다운받아 소지하고 있던 전직 교사 버거 씨에게 한 장당 10년씩 징역 2백년형을 선고한 애리조나 주 법원의 단호한 태도와 사뭇 비교된다. 최근 전자발찌나 신상 공개, 화학적 거세 등 ‘형사 처벌이 아닌 재범 방지를 위한 보안 처분’이 마치 ‘강화된 처벌’인 듯 호도되고 있다. 실제 처벌처럼 사용된다면 헌법에 금지된 이중 처벌로 인권 침해요, 위법이다. 처벌이 아니라면 이들 보안 처분을 이유로 단기간 형별을 부과하는 법원의 판결은 성폭력특별법 제정 취지를 무시하는 월권이다.

제2의 김부남·김보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아동 대상 성폭행의 신고율을 높이고, 경찰의 수사 전문성을 향상시키며 피해자 보호 대책을 개선해 기소율을 높여야 한다. 또 검찰의 인식 개선과 전담 검사 지정을 통해 유죄 판결 확률을 높이며, 판사 대상 교육 강화와 인식 개선을 통해 입법 취지에 맞게 충분한 형량 선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 아동, 방임과 학대가 이루어지는 가정에 대한 사회적 개입과 지원 및 보호책의 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악의 근친 성폭행범 요제프 프리츨

   
친딸을 24년 동안 감금시켜놓고 성폭행한 요제프 프리츨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 REUTERS
2008년 4월 오스트리아가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있었다. 친아버지가 딸을 24년간 캄캄한 토굴 속에 감금해놓고 강간해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도 비엔나에서 약 1백50km 떨어진 작은 도시 암스테텐의 병원에 컬스틴이라는 19세 소녀가 할아버지와 함께 오면서 사건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소녀는 국가 보건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병원은 규정에 따라 소녀를 응급실로 데려가 정밀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소녀의 아버지 요제프 프리츨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다가 벽장 뒤에서 비밀 출입구를 발견했다.

복잡한 전기 설비가 되어 있어 특수 리모컨이 없으면 열 수 없는 비밀 문을 해제하고 들어간 경찰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건물 밑 지하에 마치 전쟁 중 비밀 피난처 같은 토굴 형태의 방들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경찰의 수사를 통해 드러난 더욱 놀라운 일은, 엘리자베스가 지난 24년간 이 지하 토굴에 감금된 채 아버지 요제프에게 성폭행을 당해왔고, 73세의 아버지 요제프 프리츨이 컬스틴과 두 사내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라는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엘리자베스와 함께 나타난 3명 외에도 요제프의 근친 강간으로 태어난 아이가 4명이 더 있었는데, 그중 3명의 아이들은 이미 프리츨 부부가 정식 입양 절차를 거쳐 키우고 있었고, 한 아이는 지하 토굴에서 비밀 출산 후 방치해 사망하자 시체를 불에 태운 후 유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가부장적 권력과 통제, 기만과 위장에 기반한 ‘철저한 이중생활’이 그 답이다. 요제프는 평생 부인과 자식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지배했다. 집안의 모든 의사 결정은 아버지 요제프가 내렸고, 부인과 자녀들은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못하고 복종해야 했다.

요제프는 집 밖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함으로써 누구도 자신과 가족에 대해 의심할 여지조차 남기지 않으려 애썼다. 지하 토굴을 구축하고, 자신의 전기 기술을 이용해 리모컨으로만 열리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비밀 출입문을 만들었다.

그 후 자신의 딸 엘리자베스를 토굴 안으로 유인한 후 벽에 팔을 묶고 강간했다. 수차례 강간한 후 딸에게 자신을 찾지 말라는 내용의 가출 편지를 쓰게 하고는, 이를 본 부인과 함께 경찰에 가출인 실종 신고를 낸 것이다. 그 후 겉으로는, ‘평범한 전기 수리공’이지만, 지하 토굴에서는 ‘딸을 감금해서 만든 자신만의 강간 왕국의 제왕’이라는 이중생활을 해온 것이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마다 몰래 집 밖에 가져다 둔 뒤 ‘버려진 아이를 발견해 입양’하는 착한 시민 흉내를 냈고, 이에 그의 부인과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감쪽같이 속아넘어갔다. 하지만 세 번 이상 같은 속임수를 쓸 수 없었던 요제프는 나머지 아이들을 지하 토굴에서 사육하다시피 키웠고,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지하 골방에서 19년을 살았던 컬스틴이 결국 평생에 걸친 산소 부족과 영양 불균형 등으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게 되어 그 전모가 밝혀진 것이다.

