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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권력기관, 개혁의 칼날 위에 서다

국정원 등 새 정부 개혁 방향에 촉각 곤두세워

김지영·조해수 기자 ㅣ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3.01.08(Tue) 14: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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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대적인 ‘사정(司正) 한파’가 몰아쳤다. 사정 정국을 주도한 곳은 검찰을 비롯한 경찰과 국세청, 국정원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이었다. 그런데 요즘 이들 권력기관이 ‘박근혜 눈치 보기’에 여념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들의 조직을 향해 어떤 ‘개혁의 메스’를 들이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사저널>은 개혁 대상으로 떠오른 국정원과 국세청, 경찰 등의 내부 분위기를 들여다보았다.

■국정원, 민병환·권영세 차기 원장설

이명박 정부의 첫 국정원 수장이었던 김성호 원장 체제에서 “국가정보원은 ‘조직개편원’이다”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국정원 내부의 인사 이동이 상당히 잦았기 때문이다. 평균 3개월에 한 번꼴로 자리바꿈이 있었을 정도이다. 그런데 2009년 2월 원세훈 원장이 오면서 국정원은 외형상 안정된 모습을 되찾았다. 원원장은 “국정원에서 하는 일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외부로 절대 알려지지 않도록 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이후 외부 활동을 하는 국정원 요원들의 언행은 상당히 신중해졌다. 자신의 업무 영역 밖에 있는 정보원과의 접촉도 단절했다. 가장 민감한 시기였던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정원 수뇌부는 일선 요원들에게 “정치권 등에서 오해받을 만한 행동은 하지 마라.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하느니, 차라리 일을 하지 말고 쉬어라”라고까지 하명했다. 특히 정치권을 담당한 요원들의 언행이 이전보다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그럼에도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 터졌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라며 강력히 몰아붙였고, 국정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런 공방이 한창 오가던 와중에 12월19일 대선이 끝났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정원 개혁 방안이 조금씩 외부로 흘러나오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현재까지도 ‘관행’처럼 진행되고 있는 국정원 요원들의 국회와 정부 부처 출입 제도를 폐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보 수집 파트의 역할을 줄이는 대신 해외와 북한 정보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미국 CIA(중앙정보국)에는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같은 선진국의 정보기관을 롤 모델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역대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천명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엄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당선인의 ‘철통 보안 인사’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첫 국정원장으로 누가 낙점될지에 대해 구구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박당선인과 민 전 차장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이다. 민 전 차장의 부친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문교부장관을 지낸 민관식씨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박당선인과 민 전 차장, 두 사람은 아버지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왔고, 현재도 친분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여권 일각에서는 권영세 전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의 이름도 조심스럽게 거명되고 있다. 검찰 재직 시절 국정원에 파견 나간 적이 있고, 국회에서도 정보위원장을 맡는 등 국정원의 내부 사정에도 비교적 밝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 국세청, 조사4국 폐지되나

국세청 역시 박근혜 정부가 향후 자신들을 어떻게 개혁할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박당선인측은 당장 압수수색 영장이 없이도 민간인의 계좌를 추적하는 권한 남용을 막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국세청이 그동안 자의적으로 휘둘러온 특별 세무조사를 제한할 방침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특별 세무조사 때에는 외부의 전문가들을 통해 특별 세무조사 대상 선정이 적합했는지 검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그동안 받아왔던 일반 세무조사도 구체적으로 그 선정 기준을 공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특히 국세청장의 지휘를 받아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개편될지도 주목된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특수부나 마찬가지인 서울청 조사4국을 폐지하기보다는 다른 형태의 조직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보았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복지 공약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국세청의 역할과 기능을 오히려 강화할 것이다”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현동 국세청장도 지난 1월2일 시무식에서 “(박근혜 정부의) 복지 재원의 확충 등 원활한 재정 조달을 위해 국세청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해졌다”라며 새 정부에서 조직과 인력을 늘려줄 것을 기대했다.

■경찰, 김기용 청장 새 정부에서 재신임 받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 경찰 쪽에서는 한숨부터 새어나왔다. 박당선인의 검·경 수사권 조정 공약안이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에 비해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은 이번 대선에서 문후보의 당선을 내심 기대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 경찰이 득 볼 일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적지 않다”라고 전했다.

대선 당시 박후보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검·경 간 협의를 통한 합리적 수사권 분점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검·경 간 수사권 조정은 정부와 여당, 국회 내에서 여러 해 동안 다뤄온 주제였지만,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결국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그런데 “박당선인이 경찰보다는 검찰에 좀 더 가깝다”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경찰의 기가 다소 꺾인 모습이다. 새누리당에 검찰 출신 전·현직 의원이 많다는 점도 경찰로서는 여간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해도 현재의 김기용 경찰청장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당선인은 무난한 인물을 원할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조현오 전 청장처럼 좌충우돌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임기가 2014년 5월까지인) 김청장이 재신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김청장은 정통 경찰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 내에서 인맥이 그리 넓지 않다. 내부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경찰 내에 ‘패거리 문화’를 만들 소지가 없다는 장점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것이 박당선인이 원하는 스타일이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조현오 청장 시절 만들어진 경찰청 범죄정보과가 존속될지도 의문이다. 이 부서의 최고 책임자였던 황운하 수사기획관은 지난해 11월 수사연수원장으로 사실상 좌천되었다. 범죄정보과는 검찰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조직이기 때문에, 경찰보다 검찰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박당선인이 이 부서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거리이다. 

   
대검찰청·국정원·국세청 ⓒ 시사저널 임준선·최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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