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직도 메신저로 보이니?”
  • 엄민우 (bestmw1@naver.com)
  • 승인 2012.11.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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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시장 평정한 카카오 모바일 플랫폼 시장 패자로 등극 채비

지난 6월12일 서울 역삼동 C&K 빌딩 ㈜카카오 대회의실. 수백 명이나 되는 직원이 모이는 화요일 정례회의인지라 회의실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지각자는 회의실 바닥에 앉아야 했다. 이제범·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뒤늦게 회의실에 들어왔다. 두 공동대표는 아무 말 없이 바닥에 앉아 회의가 끝날 때까지 논의 내용을 경청했다. 카카오 직원이 두 대표 사진을 찍어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 게시물 밑에는 ‘이것이 카카오의 힘’이라는 설명글이 함께 올라왔다.

카카오는 상사와 충돌을 권한다. 사훈에는 충돌이 포함되어 있다. 카카오 직원은 윗사람에게 반대 의사를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윗사람도 아랫사람의 도발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임직원은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 직함을 부르지도 않는다. 일개 대리급 사원이 최대 주주이자 사내 1인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브라이언’이라고 부른다. 수평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장치이다. 프로젝트마다 임직원 이동도 잦다. 필요할 때마다 순식간에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진다.

카카오가 가진 혁신적 조직 문화는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만들어냈다. 스마트폰 액정은 카카오톡 배경색인 노랑으로 물든 지 오래다. 카카오는 다시 비약을 모색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기초해 게임, 쇼핑, 뉴스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는 모바일 플랫폼에 제국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카카오는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평정하고 NHN이 인터넷에서 구축한 입지를 넘어서는 업체로 성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월20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카카오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 카카오톡 제공


영세 게임업체들도 카카오 통해 ‘대박’

카카오톡은 서비스 초기 문자메시지를 대체할 기술로만 여겨졌다. 메신저 서비스는 시작일 뿐이었다. 메신저를 통해 끌어모은 3천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제는 모바일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지난 9월 시장조사 업체 메트릭스가 2천5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이용률 1위와 2위는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가 차지했다. 페이스북이 3위를 기록했고, 기존 PC 기반 인터넷 플랫폼의 최강자 네이버는 4위에 머물렀다. 길거리에 나가보아도 알 수 있다. 지하철을 타고 있는 승객들의 스마트폰 액정을 보면 대부분 카카오톡 대화를 하거나 카카오 서비스 게임을 하는 모습이다. 이제 카카오는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가장 먼저 다운받아야 하는 온 국민 필수 어플리케이션이 되었다.

‘플랫폼’은 기차에서 내리고 타는 곳을 의미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기차와 승객을 만나게 해주는 곳’이다. 일종의 공간적 개념이다. 승객들은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기존 PC 기반 인터넷에서는 포털이 기본 플랫폼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인터넷 주소창에 해당 사이트의 URL(인터넷 주소) 알파벳을 일일이 입력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을 먼저 띄워놓고 그곳에서부터 뉴스 보기, 쇼핑 하기 등 원하는 업무를 시작한다.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곳, 그것이 플랫폼이다.

모바일 플랫폼은 이러한 개념을 스마트폰에 그대로 옮겨와 적용한 것이다. 모바일 플랫폼은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할 때 거쳐야 할 곳을 의미한다. 카카오가 기존 검색 포털들을 누르고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PC와 스마트폰의 차이 때문이다. 박용후 카카오 커뮤니케이션 전략 고문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플랫폼이 검색 중심에서 커뮤니케이션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스마트폰은 24시간 꺼지지 않는 PC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전화번호를 저장한 지인들과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을 기반으로 한 것이 모바일 플랫폼 성공의 핵심이다”라고 전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모바일 플랫폼에 대해 “플랫폼의 정의는 무엇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참여시키고 어떻게 연결할까가 핵심이다”라고 전했다.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는 ‘링크’를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와 사용자를 잇고 정보를 흐르게 해주는 것이 카카오가 제공하는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이다.

(왼쪽)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오른쪽) 이제범 카카오 공동대표 ⓒ 카카오톡 제공

