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운규 영화 <아리랑>이 낳은 ‘본조 아리랑’
  • 김연갑│(사)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 ()
  • 승인 2013.01.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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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리랑>의 성공은 주제가 아리랑을 통해 각 지역의 정선 아리랑, 긴 아리랑, 문경 아리랑, 밀양 아리랑, 진도 아리랑 등에 활력을 불러일으켰고, 전 민중적 중심 <아리랑>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아리랑>은 민중적 비애와 한(恨)에 의한 비극적 정조(情調)를 수렴하고, 권력에 대한 개인과 집단의 저항적 민중 의지를 발현시켜주며, 고통과 모순을 극복시켜주는 미래 의식의 추동체로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곧 <아리랑>은 민요, 노래 그 이상의 노래인 것이다.

이렇게 <아리랑>은 ‘한민족의 노래’라는, 어떤 노래도 갖지 못한 많은 헌사적(獻辭的) 평가를 받아왔다. 경북 직지사 방장 관응 스님이 ‘<아리랑>은 한국인의 참말(眞言)’, 고은 시인이 ‘<아리랑>은 고난의 꽃’이라고 한 지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민중들은 이 영화 주제가 <아리랑>을 1940년 말쯤에 모든 지역 <아리랑>과의 위상적 변별을 위해 아무런 수식을 하지 않는 <아리랑>으로 명명했다. 그리고 학술적 표현으로 모든 아리랑 주제 작품의 장르적 기제로서 특화해 ‘본조(本調) 아리랑’이라고 부르게 했다. 그러니까 오늘날 남과 북은 물론 1백48개국 해외 동포들이 아무런 연습 없이, 여기에 많은 나라의 외국인까지도 함께 부르는 <아리랑>이 나운규 영화의 주제가 <아리랑>인 것이다. 그 위상을 입증하는 의미로, 학술적으로는 ‘본조 아리랑’이라 부르는 것이다.

1926년 10월1일 서울 단성사 개봉 영화 의 성공에 힘입어 (박문서관, 문일 편)이 발행되었다. 한국 문학사에서 영화소설이라는 장르의 첫 작품은 이 (제1편)이다. 이 책에는 스틸컷 7편과 주제가 악보가 수록되었다. 영화 제2편(1929년 개봉)도 영화소설로 발행되었다. 2편의 주제가도 같은 선율이다. ⓒ 김연갑 제공
지난해 12월6일 뉴스를 통해 명창 이춘희 선생이 유네스코 총회장에서 등재가 확정된 <아리랑>을 불러 격찬받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바로 그 <아리랑>이 본조 아리랑이다. 그런데 등재 이후 여론에서 거론되는 것은 정선·밀양·진도·문경 아리랑이고, 이 본조 아리랑은 빠져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동안 가깝게 있고 흔하다고 방치했다가 중국이 <아리랑>을 자국의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사태로 인해 이번 인류문화유산 등재에 이르기는 했지만, 이 본조 아리랑을 계속 방치한다면 중국에 자국 문화재 지정의 명분을 강화시켜주거나 그 활용도를 높여주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중국이 2009년에 일반 아리랑을 ‘성급(省級)’으로 지정했고, 2011년에 이 본조 아리랑을 ‘국가급’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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