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 감독’ ‘블록버스터’ 3박자가 한국 영화 이끈다
  • 이형석│헤럴드경제 기자 ()
  • 승인 2012.12.3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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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가 꿈꾸는 2013년 ‘르네상스 시즌2’

2012년 국내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1억9천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 연합뉴스
2013년 한국 영화 라인업을 대표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일 것이다. 각각 국내 굴지의 영화투자배급사인 CJ E&M과 쇼박스가 사운을 걸고 내놓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세계화’ ‘스타 감독의 귀환’ ‘블록버스터’라는 한국 영화의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여름 성수기를 겨냥해 흥행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는 두 작품에는 한국 영화 사상 최고 수준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 2012년 사상 최대로 팽창한 한국 영화 산업 규모가 아니면 기획할 수 없었던 작품인 데다,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조차 어려운 ‘글로벌 프로젝트’이다.

봉준호와 김용화는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 감독이다. 하지만 이름만 놓고 봤을 때 두 사람은 2013년 흥행 출사표를 던질 쟁쟁한 스타 감독들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 관객이 사랑하고 논쟁했던 박찬욱·김지운·강우석·류승완·장준환 등 ‘문제적인 감독’이 줄줄이 귀환한다. 한국 영화 시장은 지난 몇 년간 부침이 있었지만 2012년에는 성장 엔진을 재가동하며 고공비행했고, 2013년에는 더욱 강력한 라인업을 갖추었다.

2013년 개봉되는 한국 영화 기대작들.
2억 관객 시대도 가능할까

국내 영화 극장 관객이 2억명 시대, 매출 1조5천억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맞은 2012년 국내 극장 매출액은 1조4천억원을 돌파했고, 관객은 1억9천만명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사상 최고 기록이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새해를 일주일 남겨두었던 지난 12월25일까지 한 해 동안 국내 극장에서는 총 4백64편(한국 영화 1백49편, 외화 3백15편)의 영화가 개봉했고, 이를 포함한 상영작은 총 9백78편에 이르렀다. 이들 작품이 동원한 관객은 1억8천9백87만명, 매출액은 1조4천1백8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간 관객 1억5천9백72만명을 동원하고 매출액 1조2천3백57억원에 이르러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1년보다 각각 18.8%와 14.8%가 증가한 수치이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극장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보여준 것은 한국 영화의 선전 덕분이다. 한국 영화는 지난 12월25일까지 연간 매출액 8천1백72억원, 관객 1억1천2백만명을 기록하며 국적별 점유율에서 59%를 나타냈다. 2006년 63%에 이어 근 10년 동안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한국 영화 1억명 시대를 처음 맞은 국내 영화 산업이 극장 관객 2억명, 매출액 1조5천억원까지 달성할 수 있을까? 섣부르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라는 것이 영화업계의 전망이다. 2012년 5천만명을 넘은 국내 인구를 감안하면, 1인당 연간 평균 극장 영화 관람 횟수는 3.8편이다. 미국의 경우 2011년 1인당 평균 관람 횟수는 5.8편(미국영화협회 MPAA 집계)이었다. 국내 극장 시장의 성장 여력이 아직 크다는 얘기이다. 미국영화협회에서 매년 발표하는 미국 영화 산업 동향에는 반드시 4인 가족 기준 NFL(프로풋볼리그), NHL(하키), 테마파크, NBA(농구), MLB(야구) 관람 비용 통계가 극장 입장료와 함께 포함된다. 이에 따르면 2011년을 기준으로 4인 기준 여가 비용은 NFL이 3백9.44달러(33만2천29원)로 가장 비싸고, 영화 관람이 31.72달러(3만4천35원)로 가장 싸다. 약 10배 차이가 난다.

결국 여가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경기가 나빠질수록 영화를 찾는 관객이 다른 문화 활동이나 스포츠 경기 관람을 즐기는 인구에 비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국내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글로벌 프로젝트로 돌아오는 스타 감독들

2013년 초 가장 주목되는 작품은 할리우드 진출작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김지운과 박찬욱 감독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은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주연으로 기용해 3천만 달러 규모의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스탠드>를 찍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배경으로 마약 조직 보스와 보안관의 대결을 그렸다. 1월18일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4월까지 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브라질·일본·타이완 등 50여 개국에서 개봉한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는 2월28일부터 5월까지 20여 개국에서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아버지를 잃은 한 소녀와 어머니, 그들을 찾아온 수수께끼의 남자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니콜 키드먼과 미아 와시코우스카, 매튜 굿 등 역시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들을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할리우드 영화로는 저예산급인 1천2백만 달러가 투입되었다.

<설국열차>는 프랑스 작가 장 마크 로셰트의 1970년대 동명 출판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인류의 재앙으로 빙하기를 맞게 된 지구에서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끊임없이 달려야만 하는 열차에 탑승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계급·계층별로 탑승 칸이 구분된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음모, 폭력, 배신, 반란 등을 통

해 묵시록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벤져스>의 크리스 에반스와 한국의 송강호, 영국 출신의 톱스타 배우인 틸다 스윈튼, <해리포터> 시리즈의 노장 배우 존 허트, <헬프>의 옥타비아 스펜서 등 출연진이 화려하다.

새해 첫 대작 영화는 1월 말로 개봉이 예정된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이다.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었다. 베를린을 배경으로 비밀 요원들의 물고 물리는 작전을 담은 액션 스릴러로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이 출연한다. 남북의 특수 요원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2013년의 한 유행 경향이다.

역시 100억원이 넘는 예산으로 제작되고 있는 설경구·문소리 주연의 <협상종결자>는 대한민국 최고의 비밀 첩보 요원을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이다. 빅뱅의 멤버 탑(최승현)이 주연을 맡은 <동창생>과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꽃미남 남파 간첩이 주인공이다.

한국 영화 신구 흥행 감독의 신작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감독으로 꼽히는 강우석 감독은 오는 4월에 <전설의 주먹>을 내놓는다. 25년 전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세 명의 전설적인 싸움꾼들이 액션 리얼리티 TV에서 재회한다는 내용이다.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정웅인 등이 출연한다.

7월 개봉 예정인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는 디지털로 창조된 캐릭터인 고릴라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겪는 좌충우돌을 그린 3D 작품이다.

2013년에도 액션·범죄·스릴러·미스터리 장르가 강세이다. 여기에 코미디와 드라마가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스타 감독의 신작이 쏟아지는 가운데 유지태(<마이 라띠마>)·박중훈(<톱스타>)·하정우(<롤러코스터>) 등 배우들의 감독 도전작도 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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