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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때 식모, 134cm 키, 역경과 장애 훌쩍 넘었다

‘컬럼비아 석사’로 오지에서 희망 쏘는 ‘작은 거인’ 희망상 받으러 내한한 국제사회복지사 김해영씨

조철 ㅣ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3.01.08(Tue) 16: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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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별들을 볼 때마다 한없는 기쁨으로 온몸에 힘이 솟구친다”라고 말했던 국제사회복지사 김해영씨(48). 김씨는 지난 연말 아프리카 보츠나와에서 편물 교사 겸 선교사로 활발히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KBS 감동대상>에서 ‘희망상’을 받았다. 상을 받기 한 달여 전 케냐에 머물렀던 그는 트위터(@Bonkgonne)에 ‘새벽 별이 빛나고 있다. 저 너머로 아침이 오고 있다. 나이로비에서 아침을 맞는다. 내 앞으로 하루가 오고 있다. 나를 만나러 오는 하루다. 내가 살아 있어서 오늘은 의미가 있다. 곧 인도양을 물들이고 오는 태양을 맞아야겠다’라고 썼다. 그가 전하는 희망은 ‘살아 있다는 것 자체’인 것이다.

가족의 불행 혼자 떠안은 척추장애인

어릴 적 사고로 척추장애가 생겨 1백34cm에서 멈춰버린 키, 보호와 양육을 받아야 할 김씨는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소외당하고 고립되었다. 사회에 대해, 주위 사람들에 대해 분노하고 악감정을 가질 만한데 그는 그렇게 하는 대신 스스로 고립에서 벗어나려 앞으로 나아갔다. 어린 동생들을 키우려 열네 살 때 남의 집 식모살이를 시작했다.

김씨는 “내가 태어났을 때 어른들은 첫아이가 여자라고 기분 나빠했다. 술에 취한 아버지는 그 갓난아기를 벽으로 밀쳐버렸다. 어머니는 정신질환을 앓았고, 이후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이는 척추장애인이 되었고, 집안의 불행한 일을 모두 책임졌다. 아이는 어머니를 대신해 어린 동생들을 키웠다. 초등학교를 마친 뒤에는 월급 3만원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세상이 부조리하고 부정의하다고 믿고 있던 그 아이는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갔다. 편물 기술을 배웠고, 전국기능대회와 국제장애인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가난과 장애를 뛰어넘었다”라고 자신의 성장 과정을 담담히 들려주었다.

고입·대입 검정고시에도 합격한 김씨는 대학에 꼭 가고 싶었다. 가난과 장애를 뛰어넘어 편물 기술자로 좋은 대우를 받는 그였지만 의상학과 입학을 목표로 들어가려던 대학 문턱에서 넘어져야 했다. 1989년 말 시험 결과 발표를 보고 난 뒤 심한 몸살과 과로로 쓰러졌다. 열흘을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지내며 한약과 양약을 먹고 침까지 맞으며 나아지기를 기대했으나 허사였다. 노력으로 나을 일이 아님을 알고 약 먹기를 중단한 그는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했다. 한국에서 대학에 입학하는 길만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은 그의 앞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나타난 길은 ‘보츠나와 직업학교’였다. 돈을 벌고, 성공하고, 대학에 가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은 자신이 할 일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김씨는 ‘그래, 이렇게 살다가 죽는다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좀 더 보람 있는 삶을 살 것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보자!’라고 마음먹었다.

아프리카 남부 보츠나와에서 편물 교사로 일한 지 4년째 되었을 때 폐교의 아픔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오뚝이’가 된 지 오래였다. 김씨는 자신이 직접 교장을 맡아 학교를 살려냈다. 그렇게 14년 동안 아프리카 자원 봉사 활동을 한 김씨는 약 4백5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김씨는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는 희망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라며 아프리카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14년여 자원 봉사 활동은 미국의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자원 봉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부를 더 해야 할 동기를 얻었던 그는 컬럼비아  대학 국제사회복지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며 다시 한번 인생 역전을 이루었다. 유학 가면서 들고 간 돈은 3천 달러가 전부였다. 김씨는 “인생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최선을 다해 뛰어넘었고,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살았다. 기적은 하루하루가 쌓이며 만들어졌고, 그 기적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이 유학 경비에 도움을 주었다. 국제사회복지사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라며 도움 주신 분들에게 공을 돌렸다.

자신의 상황을  남의 탓으로 돌린 적 없어

그의 사연을 들은 방송사들이 김씨를 초대해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김씨는 태연하게 자신의 고난과 역경을 이야기하는데,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눈물을 쏟았다. 그것을 계기로 김씨는 지난해 봄 <청춘아,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서울문화사 펴냄)라는 자서전 형식의 에세이를 펴냈다.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자신이 너무 불쌍하다고 느꼈다는 김씨. 그래서 자신에게 약속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너한테 마음 아픈 일은 시켜주지 않을게.” 그 약속을 지켜 30여 년간 한국, 일본, 보츠와나, 미국을 거치는 긴 여정을 보냈다. 김씨는 “돌아간 길이 아니다. 최선을 다한 길이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인생’을 살아낸 길이다. 나의 인생은 꿈을 따라 흘러왔다”라고 자평했다.

김씨는 책을 엮으며 청춘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인간은 인간이라서 아름답다. 사람은 사람이라서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 앞에 놓인 무수한 장애물들(학벌, 가족 배경, 스펙, 취업 등)을 뛰어넘지 못할 때마다 자기 탓으로, 부모 탓으로, 사회 탓으로 돌리지 말고 가장 나답고, 인간답고, 사람답게 뛰어넘기를 바란다.” ‘희망상’을 받기 위해 잠시 귀국해 시상식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사람으로 태어난 것. 지금 살고 있는 것. 그것이 희망이지 않을까, 그것이 성공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년들도 지금 사람으로 태어나서 살고 있는 것을 성공으로 알고, 희망으로 알고, 기대를 낮추고, 마음을 낮춰 열심히 살아가기를 바란다”라고 수상 소감에 덧붙였다.

이어령 교수는 김씨의 책을 추천하며 “장애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김해영 선생을 보며 인정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어린아이는 키가 작아 문을 열 수 없다. 노인은 제대로 걷지 못하는 등 나이를 먹을수록 많은 장애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 서로를 배려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들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벽을 넘어서, 그리고 벽이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애라는 틀을 깨고 최고의 편물 기술자가 되었던 김씨는 이제 사람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되었다. 현재 밀알복지재단 본부장으로 있는 김씨는 남부아시아 부탄 지역사회 개발 프로젝트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희망상’ 수상 소감을 말하는 김씨는 작은 체구이지만 밝은 얼굴에 에너지가 넘쳤다. 당당한 말투로 그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모습도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는 “나는 내가 참 마음에 든다. 사람들은 저 사람 키가 작아서 불쌍할 것이라고 추측도 하는데 이만큼 생긴 것이 정말 마음에 든다. 특히 아프리카 아이들이 나를 굉장히 멋있는 사람, 예쁜 사람이라고 알아준다. 그래서 어떤 곳보다도 아프리카에 사는 내가 마음에 들고, 대한민국 국민이 내가 하는 일과 살아가는 일에 용기를 주고 격려를 해주어서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아프리카 보츠와나 남동부 로바체 시에서 제자들과 함께한 김해영씨(가운데). ⓒ 김해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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