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 내용 정하고 중복 줄이는 것이 상책
  • 이민정│재테크 컨설턴트 ()
  • 승인 2012.11.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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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살림 어렵다고 무턱대고 해약하면 손해

ⓒ 시사저널 이종현
치킨체인점을 운영하던 이정길씨(45)는 최근 장사가 안 되어 가게를 접고 새 일을 찾아보고 있다. 막상 새 일을 찾고자 나섰으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애가 타고 있다. 매달 나가는 돈이라도 줄여보려고 해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없어 고민이 많다. 이연경씨(31)는 출산을 앞두고 휴직 중이다. 맞벌이를 하다가 쉬다 보니 수입이 줄어들었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을 줄이고자 제일 먼저 보험 상품을 해약하려고 살펴보니 자신이 낸 돈에 비해 턱없이 적은 돈을 돌려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굳이 여러 가지 경제지표를 말하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요즘이다. 경제 위기가 단시간에 극복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가정에서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들을 줄여보려고 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보험이다. 대부분의 보험 상품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을 불입하는 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 가장 먼저 보험 해약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경제 상황이 조금 좋아지게 되면 다시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무턱대고 해약을 먼저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보장성 보험 지출을 줄이거나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으니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자.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보장성 보험은 대개 지인의 부탁으로 가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보장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보장성 보험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가장이라면 가장 유고에 대비한 사망보험금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면 진단비와 의료실비보험을 준비하면 된다. 그 기준에 맞추어서 자신이 가입한 보장 상품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고 조정할 보험 상품들을 추려낸다.

가장의 유고 대비한 사망보험 필수

의료실비보험은 내가 낸 병원비를 돌려주는 상품으로, 중복 보상되지 않는다. 의료 실비를 제외한 사망보험금, 진단비, 수술비, 입원비는 중복 보상이 되기 때문에 중복되어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보장을 크게 받고자 중복해서 가입했겠지만, 단기간에 납입이 완료되지 않는 보험 특성상 앞으로도 고정 비용을 줄이고자 한다면, 중복되는 보장을 줄이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만기가 각각 다른 상품들이라면 만기가 긴 것을 남기고 만기가 짧은 것을 먼저 해약하는 것이 순서이다.

가입한 보험의 개수가 많지 않고 하나의 보험으로 준비한 상태에서 보험료를 줄이려면 부분 해약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보험 상품은 크게 주계약과 특약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약별로 선택적으로 해약할 수 있어 전체 보험을 해약하지 않으면서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가령 사망보험금을 1억원에서 5천만원으로 줄일 수 있다. 특약으로 부가되어 있는 암 진단비를 5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줄일 수 있다.

가입한 지 오래되어서 납입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보험의 경우 ‘완납’이라는 제도가 있다. 보험은 동일한 날짜에 동일한 조건의 사람이 가입해도 납입 기간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진다. 한꺼번에 보험료를 다 내는 경우에 납입하는 보험료가 가장 저렴하게 구성되어 있다. 현재 납입 중인 보험을 ‘일시 완납’이라는 제도를 활용하면 납입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면서 보장은 만기까지 누릴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납입 기간이 많이 남았다면 추가적인 부담이 있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면 돈을 더 내지 않아도 완납 처리가 될 수 있으니 해당 보험사에 알아보면 된다. 그만큼 여력이 생기기 때문에 고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가장의 유고를 대비한 사망보험을 종신보험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종신보험의 정확한 뜻은 보장 기간이 종신이라는 것이다.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은 종신보험 말고도 정기보험 형태도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한 번은 사망하기 때문에 사망보험금을 종신보험으로 준비했을 경우 보험료가 비싼 반면, 정기보험은 말 그대로 기간을 정해서 보장을 받으므로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자녀가 독립할 때까지는 가장의 사망보험금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 뒤에는 사망보험금의 필요성은 줄어든다. 그 기간을 정하고 사망 보장을 정기보험으로 준비하면 보험료를 상당히 줄일 수 있게 된다.

손해보험, 적립금 조정 가능

아직까지 많은 사람이 보험을 저축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보장 여부와 상관없이 만기가 되면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받고자 ‘환급형’을 선호한다. 보험에는 크게 순수 보장형과 만기 환급형이 있다. 만기 환급형은 보장 부분에 적립금을 더해서 보험료가 더 비싸진다. 그리고 순수 보장 형태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의 종류가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생명보험의 경우 애초에 합산되어 보험료가 산출되기 때문에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 손해보험의 경우 적립금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가령 자신이 가입하고 있는 보장성 보험을 살펴보고 그중 보장성 금액과 적립 금액을 나누어서 보면 전체 보험료 중 적립 부분이 꽤 많이 있다. 그 적립금을 줄이면 보장받는 부분을 줄이지 않더라도 매달 납입하는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20년 납입하고 100세가 되어야 환급률이 100%가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적립금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보험 상품에는 장기간 납입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 상품이 많다. 그중 대표인 제도가 유니버설 기능이다. 이 제도는 납입하는 기간 중에 보험료 납입이 어려워졌을 경우 적립된 금액에서 보장받는 보험료만큼을 대체해준다. 납입한 지 최소 2년 혹은 3년(회사마다 차이가 있다.)이 지나게 되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납입할 수 없다면 이 제도도 의미가 없지만, 이직이나 휴직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납입에 어려움이 있다면 활용하면 좋은 제도이다. 적립된 부분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만기 때 환급률은 당연히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일정한 적립금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 기능을 사용하게 되면 해약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일시적인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 보험 상품이 출시되고 텔레비전을 켜면 보험 광고가 계속된다. 왠지 필요할 것 같아서 가입하게 되는 보험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보험료 지출이 많아지는 경우가 많다. 하나하나 보면 그 금액은 얼마 되지 않지만, 가족 전체를 합쳐보면 꽤 많은 금액을 차지한다. 사람마다 소득이 다르고, 지출 항목이 다르기 때문에 얼마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다만 자기 수입에서 보장과 관련된 보험료의 비율을 정하고, 수입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에 따라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보장성 보험은 전체 수입에서 10% 내외로 정하는 것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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