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메뉴열기

시사저널

선거운동에 ‘새 정치’는 없었다

김재태 편집위원·부국장 ㅣ purundal@yahoo.co.kr | 승인 2012.12.18(Tue) 15:08:06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대통령 선거 벽보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습니다. 유심히 보니 특이한 조합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공교롭게도 홀수 기호는 모두 여성, 짝수 기호는 모두 남성입니다. 여성 후보가 한 명 더 많습니다. 남자들 사진으로 채워졌던 이전의 선거들과 비교해보면 이것도 또 다른 변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벽보를 바라보고 있자니 얼마 전에 있었던 두 차례의 대선 후보 TV 토론회 모습도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예전에 비해 횟수도 터무니없이 줄어든 만큼 내용이라도 알찼어야 했는데, 남은 기억은 그다지 산뜻하지 못합니다. 토론회라기보다 인터뷰에 가까웠다는 느낌만 강합니다. 이렇게 밋밋한 토론회를, 그것도 고작 세 번만 시청하고 투표장에 나가야 했던 유권자들은 무척 난감했을 것입니다. 미국의 인지과학자들이 TV 토론이 가장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으로 제시한 ‘후보자 중 한 사람이 베일에 가려진 경우’ ‘정당 일체감을 지닌 시민이 감소하는(무당파·부동층이 늘어나는) 경우’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경우’라는 세 가지 조건을 거의 완벽히 갖추었음에도 TV 토론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선거가 끝난 후라도 TV 토론 방식은 반드시 개선되어야만 합니다. 선거 광고는 또 어떻습니까. 다들 공들여 만들었을 텐데, ‘김대중의 춤’ ‘노무현의 눈물’처럼 감성으로 다가가고 메시지로 파고드는, 그래서 오랫동안 회자될 수 있는 ‘걸작’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두 초박빙의 승부라는 선거 구도를 무색하게 만든 풍경들입니다.

밋밋하고 진부한 것은 또 있습니다.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지켜보면 그들이 정녕 정치를 바꾸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이 맞나 싶습니다. 국민들이 이끌어내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를 통해 폭발시켰던 ‘새 정치’라는 화두와도 멀어 보입니다. 유세 장면만 보면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서로 경쟁하듯 군중을 불러모아 세를 과시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물론 과거와 같이 군중을 동원하는 구태를 보이지는 않았으리라고 믿고 싶지만, 그 속내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막판에는 SNS 여론 조작이라는 불법 선거운동 의혹까지 보태져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했습니다. 곳곳에 옛것의 흔적들이 넘쳐났습니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면 선거운동부터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거리 유세보다는 국민의 생각을 듣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더 많이 갖는 것이 유익합니다. 미국 대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타운홀 미팅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말하기보다 듣기에 능숙해야 합니다. 들을 말보다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은 사람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국민 앞에서는 귀가 좀 얇아져도 좋습니다.

새 대통령 당선과 함께 길고 긴 레이스는 막을 내리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남겨진 숙제는 꼭 챙겨 들어야 합니다. 다음 대선을 위해 이번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새 정치’는 어느 날 갑자기 혁명처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워져가는 여러 과정이 모여 완성됩니다. 입보다 귀를 더 많이 열 때 새 정치도 비로소 활짝 열릴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0

0 /150
  • 최신글
  • 공감 순
  • 비공감 순
더보기

TOP STORIES

갤러리 > 포토뉴스 2018.11.15 Thu
 [포토뉴스] 2019년도 수능 끝. 이제 부터 시작이다.
경제 2018.11.15 Thu
용산기지 활용 방안 놓고 ‘동상이몽’
경제 2018.11.15 Thu
유명 프랜차이즈가 상표권 확보에 ‘올인’하는 이유
Health > 연재 > LIFE > 서영수의 Tea Road 2018.11.15 Thu
대만 타이난에서 조우한 공자와 생강차
Health > LIFE 2018.11.15 Thu
[치매②] “세계는 ‘親치매’ 커뮤니티 조성 중”
Health > LIFE 2018.11.15 Thu
충치보다 훨씬 무서운 ‘잇몸병’…멀쩡한 생니 뽑아야
사회 2018.11.15 Thu
“도시재생 사업의 출발점은 지역공동체”
한반도 > 연재 > 손기웅의 통일전망대 2018.11.15 Thu
‘다 함께 손잡고’ 가야 한반도 평화 온다
경제 > 연재 >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2018.11.15 목
도시재생 사업, 일본에서 해답 찾는다
경제 > 연재 > 대기업 뺨치는 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 실태 2018.11.15 목
3세 승계 위해 ‘사돈댁 일감’까지 ‘땡긴’ 삼표그룹
사회 2018.11.15 목
해외입양인 윤현경씨 가족 42년 만의 뜨거운 상봉
갤러리 > 포토뉴스 2018.11.14 수
[포토뉴스] 증선위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결론'
국제 2018.11.14 수
환경 개선 위해 시멘트 뒤집어쓴 프랑스 파리
LIFE > Culture 2018.11.14 수
[인터뷰] 문채원, 《계룡선녀전》의 엉뚱발랄 선녀로 돌아오다
경제 2018.11.14 수
“당 줄여 건강 챙기자” 헬스케어 팔걷은 프랜차이즈
사회 2018.11.14 수
[시사픽업] 25살 ‘수능’ 톺아 보기
사회 2018.11.14 수
박종훈 교육감 “대입제도 개선 핵심은 고교 교육 정상화”
경제 > 한반도 2018.11.14 수
[르포] 폐허에서 번영으로, 독일 실리콘밸리 드레스덴
한반도 2018.11.14 수
“비핵화, 이제 입구에 막 들어섰을 뿐”
LIFE > Health 2018.11.14 수
비행기 타는 ‘위험한 모험’에 내몰린 뇌전증 환자들
리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