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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승강제, 감독 절대 평가 시대 열다

감독 교체 잦아지며 젊은 감독들 지휘봉 잡아

서호정│풋볼리스트 기자 ㅣ 승인 2012.12.31(Mon) 16: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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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2012년 겨울 K리그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유례없는 감독 인사로 대격변이 일었다.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유상철(대전)·모아시르(대구) 감독은 재계약 불발이 확정되었다. 최만희(광주) 감독은 팀의 2부 리그 강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린 날 사임했다.

시즌 종료 후에는 신태용(성남)·이흥실(전북) 감독이 차례로 물러났다. 안익수(부산) 감독은 신태용 감독이 떠난 성남으로 옮겼고, 자진 사임한 윤성효(수원) 감독은 안익수 감독을 대신해 부산에 둥지를 틀었다. 수원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서정원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전격 앉히며 명가 재건의 기치를 내걸었다.

2012시즌이 시작할 당시 K리그 16개 팀 감독 중 현재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6명에 불과하다. 우승에 성공한 최용수(서울) 감독을 비롯해 황선홍(포항)·김호곤(울산)·박경훈(제주)·최진한(경남)·박항서(상주) 감독이다. 특히 올 시즌 하위 8개 팀 가운데 2부 리그로 자동 강등된 군팀 상주 상무를 제외한 7개 팀이 모두 시즌 중, 혹은 시즌 후에 감독을 교체했다.

살아남은 감독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황선홍 감독은 시즌 초반 팀 성적이 10위권 밖으로 추락하자 엄청난 비난 여론과 사임 압박에 시달렸다. 김호곤 감독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성과가 없었다면 재계약을 장담할 수 없었다. 최진한 감독은 시·도민 구단 중 유일하게 8위 안에 들고 FA컵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달성했지만,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서야 가까스로 유임을 확정했다. 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재가하면서 1년 재계약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2012년은 감독에게 가장 혹독한 시기

감독은 성적으로 평가받는 자리이다. 하지만 2012년만큼 혹독한 절대 평가의 시절은 이전의 K리그에 없었다. 이미 시즌 중에 허정무(인천)·김상호(강원)·정해성(전남) 감독이 경질되었다. 승강제 도입이 몰고 온 효과이다. 2013년부터 K리그는 1, 2부 리그 체제의 승강제가 시작된다. 프로축구연맹은 우선적으로 2012년 16개 팀 중 2개 팀(상주 상무 포함)을 2부 리그로 떨어뜨렸다. 이제는 우승 혹은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는 것을 떠나, 강등권에 긴 시간 머무르는 것이 팀의 최대 위협 요소이다.

강등은 팀에 최대 위기를 몰고 온다. 기업들의 후원 금액이 줄어들고, 팬들은 떠나간다. 부족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팀이 보유한 스타급 선수들을 팔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팀을 아예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2부 리그로 강등된 광주는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이승기를 비롯해 김동섭, 박기동, 김은선 등 팀의 주요 스타를 이적 시장에 내놓았다. 이런 위기 상황이 K리그 전 구단에 노출된 상황이다. 구단이 살기 위해서는 더 이상 성적 부진을 참는 감독과의 상호 존중 원칙은 지켜지지 않게 되었다.

만에 하나 경질 타이밍을 늦출 경우 강등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올 시즌 증명되었다. 시즌 도중 감독을 교체한 인천, 전남, 강원은 모두 살아남았다. 특히 인천의 극적인 반전은 화제가 되었다. 개막 후 7경기에서 1승2무4패를 거두며 최하위권에 처지자 허정무 감독은 팀을 떠났다. 지휘봉을 이어받은 김봉길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자율성을 강조했다.

감독 교체는 자극제이자 강심제

그 결과 6월 들어 대반전에 성공했다. 김봉길 체제에서 인천은 16승14무7패를 기록하며 최종 성적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김봉길 감독대행은 시즌 중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고, 뛰어난 경기력으로 연일 화제를 모았다. 반면 광주는 기나긴 수비 불안에도 불구하고 최만희 감독 체제를 끌고 갔다. 결국 시즌 종료 전 한 경기를 남겨두고 강등이 결정되고 말았다.

감독 교체는 최고의 자극제이자 강심제이다. 유럽의 경우 전 시즌에 우승을 일궈낸 감독이라도 그 다음 시즌 성적이 부진하면 가차 없이 경질한다. 2011~12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한 첼시의 로베르트 디 마테오 감독은 시즌이 시작하고 3개월 만에 경질되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첫 경질 대상이었다. 개막 후 3개월 넘게 승리가 없던 박지성의 소속팀 퀸스파크레인저스(QPR)도 마크 휴즈 감독을 경질하고 해리 레드냅 감독을 선임했다. 레드냅 감독은 부임 후 4경기 만에 QPR이 그토록 원하던 시즌 첫 승을 만들어냈다.

제아무리 명장이라도 내일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 정도가 유일하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에 성공한 레알 마드리드의 주제 무리뉴 감독도 경질 여론에 직면하는 것이 유럽 축구라는 밀림의 생리이다.

승강제의 도입으로 K리그에도 감독에 대한 절대 평가를 좀 더 이른 시간에 하게 되었다. 일부 지도자는 ‘팀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2년에서 3년이 필요하다’며 인내심을 요구하고 있다. 감독이 희생양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축구계에서는 그처럼 빠른 순환이 오히려 ‘선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K리그는 구단과 감독 상호 간에 맺은 계약 기간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팀 성적이 웬만큼 바닥을 치지 않으면 다음 해에도 신뢰를 보내주었다. 혹여 시즌 종료 후 해임하더라도 자진 사임으로 포장했고, 잔여 계약 기간에 대한 연봉 지급과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다 보니 일부 감독들은 정체되었고, 높은 이름값이나 정치적 배경이 아니면 감독직을 맡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승강제 도입과 동시에 감독 교체가 잦아지며 기회가 주어지는 폭이 다양해지고 있다. 우선 젊은 감독들이 본격 부상 중이다. 2013년 K리그는 45세 이하의 젊은 감독이 5명이나 된다. 황선홍, 최용수, 하석주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견해를 비웃기라도 하듯 나란히 팀을 구해냈다. 코치 경험이 많은 인물들도 적극 등용되고 있다. 대구는 당성증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대전은 부산의 수석코치였던 김인완 감독을 데려왔다.

전북은 브라질 출신의 파비오 피지컬 코치에게 전격적으로 감독대행을 맡겼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K리그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이지만 앞으로는 익숙해질 장면들이다. 황선홍 감독은 “내일이라도 감독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선수들이 가장 먼저 눈치챈다. 이제는 감독들도 매 순간 자신을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2013년 K리그는 1부 14개, 2부 8개의 총 22개 팀으로 재편된다. 1부 리그 13, 14위 팀은 2부로 자동 강등되고, 12위 팀은 2부 리그 1위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 싸움은 그 스펙트럼이 좀 더 넓어진다. K리그에 몰아칠 감독 평가의 바람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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