링크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는 점차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로서는 게임 부문의 변화가 가장 크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카카오톡이 게임 제작사들에게 먼저 접촉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반대가 되어서 게임회사들이 카카오톡에 들어가고자 줄을 선다. 예전에 언론사가 포털에 들어가고 싶어 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카카오 플랫폼이 업계 전체에 변화를 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게임 플랫폼은 영세 게임업체들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다. 애니팡 제작사 선데이토즈의 허일양 팀장은 “카카오 플랫폼 덕에 예전에는 빛을 못 보던 게임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우리도 원래 직원 수가 20여 명 남짓한 작은 게임회사였는데 카카오 플랫폼이 없었으면 이 정도 성공은 못 거두었을 것이다. 우리뿐 아니라 많은 소규모 게임업체들이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전했다. 애니팡은 카카오 게임에 입점한 후 그전에 비해 매출이 무려 4백배 늘어났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드래곤플라이트 게임의 제작사 넥스트 플로어도 애니팡 못지않게 대박을 냈다. 넥스트플로어는 전체 직원 수가 10명이 채 안 되는 영세 게임회사이다. 김민규 대표가 직접 개발을 맡고 있다. 김민규 대표가 만든 게임 드래곤플라이트는 카카오 게임 플랫폼에 들어온 후 매출이 무려 2천8백배 늘어났다. 카카오 관계자는 “넥스트플로어측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언론에 대응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영세한 게임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카카오는 이것이 바로 ‘링크’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의 비밀이라고 전한다. 박용후 고문은 “애니팡은 검색이 아니라 친구들의 추천을 통해 퍼져나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수많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허브이기 때문에 퍼지는 것도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폭발적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주요 게임별 1천만 다운로드 돌파 기간을 보면 애니팡은 39일, 캔디팡은 28일, 드래곤플라이트는 26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카카오톡은 소형 게임회사뿐 아니라 규모가 큰 게임 제작사의 행태들도 바꾸고 있다. 넥슨은 카카오톡 게임 퍼즐 주주를 출시했고, CJ E&M도 베네치아스토리와 점핑스타를 카카오톡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대형 게임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게임 관련 부서의 규모를 확장하며 앞으로 심화될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카카오 플랫폼은 한마디로 목 좋은 곳

게임 분야만큼은 아니지만 카카오가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들도 모바일 플랫폼으로서 성공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플러스친구는 원하는 브랜드나 스타를 플러스친구로 등록하면 해당사로부터 관련된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열어 1년이 지난 지금 파트너 사가 6백개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친구 등록 건수도 7천만명 이상이다. 새로운 모바일 비즈니스 형태로 이용자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카카오톡 이용자 한 명이 평균 4.7개의 플러스친구를 두고 있다. 출판사 ‘그리고책’은 플러스친구 서비스를 실시한 후 이용자가 100만명으로 불어났다. 한 번 콘텐츠나 원하는 정보를 전송하면 100만명이 받아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발적으로 등록한 이용자들이기 때문에 광고처럼 거부감도 없다. 김선숙 그리고책 대표는 “장사하는 시각에서 보면 카카오 플랫폼은 한마디로 ‘목 좋은 곳’이다. 플러스친구 서비스를 실시한 후 우리가 운영하는 카페의 회원 수도 7천명에서 100배 넘게 늘어나고 우리 책에 대한 관심도 많아져 판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플러스친구는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범 카카오 공동대표는 “사용자가 단순히 정보를 받아보게 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와 파트너(업체) 간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카카오톡에서 제공되는 이모티콘 서비스는 배고픈 웹툰 작가들의 새로운 수입원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웹툰 작가 네 명의 참여로 시작한 카카오톡 이모티콘에는 현재 75명의 작가가 참여 중이다. 이모티콘이 판매될수록 작가는 수익을 계속 올릴 수 있는 구조이다. 최훈 프로야구 웹툰 작가는 카카오톡 기자회견장에 전달된 영상을 통해 “크든 작든 간에 계속 고정 수입이 들어오니까 만화가들에게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 아닐까 생각된다”라고 전했다.

카카오스타일, 카톡 이용자와 쇼핑몰 연결

카카오스타일은 카카오톡 이용자와 쇼핑몰업체를 이어주는 서비스이다. 기존 온라인 쇼핑몰들은 모바일을 통해 고객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규모가 작다 보니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기 힘들고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스타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이런 걱정을 덜게 되었다.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마음에 드는 상품에 대해 ‘좋아요’를 누를 수 있게 해 어떤 상품이 인기 상품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페이스북 대항마로 여겨지는 카카오스토리 역시 꾸준히 이용자를 늘려가며 페이스북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안드로이드 앱 순 방문자를 기준으로 한 순위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압도적인 차이로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카카오스토리 가입자 수는 현재 3천만명에 육박하며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천100여 명이다.

카카오는 현재 새로운 서비스들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카카오페이지이다. 이전에는 콘텐츠를 모바일에 올려 유통시키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 어플리케이션부터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웹 에디터 기능으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판매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이다. 내년 1분기부터 유료 서비스로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이미 ‘모바일계의 포털’로 불릴 정도로 성장했다. 한 국내 굴지의 통신사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모바일 부문에서는 이미 가입자 수 1천만명을 넘어선 시장의 공룡이다. 오히려 우리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RCS)를 만들고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카카오의 고객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응원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김선숙 그리고책 대표는 “카카오 플랫폼은 콘텐츠 제공자가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앞으로 하는 서비스들도 잘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카카오톡은 콘텐츠 제작사와의 상생을 강조한다. 실제로 콘텐츠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많다. 우선 카카오가 플랫폼으로 벌어들이는 수익 중 30%는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에 수수료로 빠져나간다. 이모티콘 서비스의 경우 나머지 70%를 작가와 카톡이 5 대 5의 비율로 가져간다. 카카오 게임은 카카오와 게임개발사가 가져가는 비율이 3 대 7로 개발사가 더 많다. 카카오스타일 등은 업체로부터 입점 수수료만 받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파트너가 돈을 버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성공한 플랫폼이다. 플랫폼 자체는 파트너들과의 게임이라 생각하는데, 카카오는 이러한 게임의 룰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켜나갈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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