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가능성, 박근혜 〉문재인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12.11 16: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 전문가 20인, D-10 판세 긴급 진단 ‘문철수’ 변수 남아 막판 혼전 점치기도

(위)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2월6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모란시장 앞 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한 후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아래)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12월7일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분수광장에서 만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뉴시스
좀처럼 드문 경우이다. 역대 대선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상 현상이 이번 18대 대선에서 벌어지고 있다. 열흘도 채 남지 않은 대선 국면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마지막 대권 고지를 향해 초경합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엉뚱하게도 지금 가장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는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에게 집중되어 있다. 지난 11월23일 갑작스런 ‘일방적 대선 후보 사퇴’로 대선 정국을 한 차례 요동치게 만들었던 안 전 후보가 12월6일 다시 한번 판을 뒤흔들었다. 그는 “문후보를 적극 돕겠다”라며 함께 손을 잡은 채 대중 앞에 나섰다.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과 시대의 정신을 잘 읽어야 하는데,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안철수에게 가 있다”(김능구 이윈컴 대표)라는 말로 지금의 이상 현상을 분석하는 의견도 있다.

안 전 후보의 문후보 적극 지원, 즉 ‘문철수’ 효과가 당장 여론조사에 반영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두 사람의 6일 회동 이후 여론조사 결과(12월7일 발표)를 살펴보면, 박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하락하고, 문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모두 1%포인트 이하의 소수점대였다. 그러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문철수’ 현상이 여론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려면 2~3일은 더 지나야 할 것이다. 12월10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13일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안 전 후보가 지금까지의 행보와는 확연히 달리 문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유세에 나선다는 전제하에서 적게는 2~3%포인트, 많게는 3~4%포인트의 부동층이 문후보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전문가 3명은 “전혀 예측 불가”

정치평론가와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문철수’ 변수에 대한 손익 계산이 한창이다. 대선 정국을 매일매일 체크하며 여론의 흐름을 짚어온 전문가들은 지금 ‘문철수’ 변수를 포함해서 새로운 전망을 정리하고 있다. 그들이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18대 대선의 판세는 어느 쪽으로 기우는 것일까. <시사저널>은 최근 방송과 언론 매체 등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정치평론가와 여론조사 전문가 20인을 엄선했다. 그리고 그들을 대상으로 12월6일과 7일 심층 설문 인터뷰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은 “박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더 크다”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어느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20명 가운데 9명이 “박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답했다. “문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대답한 이는 4명이었다. “아직도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명확한 입장을 유보한 이가 7명이었지만, 그중에서도 4명은 조심스럽게 “그래도 현재로서는 박후보가 좀 더 유리하다”라고 답했다. 나머지 3명은 “전혀 예측 불가이다”라고 답했다. 20명 가운데 3명만 익명을 요구했을 뿐, 나머지 17명은 실명으로 특정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한 표를 던질 만큼 전문가들은 모두 집중도 있는 나름의 분석력을 보여주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4~5%포인트 정도의 오차 범위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거의 대다수 여론조사 기관이 일정하게 5% 안팎으로 박후보의 우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면, 박후보가 현재 여론의 흐름상 우위에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역시 “지금 ‘문철수’가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시간을 놓친 감이 있다. 앞으로 어느 정도 격차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문후보가 이를 역전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안 전 후보의 지원 효과가 어느 정도 있겠지만, 문후보가 민주당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유창선 정치평론가), “보통 선거 열흘 전쯤 되면 대세가 어느 정도 정해지는 역대 대선 흐름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박명호 동국대 교수), “처음부터 문후보 쪽은 단일화만 가지고 대선을 이기기는 힘들었다. 플러스알파가 필요했는데, 이를 보여주지 못했다”(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라며 박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분석이 이어졌다. “박후보가 100만표 이상의 차이로 이길 것이다”(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 “박후보가 3%포인트 내에서 50만~60만표 차이로 이길 것이다”(박상병 정치평론가)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반면 전계완 MBN정치아카데미 대표는 “내일 투표하면 박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100%이지만, 12월19일 투표하면 51 대 49로 문후보가 유리하다고 본다”라며 문후보의 우세를 조심스레 점쳤다. 그는 “이번 대선의 독립변수는 문후보와 안 전 후보의 단일화이고, 박후보는 그 종속변수이다. 단일화 효과 극대화라는 독립변수가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남은 기간 주도권은 야권 쪽이 쥘 것이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 역시 “문후보가 5%포인트 정도 앞설 것으로 본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도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의 여론조사는 1~2%포인트 차의 박빙으로 나왔는데, 실제 선거 결과에서는 5%포인트 차로 박원순 후보가 앞섰다. 비슷한 결과가 대선에서도 나타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문후보가 꽤 큰 표 차로 이길 것으로 본다. 지금의 여론조사는 ‘박근혜-문재인’으로 묻는데, 이보다는 ‘여-야’, 즉 정권 교체 찬반이 더 중요하다. 결국 부동층이 막판에 정권 교체 쪽으로 쏠릴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박후보가 앞서 보이는 것이 분명하지만, 안 전 후보가 남은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전제하에서라면 ‘박빙’으로 볼 수 있다”라고 했고,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고연령층의 투표율이 높은 일반 패턴을 이번 대선에서도 보여준다면 박후보가 유리하지만, 문후보에게도 20대의 투표율과 40대의 표심 결집이라는 변수가 있는 만큼 50 대 50으로 보인다”라며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철수’ 변수 강도, 전문가들 전망 엇갈려

