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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룬궁에 데인 중국, “전능신교를 뽑아내라”

중국 정부, 체제 위협 세력으로 판단해 사교와의 전쟁

모종혁│중국 전문 자유기고가 ㅣ | 승인 2012.12.31(Mon) 16: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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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중국 시진핑 당시 부주석의 미국 방문에 맞춰 LA에서 방미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파룬궁 수련자들. ⓒ EPA 연합
2012년 12월21일. 중국 충칭(重慶) 시에 사는 리환환(여·23)은 무단결근을 했다. 마야 제국이 만든 달력에 날짜가 2012년 12월21일까지만 나와 있어 지구가 멸망한다는 흉흉한 소식이 돌던 날이었다. 그는 이날 하루 종일 가족과 함께 지냈다.

리 씨는 “종말론을 믿지는 않았는데 아침부터 우중충한 날씨에 평소와 달리 검은 먹구름까지 짙게 끼어 출근을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사에 가지 않은 사람은 리 씨뿐만이 아니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결근 혹은 결석했다”라고 고백하는 중국인이 수천 명에 달했다.

마야의 종말일은 한낱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종말론을 등에 업고 세력을 확장하는 한 종교 세력 때문에 중국 정부가 골치를 썩이고 있다. 1989년 허난(河南) 성에서 자오웨이산(趙維山·61)이 창시한 ‘전능신교(全能神敎)’가 그것이다. 전능신교는 기독교 종말론의 한 갈래인 ‘천년지복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 정부 단속에 점조직으로 대응

예수가 다스리던 은전(恩典)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전능신이 다스리는 국도(國度) 시대가 출현하는데, 동양 여성의 몸으로 부활할 신이 곧 중국에 내려와 인류를 심판할 것이라는 것이 주된 교리이다. 전능신교는 신도들에게 중국 공산당을 암시하는 ‘크고 붉은 용’과 결전을 벌여 물리치고 전능신이 다스릴 법률과 체계가 완비된 시대를 준비하자고 선동해왔다.

황당무계한 교리를 내세운 전능신교이지만, 중국 정부의 반응은 심각했다. 종말론을 앞세운 여타 종교 세력과 달리 전능신교가 공공연하게 ‘공산당 통치 타파’를 외쳤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언론은 전능신교가 전국 각지의 각계각층에 세력을 넓히고 있는 상황을 경마 경주하듯 전하고 있다. 전능신교단의 실체와 운영 방식을 폭로하면서 이들이 전형적인 사교의 특성을 띠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전능신은 ‘동방 번개’ 또는 ‘실제신’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교단은 ‘여신’이라 불리는 여성이 지도자 역할을 하지만 미국으로 도피한 자오웨이산이 실제 교주로 알려졌다. 여신 밑에는 제사장이 있고 다시 대교구와 소교구로 나뉘는데, 이를 이끄는 사람을 대령(帶嶺)이라고 한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전능신교를 무너뜨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데다 호법대(護法隊)라는 조직이 이탈자를 막고 있어 조직 파괴가 어려웠다. 전능신교는 입교 의사가 있으면 이름이나 신분을 묻지 않고 누구나 교인으로 받아들인다. 종교 집회나 교인 모임에는 가명을 사용해 참석하고 직접 만나서 모임 시간과 장소를 통지한다. 집회가 공안에 발각될 때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신호를 보내 다른 교도가 피신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언론은, 전능신교가 중국 전역에 지부를 두고 있고 신도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언론의 선전과 달리 전능신교의 세력은 그다지 강력하지 못하다. 전능신교가 활동하는 주 무대는 산시(陝西) 성, 간쑤(甘肅) 성, 닝샤(寧夏) 회족자치구,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등 중국 서북부의 가난한 농촌 지역이다. 사람이 몰려 사는 도시에서는 세력을 전혀 넓히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들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슬람교나 불교의 권위에 도전할 능력도 못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언론은 2012년 12월 들어서 체포된 신도만 1천여 명에 달한다며 전능신교의 위험성과 패악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중국에서 특정한 종교 세력을 사교로 몰아 단죄하고 교인을 체포하는 것은 파룬궁(法輪功)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과거 역사의 안 좋은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의 역대 왕조는 농민 봉기에 의해 멸망해왔다. 진승·오광의 난이 기폭제가 되어 첫 통일 왕조인 진나라가 붕괴했고, 황건적의 난으로 한나라가 멸망했다. 황소의 난은 당나라가 무너지는 계기가 되었고, 홍건적을 이끈 주원장은 원나라를 쓰러뜨리고 명나라를 세웠다.

