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판 뒤바꿀 ‘왕들의 귀환’
  • 박병록│경향게임스 기자 ()
  • 승인 2012.12.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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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경·김대일 사단 등 1세대 개발자들 신작에 기대 만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박찬욱 감독의 영화, 김영희 PD의 예능. 이름만으로 사용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꾸준한 성공으로 사용자의 신뢰를 획득한 이들을 우리는 스타 제작자라고 부른다. 콘텐츠 산업의 한 줄기인 게임 산업에서도 사용자의 신뢰를 얻는 이름이 있다. ‘리니지’ ‘바람의나라’ 등을 개발한 1세대 개발자 송재경, ‘라그나로크’의 아버지 김학규, 불패 신화를 자랑하는 개발자 김대일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이들 스타 개발자가 오랜 칩거를 마치고 자신의 개발 역량을 집약한 차기작을 들고 속속 시장으로 복귀한다. 따라서 한동안 모바일에 콘텐츠 주도권을 빼앗겼던 온라인 게임 부문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더불어 뛰어난 콘텐츠 완성도를 자랑하는 스타 개발자들의 차기작을 통해서 대한민국 게임의 글로벌 시장 점령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경향게임스 제공
‘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 MMORPG의 가치를 바꾼다

넥슨 공동 설립에서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 개발 그리고 엔씨소프트 부사장을 거쳐 지금의 엑스엘게임즈 대표를 맡기까지 송재경 대표가 걸어온 길은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의 역사 그 자체이다. ‘리니지의 아버지’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 유저들에게 높은 신뢰까지 받을 만큼 송재경 대표는 평범한 개발자가 아닌 거장의 반열에 들어선 인물이다. 송대표가 개발한 프로젝트는 그의 프로그래밍 실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CPU(컴퓨터 중앙처리장치) 성능이 지금처럼 좋지 못했던 1990년대 후반 송재경이라는 천재 프로그래머 덕분에 ‘리니지’는 동시 접속자 수 3천명을 거뜬히 버텨낼 수 있었다. 또한 ‘리니지’가 뛰어난 타격감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송대표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기술적 제약이 많았음에도 그는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며 국내 게임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송대표가 이처럼 프로그래밍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것은 그가 프로그래밍을 일이 아닌 유희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송재경은 카이스트 재학 시절부터 같은 연구실에 있었던 김정주, 이해진과 함께 프로그래밍 작업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들의 ‘놀이’는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시작이 되었다. 두 아들을 두고 있는 그는 자신의 아이들에게까지 프로그래밍을 가르쳐줄 정도이다. 어린 아들에게 프로그래밍을 하도록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논리적 사고력을 향상시켜주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송재경 대표가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게임 개발을 향한 그의 순수한 열정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이다. 실제로 그가 엑스엘게임즈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CEO라기보다는 개발자에 가깝다. 대표적인 것이 정식 서비스 전 총 5차례나 진행된 비공개 테스트이다. 상당수의 온라인 게임이 한두 차례의 테스트로 시스템을 점검한 뒤 곧바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이슈 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 ‘아키에이지’는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철저한 자기 검증을 반복했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유저들에게 익숙해져버린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송재경 대표가 다섯 차례의 테스트를 단행한 것은 완성도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한편 ‘아키에이지’가 오는 2014년 중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게임 한류’의 근원지가 될 가능성도 크다. 송재경이라는 거장이 만들어낸 또 한 편의 신화가 이제 유저들의 눈앞에 서 있다. 그가 ‘리니지의 아버지’라는 오랜 애칭을 넘어 ‘아키에이지의 아버지’라는 다른 이름을 가질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 경향게임스 제공
김학규, 게임에 감성을 담아내는 개발자


김학규 IMC게임즈 대표는 국내 대표적 스타 개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라그나로크’의 아버지로 대중적인 인기를 모은 그는 전 세계 유저들 사이에서도 실력 있는 개발자로 추앙받고 있다. 김학규 대표의 첫 작품은 ‘리크니스’이다. 1994년 대학 재학 당시 하이텔 게임기 동호회에서 만난 지인들과 ‘아트크래프트’라는 팀을 만들어 PC 패키지 게임인 ‘리크니스’를 개발했다. 당시 주축 멤버로는 김학규 대표 이외에도 소프트맥스의 조영기 전무와 최연규 이사가 있다.