경찰에 체포된 요제프는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딸 엘리자베스와 성관계를 맺고 아이들을 출산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서로 사랑해서, 동의하에’ 맺은 성관계라고 우긴 것이다. 지하 토굴 생활 역시 어머니와 세상으로부터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엘리자베스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엘리자베스는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의 설득 끝에 ‘평생 자신과 아이들이 요제프를 만나지 않도록 해줄 것’을 보장해준다는 조건하에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요제프가 엘리자베스를 강간하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열한 살 되던 해였다. 그러다 그녀가 18세가 된 1984년 8월8일, 엘리자베스가 다른 남자를 만나 떠날 것을 두려워한 요제프가 그녀를 지하 토굴로 유인해 감금한 것이다.

범행을 부인하던 요제프 프리츨은 법정에서 자신의 딸이자 근친 강간 피해자인 엘리자베스가 행한 구체적인 진술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11시간 동안 시청하면서 심리적으로 무너졌고,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 그리고는 곧 정신과 의사의 진단과 함께 ‘심각한 인격 장애’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요제프는 자신의 범행 동기에 대해 “딸을 바깥 세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감금했다. 당시 엘리자베스는 규칙을 전혀 지키지 않았고, 밖에서 술집을 드나들며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세상의 악영향으로부터 딸을 보호하려 했다”라고 주장해 오히려 자신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증폭시켰다.

오스트리아 검찰은 요제프 프리츨에 대해 ‘근친 아동 성폭행, 강간, 감금, 강요 및 방임에 의한 영아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2009년 3월에 열린 재판에서 요제프 프리츨은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고 종신형을 언도받았는데, 재판부는 프리츨을 정신질환이 있는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치료감호소에 수감할 것을 명령했다.

요제프는 판결 선고 전 최후 진술에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금에 와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후회했다.

 


 

Series) 표창원 교수의 사건 추적


1. 악마가 된 외톨이의 빗나간 분노의 돌진
- 1991년 10월 여의도 광장 차량 폭주 사건

2. 미군에 희생된 꽃다운 청춘의 절규
- 1992년 10월 동두천 주한 미군 범죄 희생자 윤금이씨 사건

3. 남자친구의 환심 사려 끔찍한 범행
- 1990년 유치원생 곽재은양 유괴·살해 사건

4. 만삭의 여인이 벌인 잔혹한 범죄
- 1997년 8월 박초롱초롱빛나리양 유괴 사건

5. 자녀 학대가 부른 끔찍한 패륜 범죄
- 2000년 5월 과천 토막 살인 사건

6. 고희 되도록 못 버린 ‘그놈의 도벽’
- 권력자 울리고 서민 웃겼던 대도 조세형 사건

7. 악마로 변한 살인자의 두 얼굴
- 1998년 부천 비디오 가게 살인 사건

8. '살인자' 꿈꾼 소년의 잔혹한 범행
-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다 잠자던 동생 도끼로 내리쳐

9. "나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다"
- 아홉 살 때 성폭행당한 여성이 20년 후 가해자 살해 ‘아동 성폭력’ 심각성 알린 김부남 사건

10. '짐승' 의붓아버지 죽인 비운의 여인
- '성폭력 특별법' 탄생시킨 김보은·김진관 사건

11. "유전 무죄, 무전 유죄" 탈주범의 절규
- 1988년 탈주범 지강헌 일당의 인질범 사건
 

12. 법대 여대생 꿈 짓밟은 판사 장모의 편집증
- 미행과 감시, 위협하다 킬러 고용해 살해

13. 기막힌 살인 누명 쓴 '억울한 3인조'
- 경찰, 가상 사건 꾸며내 범인으로 몰아, 2001년 속초 콘도 살인 암매장 사건

14. 무고한 인명 앗아간 '지옥 지하철'
- 1백92명 사망, 1백48명 부상한 최악의 사건,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15. 탐욕스런 선수들의 썩은 스포츠 정신
- 조폭과 승부 브로커들, 금전 동원해 선수 유혹한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

16. 무참하게 행복 짓밟힌 한 가족
- "웃음소리에 화가 나 살인했다"...2010년 서울 신정동 묻지마 옥탑방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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