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화 성공하려면 브랜드 파워부터 키워라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2.11.2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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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읽는 뉴스는 공짜다.” 그동안 영국 독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공영방송 BBC의 뉴스도 공짜였고, 검색 엔진이 제공하는 뉴스 사이트도 무료였다. 영향력 있는 신문들은 자사 웹사이트에 과거 기사를 포함한 모든 기사를 무료로 공개해왔다.

그러나 최근 2~3년 동안 뉴스 소비를 둘러싼 환경은 바뀌었다. 그 선두에는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있다. FT는 웹 사이트의 검색을 미터제(일정 뉴스 수를 무료로 열람한 뒤 이후는 유료로 이용하는 방식)로 실시해왔다. 무료 회원도 이름과 전자메일을 반드시 등록하게 했다. 무료 뉴스는 초기에 월 30개를 제공했지만 점점 줄여나갔다. 현재 종이 신문과 인터넷판과 모바일 디바이스 뉴스에 모두 가입하면 매주 13.5파운드(약 2만3천원)를 내야 한다. 온라인 콘텐츠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구독은 주 6.79파운드(약 1만1천6백원), 일부만 이용할 수 있는 스탠더드 구독은 주 5.19파운드(약 8천9백원) 등 차별화된 가격 체계를 갖추고 있다.

FT는 2012년 상반기 독자 수를 발표했는데, 온라인 독자가 종이 신문 독자를 추월했다. 온라인 유료 구독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31%가 증가해 30만1천4백71명을 기록했다. 이는 종이 신문 발행 부수인 29만7천2백25부를 넘어서는 수치이다. 특히 온라인 회원 수(무료)는 전년 동기 대비 29%나 증가한 4백80만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종이와 온라인을 합친 글로벌 유료 독자는 전년에 비해 2% 증가한 59만9천명에 달한다.

FT는 경제지이다. 타깃이 분명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는 온라인에 최적화된 경영 방침을 성공의 비결로 꼽는다. FT 웹사이트 담당 임원인 롭 그림쇼는 “FT는 ‘인터넷판’이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과 같다는 방침을 일관되게 가져갔다”라고 말했다. 소매점은 상품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기사의 질이 중요하다. 하지만 값을 지불하는 절차도 쉬워야 했다. 그림쇼는 “등록하고 가입한 뒤 지불하는 과정을 철저하게 단순화하는 것이 먹혔다”라고 설명했다. 광고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FT는 인터넷판 수입만으로 회사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경영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FT의 성공은 영국의 다른 신문사에도 전환점이 되었다. 2010년 6월, 더 타임스는 일요판 ‘선데이타임스’와 함께 묶어 온라인 뉴스를 유료화했다. 하루 1파운드(1천7백원), 주당 2파운드(약 3천4백원)의 요금을 매겼다. 온라인 회원으로 구독하지 않으면 한 줄도 읽을 수 없게 만들었다. 유료화하고 반년 뒤인 2011년 1월 더 타임스의 인터넷판 구독자 수는 약 11만9천명, 선데이타임스의 구독자는 약 11만3천명을 기록했다. 종이 신문의 구독자는 인터넷판 기사를 무료로 읽을 수 있다. 따라서 종이 신문의 발행 부수(더 타임스 40만부와 선데이타임스 96만부)를 합치면 1일 독자 수가 더 타임스는 52만명, 선데이타임스는 1백8만명으로 늘어난다. 영국 신문업계에서는 더 타임스의 결과를 ‘성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른 영국 신문들은 주로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디바이스용 기사로 유료화에 도전하려고 한다. 일부 신문사는 아마존 킨들을 통한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질 높은 무료 정보가 넘치는 영어권 인터넷 환경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파워이다. 그림쇼는 “종이가 아닌 수많은 기사가 난무하는 인터넷판에서 열독률을 유지하려면 결국 브랜드 파워가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 사람들은 브랜드가 있는 기사에 대해서만 디지털로 읽을 때 돈을 지불하려고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신문의 성공을 바라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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