김학규 대표는 2000년 그라비티를 설립하고 손노리와 함께 PC 패키지 게임인 ‘악튜러스’를 개발했다. 당시 발매된 ‘악튜러스’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획기적인 바람을 일으키며 국산 게임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함께 게임을 개발했던 이들이 현재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이들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인물로 손노리 이원술 대표, 엔트리브 김준영 대표와 서관희 이사, 넥슨의 이은석 디렉터를 꼽을 수 있다. 제각각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들 모두 ‘악튜러스’ 개발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김대표와 여전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대표의 이름을 전 세계적으로 알렸던 게임은 ‘라그나로크’이다. 2002년 그라비티가 개발한 ‘라그나로크’는 당시 유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후 전 세계 60여 개국으로 수출되는 등 그라비티 성공 신화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자신이 설립한 그라비티를 떠난 김학규 대표는 2003년 IMC게임즈를 설립하고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개발했다. 설립 당시 전 한빛소프트 김영만 회장이 45억원을 투자했고, 퍼블리싱 또한 한빛소프트에서 맡았다. 김학규 대표는 현재 ‘그라나도 에스파다’에 이은 두 번째 게임 ‘프로젝트 R1(가칭)’을 개발하고 있다. ‘프로젝트 R1’은 MMO게임의 본질인 사회적 공간 창출을 기반으로 사람들 간의 관계 구축과 소통에 중점을 둔 아기자기한 콘셉트의 대작 MMORPG이다. ‘라그나로크’ ‘그라나도 에스파다’로 이어지는 김학규의 감성 RPG가 ‘프로젝트 R1’을 통해 다시 한번 진보된 콘텐츠를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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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불패 김대일 사단, ‘검은사막’ 통해 복귀


2000년 ‘릴’로 데뷔해 유명세를 얻은 김대일은 ‘R2’로 흥행을 이어가며 스타 개발자로 명성을 다졌다. 이후 ‘C9’을 들고 또다시 게임업계 평단에 선 김대일은 ‘2009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비롯한 5개 부문을 석권하며 다시 한번 자신을 각인시켰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김대일이지만 스타 개발자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개발 경력 11년, 그러나 갓 서른을 넘긴 김대일은 그의 게임 인생에서 이제 서문을 쓴 것에 불과하다. 현재 그는 자신의 차기작이자, 펄어비스의 처녀작 ‘검은사막’으로 게임 인생의 본문을 펼칠 준비에 한창이다.

유년 시절부터 게임에 흥미를 가졌던 김대일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게임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게임 개발을 배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던 탓에 학교 공부는 뒷전이었다. 이후 그는 한양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으나 학교 공부에 염증을 느껴 3학년 진학을 앞두고 휴학을 결심한다. 김대일은 자퇴 후 곧바로 게임업계로 뛰어들었다. 2000년 가마소프트에 입사한 김대일은 2년 동안 자신의 처녀작인 ‘릴’을 개발해 세상에 내놓았다. 게임 시장에서는 ‘이변의 연속’이라는 반응이었다. 신인이었던 그가 MMORPG ‘릴’ 개발을 리드했다는 것도 파격적이었지만, 그가 ‘릴’을 통해 보여준 타격감은 유저는 물론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몰고 왔다. 당시 프로그래머 김대일은 개발자로서 상당한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김대일은 NHN에 입사해 그의 두 번째 작품인 ‘R2’ 프로듀서로서 개발을 시작했다. 2006년에는 ‘R2’를 런칭했으며 NHN에 상업적인 성과를 가져다 주었다. 이후 1년이 지나고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개발실장이라는 직함을 얻게 된다. ‘R2’의 대중적인 성공으로 안정적인 자금원을 확보한 김대일은 자신이 평소 구상해오던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그 게임이 바로 2009년 발표한 액션 MMORPG ‘C9’이다. 그의 전매특허인 타격감을 잘 살린 이 작품은 마니아층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해, 그해 개최된 ‘2009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비롯해 5개 부문을 석권했다. 그리고 김대일 스스로는 ‘우수 개발자’ 상을 수상하면서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는 2010년 펄어비스를 설립하면서 신흥 김대일 사단을 완성했다. 김대일 사단은 2002년 ‘릴’, 2006년 ‘R2’, 2009년 ‘C9’ 등의 게임을 개발하면서 뜻을 모은 개발자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게임이 사업적인 판단에 흔들려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던 것에서 벗어나고자 펄어비스에 합류했다. 김대일 사단이 뛰어난 이유는 각각의 개발 파트를 주도하고 있는 개발자들이 일반적인 개발사의 개발 총괄 PD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고 있기 때문. 김대일 대표도 개발팀 내부에서는 프로그래밍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개발자로 활약하고 있다.

더불어 오랜 시간 협업으로 팀워크를 다진 그래픽 파트의 최힘찬·서용수 아트디렉터 등을 비롯한 각 분야 개발자들이 자신의 맡은 바 임무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 덕분에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개발에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올리고 있다. 2013년 비공개 테스트가 예정된 ‘검은사막’의 목표는 글로벌 넘버원이다. 그저 그런 RPG가 아니라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겠다는 각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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