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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고!” 네 바퀴가 총알보다 빠르다

시속 1,609km에 도전하는 자동차 탄생 일반 자동차 1천대에 육박하는 힘 갖고 있어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2.11.27(Tue) 16: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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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최고 시속 1천6백9km에 도전할 ‘총알보다 빠른’ 초음속 자동차가 등장했다. 약 4년간의 제작 기간을 거쳤다. 그 주인공은 ‘블러드하운드 슈퍼 소닉 카(SSC)’. 시속 1천6백9km(1천마일)는 얼마나 빠른 것일까.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15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속도이다. 파워가 강한 매그넘 357 권총 탄알(시속 1천5백62km)도 앞지르는 엄청난 속도이다. 블러드하운드 SSC의 최고 목표는 2014년 안에 자동차 최고 속도 기록에 도전하는 것이다.

블러드하운드 SSC는 영국 벤처기업인 블러드하운드(Bloodhound) 사가 제작 중인 최첨단 자동차이다. 1천만 파운드(약 1백80억원)가 투입된 야심찬 프로젝트이다. 이 초음속 자동차에는 엔진으로 팰컨 사의 하이브리드 로켓이 장착되고, 음속 돌파를 위해 최신예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에 탑재된 EJ200 터보 제트 엔진도 장착되어 포뮬러1(F1) 경주용 자동차 1백80대의 추진력을 합친 것과 맞먹는 힘을 내게 된다. 일반 자동차 1천대의 힘에 육박한다. F1 차량의 V8 엔진도 동시에 장착된다.

총 3개의 엔진이 뿜어내는 출력은 13만5천 마력이다. 먼저 EJ200이 시속 5백km 정도로 가속시켜주고, 여기에 하이브리드 로켓이 합세해 자동차를 시속 1천6백km까지 끌어올린다.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의 무게는 4백kg에 달하지만 힘은 훨씬 강하다.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은 영국에서 가장 큰 크기이다. 직경만 45cm에 달한다. 결국 시속 1천6백9km를 돌파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는 제트 엔진과 로켓인 셈이다. 그런 까닭에 블러드하운드 SSC를 날개 없는 전투기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속도를 늦출 때는 에어브레이크와 낙하산 두 개가 동원된다.

길이 13m의 날렵한 모양을 한 블러드하운드 SSC는 폭 6m에 탄소섬유와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감싸 6.4t의 무게로 설계되어 있다. 차체 디자인은 연필을 본떠 매끈한 유선형으로 표현했다. 연필 모양의 디자인은 바람의 저항을 최소로 줄여준다. 디자인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10번 이상 변경되었다. 그만큼 에어로 다이내믹(공기 역학)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이다.

블러드하운드 SSC는 출발 42초 만에 시속 1천6백9km로 달린다. 이러한 최고 속도의 음속 자동차 개발은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오랜 꿈이다. 현재 지상의 가장 빠른 자동차로 기록된 것은 제트기 엔진 두 개를 개조해 만든 ‘스러스트(Thrust) SSC’이다. 1997년 미국 네바다 주 블랙록 사막에서 시속 1천2백28km를 돌파해 유일하게 지상에서 공식적으로 음속을 넘긴 자동차로 기록되어 있다. 소리는 한 시간에 약 1천2백24km를 간다. 하늘에서는 이미 콩코드 여객기가 음속을 넘겼지만, 지면과의 마찰이 불가피한 지상에서는 여전히 실험 단계에 있다.

2014년 자동차 최고 속도 대기록에 도전할 무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이곳에서 내년에 먼저 시험 주행을 할 예정이다. 시험 주행에 앞서 지난 10월3일 영국 콘월 공군기지에서 하이브리드 엔진의 첫 번째 테스트를 거쳤다. 몇 달 동안 계획한 시운전이 이날 단 20초 만에 끝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계획했던 대로 엔진 노즐에서 화염이 안정적으로 분출되었고, 원하는 출력을 얻었다. 첫 주행에서 블러드하운드 SSC의 기록은 시속 1천2백21km였다. 내년 시험 주행에서는 현 최고 기록인 시속 1천2백28km를 깨뜨린 후, 2014년에 최고 목표인 시속 1천6백9km에 도전할 예정이다. 앞으로 블러드하운드 SSC가 엔진 공학 분야에서 해낼 놀라운 일을 지켜보자.

소닉붐 극복해야 인간의 한계에 도전

음속을 돌파할 때 자동차가 겪는 어려움은 소닉붐(폭발음)의 발생이다. 소닉붐(sonic boom)은 음파가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충격파(shock wave)’이다.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게 되면 주변 공기가 밀려나면서 압력을 전달하는 파동이 소리의 속도(시속 1천2백24km)로 퍼진다. 그런데 자동차가 음속 이상으로 날아가면 기체 앞쪽으로 퍼지는 공기 파동을 따라잡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주변으로 퍼지는 공기 파동 여러 개가 서로 뭉쳐져 V자형의 강한 충격파가 발생한다. 음속을 돌파하는 순간 뭉쳤던 파동이 흩어지면서 강한 충격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충격파가 우리 귀에 도달할 때는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폭발음으로 느껴진다. 1997년 미국 네바다 주 블랙록 사막에서 스러스트 SSC가 음속을 돌파할 때도 굉음이 들렸다. 보통 초음속 비행기나 자동차가 지나갈 때 두 번의 소닉붐을 듣게 되는 것은, 물체의 앞부분과 꼬리 부분에서 발생하는 급격한 압력의 변화 때문이다. 또한 음속으로 달릴 때 스러스트 SSC 주변에는 불규칙한 모래바람이 생겼는데, 이 모래바람은 차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따라서 이런 장애 요소들을 잘 이겨내야 블러드하운드 SSC가 무사히 최고 목표인 시속 1천6백9km를 달릴 수 있다.

운전자는 중력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음속을 돌파하는 차를 몰 때 운전자는 지구 중력의 2.5배에 이르는 힘을 받는다. 이 가속도 또한 이겨낼 수 있어야 최고의 음속을 돌파할 수 있다. 블러드하운드 SSC 개발의 연구 책임자는 스러스트 SSC의 개발자인 리처드 노블이 맡고 있고, 블러드하운드 SSC를 운전할 조종사는 1997년 스러스트 SSC를 몰아 최고 속도 기록을 세웠던 앤디 그린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소리보다 빠른 자동차를 만들고 싶은 무모한 도전을 하려는 것일까. 단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지상 속도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아니다. 리처드 노블에 따르면, 공기 역학, 물리학, 기계공학, 화학, 재료과학, 설계 및 디자인 등 현대 과학기술의 총체인 블러드하운드 SSC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과학적 영감을 전달하겠다는 교육 목적이 크다.

지난해 4월 실제로 영국 버밍햄 조세프 레키 칼리지(Joseph Leckie College)의 학생들은 블러드하운드 SSC의 교육 프로젝트의 일환인 ‘모형 자동차의 지상 최고 속도 기록’ 경신에 참가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 결과 세계 기록을 세워 기네스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도전은 학생들의 상상력과 모험심을 자극해 실제 기술 개발로 연결된다. 또한 경제적 가치의 극대화로도 이어지는 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소리보다 빠른 자동차 개발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일이 아닐까. 1969년 7월20일,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구촌을 흥분과 환희에 휩싸이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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