남은 대선 기간 동안 변수는 무엇일까. 역시 전문가들은 압도적으로 ‘문철수’ 변수를 꼽았다. 20명 가운데 12명이 “안 전 후보의 문후보 지지 강도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이번 대선의 판도가 갈릴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5명은 “별 다른 변수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정희 통진당 후보’를 변수로 꼽은 이도 4명이었고, ‘투표율’과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꼽은 이도 3명이 있었다. 이 밖에 ‘말실수’는 2명, ‘TV 토론’은 1명이었다. 일부 전문가의 경우 복수로 응답한 이가 있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안 전 후보가 선거판에 나선 것만으로도 판은 움직일 수 있다. 당장은 수도권 20대의 결집력을 다시 복원시킬 수 있고, 한때 바람이 불었다가 최근 주춤해진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 다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문철수’ 효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투표율 상승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대선 정국을 끝까지 혼전 양상으로 만들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능구 대표는 “‘문철수’ 효과는 당장 나타나기보다는 오히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13일 이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수치가 공표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19일 대선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홍형식 소장은 “안철수 등장 변수가 분명히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다소 맥 빠질 수도 있는 선거를 다시 재미있는 접전 양상으로 만드는 것 이상으로 판세 자체를 뒤집는 정도로까지 가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제3의 후보로 TV 토론에 참가하는 이정희 통합진보당(통진당) 후보를 주시하는 시각도 많다. 김형준 교수는 “이후보가 TV 토론을 통해서 드라마틱하게 대선 후보를 사퇴하고 문후보 지지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그야말로 범보수 대 범진보의 맞대결로 가는 셈인데, 지난 총선 때 양측은 48.2% 대 48.5%의 초박빙이었다”라고 밝혔다. 반면 박상헌 소장은 “이후보의 돌출 발언이 오히려 문후보에게 마이너스를, 박후보에게는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라고 상반된 분석을 내놓았다. 배종찬 본부장은 “투표율, 그중에서도 20대층의 투표율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20대층 투표율이 최소한 60%대 초반은 가야 문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변수가 아예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윤희웅 실장은 “안철수 사퇴 변수가 워낙 컸기 때문에 이를 상회할 임팩트 있는 추가 변수는 또 나오기 어렵다”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비록 안 전 후보가 나섰다 하더라도 이제는 그 조차도 판세를 뒤엎을 만큼 큰 변수는 안 된다고 본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변수는 없는 셈이다”라고 강조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부소장 역시 “선거 전략상 과도한 네거티브도 작용하기 힘들고, TV 토론의 영향력도 크지 않다. 안 전 후보 역시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움직임이 표심을 크게 흔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안철수 전 후보가 서울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열린 진심캠프 해단식을 마친 후 박선숙 전 공동선대본부장 및 캠프 측근들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18대 대선은 역대 대선과는 다르게 기이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어느 대선 후보보다도 ‘안철수’라는 정치 신인이 대선의 운명을 쥐락펴락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18대 대선은 “안철수로 시작해 안철수로 끝난다”라고 한 한 정치 전문가의 평도 있었다. 하지만 <시사저널>의 설문 인터뷰에 응한 20인의 정치 전문가는 이른바 ‘안철수 효과’는 대선의 운명과 함께 소멸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대선 이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정치인 안철수’의 행로는 무척 험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안 전 후보의 단일화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어쨌든 안 전 후보의 정치 행보가 과거보다는 파괴적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대선 이후에는 안 전 후보에 대한 정치권의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새 정권이 출범하면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야권의 대선 승패를 떠나 안 전 후보가 참여하는 신당이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된다면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합쳐지는 신당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후보가 선거에서 지면 민주당을 창조적으로 파괴해 안 전 후보가 중심이 되는 완전히 새로운 야당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안 전 후보는 어떤 경우에든 혹독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안 전 후보가 꿈꾸었던 정치적인 이상과 개혁 방안을 공감하는 지지층은 여전히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담아낼 그릇이 될지에 대해서는 대선 후 혹독한 재평가가 한 차례 있을 것이고, 그것을 극복해야만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황인상 P&C 대표도 “안 전 후보가 대선 이후 다양한 길을 걸을 수 있겠지만, 어디서 어떤 역할을 하든 구체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어야만 한다는 숙제를 가진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