명이 쓰러진 것도 청의 침입보다는 이자성의 난으로 수도인 베이징이 함락되었기 때문이다. 1912년 멸망한 청나라는 19세기 아편 전쟁의 패배와 태평천국의 난, 의화단 운동으로 인해 망국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농민 세력을 기반으로 한 ‘공산 혁명’으로 세운 나라이다.

흥미로운 점은 대다수 농민 봉기가 종교를 바탕으로 세력을 늘렸다는 데 있다. 황건적은 도교의 한 분파에서, 홍건적은 불교에 뿌리를 둔 신흥 종교인 백련교에서, 태평천국은 기독교를 중국화해 포교한 배상제회(拜上帝會)에서 시작되었다. 1999년부터 중국 정부가 파룬궁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에 나섰던 배경도 비슷하다. 잘 알려졌다시피 파룬궁은 1992년 리훙즈(李洪志)가 창시한 기공 수련법이다. 당시 파룬궁이 대중 속에 파고들었던 것은 독특한 기공 체조 덕분이었다. 신체의 기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어, 순식간에 수련자가 5천만명을 넘어섰다.

중국 정부가 처음부터 파룬궁을 탄압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중국 최고 지도부는 파룬궁에 호의적이었다. 1999년 초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지병인 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기공의 일종인 중궁(中功) 수련자를 거주지인 중남해로 초대했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는 “기공 수련자가 늘어 매년 1조 위안의 의료비가 절감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같은 해 4월25일 1만여 명의 수련자가 중남해 앞에서 ‘파룬궁 합법화’ 등을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이자 상황은 돌변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톈안먼(天安門) 사건 이후 가장 심각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파룬궁을 사교로 낙인찍었다.

중국 내부적 모순 때문에 사교 유행

파룬궁은 순수한 기공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체계적인 교단 조직을 갖추었고 창시자 리훙즈에 대한 신격화도 강화되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탄압은 너무나 혹독했다. 현재 중국 내에서는 파룬궁과 관련된 모든 집회와 출판물을 엄금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수련자 10만여 명을 체포해 2만여 명을 노동교화소로 보냈고, 5백여 명을 감옥에 수감했다.

중국 정부가 파룬궁에 과잉 반응한 이유는 짧은 기간 내에 많은 수련자를 모아서가 아니다. 수련자들 속에 관료·공안·군인 등 정권 요직의 엘리트들이 포함되었고, 공산당원이 주축을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전능신교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가 긴장하는 점은 교단 규모보다 그 끈질긴 생명력에 있다. 전능신교 문제는 2007년 2월 중국 관영 주간지 <랴오왕(瞭望)>에서 이미 다룬 바 있다. 당시 <랴오왕>은 “서부 농촌 지역에 각종 지하 종교와 사교가 성행하고 있다”라며 그 대표적인 교단으로 전능신교를 지목했다.

중국 정부는 2012년 11월 열린 18차 전당대회에 앞서 베이징 시가 ‘사교의 폐해를 알리는 달(2012년 6월)’로 지정하는 등 ‘사교와의 전쟁’에 돌입하기도 했다. 사교를 단속하기 위해 공안의 비밀 정보 조직을 사회 곳곳에 침투시켜 동향을 감시했다. 하지만 그 성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신흥 종교 세력은 극심한 도농 격차와 빈부 격차, 관리 부패 등 중국 내부의 사회적 모순을 이용해 신도를 포섭하고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이제 중국은 요란한 사교와의 전쟁보다 사회 안정을 위한 진정한 개혁에 나서야 할 시점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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