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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것과 정신병의 사이

<신의 소녀들>

황진미│영화평론가 ㅣ 승인 2012.12.11(Tue) 14: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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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소녀들>은 <4개월 3주…그리고 2일>로 칸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최근작이다. 루마니아의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칸 영화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수도원에서 안수기도를 하다 사람이 죽는 사건은 어느 나라에서나 간간히 일어나는 뉴스거리이다. 영화는 이 사건을 고발의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대신 왜 이런 사건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내부자적인 시선으로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이 사건을 외부의 시선으로 객관화했을 때 발생하는 인식론적인 충격을 안긴다.

   
영화 <신의 소녀들>의 한 장면.

고아원에서 함께 자라면서 우정 이상의 감정을 쌓은 두 아가씨가 기차역에서 재회한다. 입양되었다가 독일로 일하러 갔던 알리나가 보이치타를 데려가려고 고향에 온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차서 고아원을 나온 뒤 궁여지책으로 수도원에 들어간 보이치타는 이곳에서 가정의 안식을 느끼며, 신부의 가르침을 절대적으로 따른다. 알리나는 망설이는 보이치타와 함께 있기 위해 수도원에 머무른다. 그러나 알리나는 자신의 욕망을 죄로 단정 짓는 수도원의 일방적인 교리에 순종할 수 없다. 게다가 약간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알리나의 반항은 때로 격렬해져서, 수도원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의 행동은 ‘귀신 들린 것’으로 이해된다. 발작하는 알리나를 위해 귀신 쫓기 의식이 진행되고, 알리나는 널빤지에 묶여 발버둥치다 사망하는데….

사건이 전개되는 고비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영화는 선악을 판단하지 않으며, 어느 한 쪽을 기괴하게 그리지도 않는다. 다만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외부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느껴지는 당혹감을 고스란히 보여줌으로써, 마지막까지 선의로 가득 찬 수녀에게 어찌 살인죄를 물어야 할지 난망한 심정을 관객들에게 안기는 것이다.

어떤 인식이 지배하는 장은 이미 권력이 작동하는 공간이고, 거기서 벌어지는 사건은 때로는 선악을 구분할 수 없는 결정 불가능한 사건이 된다. 영화는 그 결정 불가능한 지점을 파고들어 내부의 시선을 따라가다 외부의 시선으로 뒤집는 방식을 통해, 특정한 ‘앎의 권력’이 작동하는 원리를 보여준다. 대단히 철학적인 영화로 손꼽힐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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