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진 사건’, 게이트로 비화하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12.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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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 통화 내역 발견…검찰·경찰 등 전방위 인맥 드러나

3개월째 해외 도피 중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비리 사건이 검찰과 국세청, 언론계, 관계 고위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대형 게이트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서장이 도피하기 전에 사용했던 대포폰의 기록에서 이들 기관의 고위 간부와 수십 차례 통화한 내역이 나왔다. 또, 골프 접대를 비롯해 향응과 금품을 수시로 제공한 정황도 경찰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현재 이 수사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에서 진행하고 있다. 광수대측은 사안이 민감한 만큼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쓰고 있으나, 워낙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수사인 데다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 양상까지 빚어지면서 일부 내용이 관계자들의 증언과 확인에 의해 수면 위로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 사건이 12월19일 대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이 불명예 하차하는 등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검찰 역시 경찰의 수사에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사건은 최초에 경찰이 지난 3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입시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금품 공여자로 지목된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육류 수입 가공업자 김 아무개씨가 윤 전 서장에게 정기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이다. 

ⓒ 일러스트 오상민

골프 접대와 금품·향응 제공 정황도 나와

경찰은 윤 전 서장이 김씨의 돈으로 인천의 한 골프장에서 검사들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해당 골프장을 압수수색했다. 윤 전 서장은 인천에서 대형 낚시터를 운영하는 최 아무개씨의 이름을 빌려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씨의 이름으로 된 골프장 이용 내역을 살펴보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검찰은 인권 보호를 내세워 다섯 번이나 영장을 기각했다. 이때부터 이 사건은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로 비치기 시작했다. 경찰은 해당 골프장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톨게이트 하이패스 이용 내역 등을 확인해, 일부 검사들이 해당 골프장에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측은 “윤 전 서장의 친동생이 현직 검찰 고위 간부이기 때문에 검찰이 경찰의 정당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검찰은 “경찰이 검찰을 흠집 내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시사저널> 제1197호, 2012년 9월24일자 참조).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윤 전 서장의 로비 인맥이 검찰뿐만 아니라 언론계와 관계 등에도 문어발처럼 뻗어 있는 정황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정인 국세청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경찰 쪽 고위 간부의 이름 몇몇도 거론되고 있다.

복수의 수사 관계자들과 경찰 주변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윤 전 서장은 두 개의 대포폰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세무법인 ‘ㄷ’ 명의이다. 이것도 로비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전화기에서 10여 명의 검사와 수시로 통화한 내역이 포착되었다. 다른 대포폰은 더 큰 문제이다. 한 사업자의 이름으로 된 이 대포폰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3월 이후 만들어졌다. 이 사건에 대비하려고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포폰으로 검찰 고위 간부 ㅇ검사, ㅊ검사와 일주일에 두 번 이상씩 수시로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3월부터 9월까지 각각 50회 이상 통화했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 간부 2~3명, 중앙 일간지 국장 2~3명과도 꾸준히 통화했다. 윤 전 서장은 육류 수입 가공업자 김씨로부터 선물용 포장육(갈비 세트)을 100상자 받았는데, “방송국 인사용이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검찰은 이번 사건의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연합뉴스

골프 접대도 이어졌다. 골프 접대는 김씨가 미리 일정 금액을 지불한 후, 윤 전 서장이 이용하는 식으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서장은 일주일에 2~3번 정도로 해당 골프장을 수시로 찾았다. 2~3개의 가명으로 골프장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김씨가 대납한 골프 비용은 5천만~6천만원대로 알려졌다. 김씨 외에도 골프비를 대납해준 업자가 3~4명 더 있다는 것이 한 경찰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를 다 합치면 억대 수준이라는 것이다.

윤 전 서장이 지불된 금액을 환불받아서, 이를 같이 온 사람들에게 나눠준 정황도 나왔다. 경찰측은 “이런 자세한 단서가 나왔는데도 검찰은 골프장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고 있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윤 전 서장과 함께 라운딩을 했다고 거론되는 ㅊ검사는 기자와 만나 “윤 (전) 서장과 한 번도 골프를 친 적이 없다. 김씨의 경우 얼굴도 알지 못한다. 내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어이없을 뿐이다”라고 항변했다. 반면 경찰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시사저널>이) ㅊ검사를 실명으로 보도해도 문제없다”라고 자신 있어 했다. 

국세청·경찰도 윤 전 서장 감싸기?

윤 전 서장은 향응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 호텔의 일식당과 서초구 한 호텔의 와인바에서 국세청과 검찰 고위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세를 과시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에도 다른 업자들이 비용을 대납했다는 것이 수사 관계자의 증언이다. 그는 “김씨가 대납했다고 진술한 비용만 1천만원이 넘는다”라고 밝혔다.

결국 모든 의혹의 열쇠는 윤 전 서장이 쥐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경찰 조사가 진행되던 지난 9월 외국으로 도피했다. 현재 윤 전 서장은 홍콩을 경유해 태국 또는 캄보디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윤 전 서장이 인천의 골프장을 이용할 때 사용한 이름의 당사자인 대형 낚시터 사장 최씨 역시 현재 캄보디아로 도주한 상태이다. 두 사람이 함께 캄보디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터폴에 요청해 적색 수배를 내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세청은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국세청은 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인 지난 9월에서야 윤 전 서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취했다. 윤 전 서장이 해외로 도주해 3개월이 흘렀지만 이 조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현재도 국세청 소속 직원이다.

그런데 윤 전 서장을 비호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기는 경찰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을 두고 경찰 수뇌부와 일선 경찰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유·무형의 압박이 들어오면서, 이 사건 처리를 놓고 내부적으로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수뇌부에서는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끝냈으면 하는 생각인 것 같다. 12월30일까지 (검찰에) 송치하라는 명령이 나왔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윤 전 서장의 신병 확보가 관건인데, 인터폴에 수배 요청만 해놓고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도 않고 있다. 윤 전 서장은 해외 도피 전인 지난 5월에도 해외로 출국한 적이 있다. 출국 금지가 당연히 이루어졌어야 했는데, 이마저도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윤 전 서장의 전방위 인맥이 경찰에도 미치고 있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단순히 검·경 갈등 양상으로 여겨졌던 이 사건은 이 때문에 검찰과 경찰, 국세청, 언론계, 관계 등이 엮인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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