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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말해서 쫓겨나고 스트레스 줘 쫓아내고

한국 기업의 문제 심층 취재한 ‘다면적 보고서’

조철 ㅣ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3.01.15(Tue) 09: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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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검열이라도 받은 듯 책의 첫 장을 비운 채 펴낸 책이 눈길을 끈다. ‘나쁜 기업’을 고발하는 책이다 보니 그런가 보다. <대한민국 나쁜 기업 보고서>라는 책을 엮어낸 르포 작가 김순천씨는 “원고를 다 완성해놓았는데 인터뷰했던 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피해를 입을까 봐 못 싣겠다고 하더라. 고민 끝에 회사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이 공간을 남겨놓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책 첫 장에 실리기로 했던 한 대기업 노동자의 원고는 결국 싣지 못했고, 고심 끝에 그 페이지는 비워둔 채 출판하기로 했다. 익명으로 했음에도 회사가 자신을 추적해 피해를 줄까 봐 인터뷰 삭제 요청을 한 것이다. 이것은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 모든 직장인, 월급쟁이의 현실임을 느끼게 한다.

   
저자가 인터뷰한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 시대 노동자들은 거의 노예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으로서는 주권자인데 노동자로서는 예속적인 노예 상태이고, 둘 사이에는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전혀 평등하지 않다. 일하면서 행복한 감정을 느껴야 하는데 예속된 상태에서, 인간관계가 적대적인 상태에서 행복이란 있을 수 없다. 지옥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책에는 차별과 설움에도 회사에서 존중받고 싶다는 반월공단 여성 노동자의 간절한 바람, 성과급과 내부 경쟁을 통해 파괴되는 인간관계와 모멸감, 시시각각으로 조여 오는 정리해고의 불안, 경영권 참여는 고사하고 헌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권리마저도 빼앗긴 노동자의 참담함, 기업에게 장악되는 대학을 지키고자 애쓰다 징계와 퇴학을 당하는 대학생들의 기막힌 사연이 담겨 있다.

사기업뿐 아니라 선망의 직장으로 꼽히는 공기업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둘이 마주보고 뺨을 때리게 하는 형벌처럼 직원들끼리 ‘사랑의 작대기’로 해고를 한다는 곳도 있었다.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업 운영과 모든 인간관계를 파괴시키는 성과급제, 점점 줄어드는 인력과 늘어나는 업무량…. 금융계 공기업에 다니는 한 직장인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든 관계가 망가졌고 성격마저 바뀌었다고  한탄했다.   

그래도 대기업 하청업체들이 밀집한 반월공단의 한 여성 노동자는 회사에서 존중받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했다. “내가 인정받을 곳이 회사밖에 없잖아요.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살맛이 나니까요. 박스로 머리나 맞고 있으면 우울하잖아요.” 저자는 그의 바람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되물었다.

최승원 대전대학교 산업광고심리학과 교수는 “기업들도 성과 평가를 받아야 한다. 얼마나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서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기업보다 고용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회사가 더 좋은 기업일 수 있다. 어떻게 하는 게 경영을 잘하는 것인지, 운영을 잘하는 것인지 체계가 만들어지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더 좋은 것은 기업 자체에서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하나의 좋은 리더의 성향으로 인정해주는 쪽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저자가 찾아간 한 기업의 임원은 “우리 회사는 절대 해고시키지 않는다. 비정규직은 한 명도 없고, 모두가 정규직이다. 8시간 노동제를 꼭 지킨다. 여름에는 무조건 일주일 휴가를 줘서 다 쉬게 한다”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저자는 그 말을 듣다가 갑자기 마음이 울컥 했다고 한다. 그 임원이 말한 내용들은 정상적인 회사라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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