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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응시자 20여 명 수사 선상 올랐다

충남교육청 ‘장학사 비리’ 점입가경

정락인 기자 ㅣ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1.21(Mon) 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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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다. 교육 정책은 100년 앞을 내다보고 설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바꾸어 말하면, 교육이 썩어 있으면 국가의 미래를 망친다. 새해 벽두부터 쏟아진 충남교육청의 ‘장학사 비리’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7월 충남교육청은 ‘장학사 선발 시험’을 치렀다. 여기에는 총 1백50명이 응시했고, 이 중 39명이 합격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부정이 있었다. 장학사가 시험 문제를 빼냈고, 이를 미끼로 시험에 응시하려는 교사들에게서 돈을 받고 문제를 유출했다. 경찰은 합격자 중 20여 명이 비리에 연관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충남교육청이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될 수도 있다.

   
1월10일 대전 중구 충남도교육청에서 승융배 부교육감이 ‘장학사 선발 시험 문항 유출 파문’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학사 비리의 서막은 1월5일 핵심 관련자인 노 아무개 장학사(47) 등 두 명을 구속하면서 열렸다. 얼마 후 비리 연루 의혹이 있는 박 아무개 장학사(48)가 음독자살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그는 교육전문직 시험 출제위원으로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었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리적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독극물을 마셨다. 그리고 음독한 지 3일 만인 1월8일 숨을 거두었다.

이번 장학사 비리는 얼핏 보면 아주 단순하다. 시험을 보기 전에 문제를 빼낸 후 돈을 받고 알려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장학사 자리를 ‘매관매직’한 것이다. 그런데 충남교육청 장학사 비리는 일회성이 아니었다. 핵심 인물로 구속된 노장학사의 행태가 수상했다.

그는 시험 문제를 알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 누군가 문제지를 빼내는 것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비리에 접근할 수도 없다. 그래서 경찰은 노씨 주변을 집중 수사했다. 그러자 공모자들이 하나 둘씩 드러났다. 노씨의 시험 동기이자 시험 출제위원인 박 아무개씨(자살)와 시험 관리를 맡은 다른 교원 등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사실이 밝혀졌다.

노씨는 시험을 앞둔 교사들에게 문제를 알려주는 대가로 2천만원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장학사 비리 구조이다. 그런데 노씨를 수사하면 할수록 새로운 것이 튀어나왔다. 경찰은 노씨를 수사하다가 놀랄 만한 것을 발견했다. 그가 장학사 시험 합격자 19명 중 15명 이상과 접촉한 정황도 포착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노씨의 비리 수법이다.

그는 완전 범죄를 노리고 무려 10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여기에다 10개 이상의 유심 칩을 갈아 끼우며 통화 추적을 피하는 등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돈은 모두 현금으로 받았다. 이것만 보아도 노씨가 꾸준히 장학사 비리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하다. 그의 뒤를 봐준 ‘윗선’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장학사 되면 승진할 때 유리

경찰은 1월17일, 지난해 장학사 시험에 합격한 교사 14명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들 교사가 장학사 시험 비리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핵심 비리를 잡지 못하자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향후 고구마 줄기에 비리의 먹이사슬이 주렁주렁 달려 나올 수도 있다. 때문에 충남교육청 장학사 비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왜 이렇게 ‘장학사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기자는 ‘장학사’라는 자리에 주목했다. 장학사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5급(사무관)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것이 예사 자리가 아니다. 일단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 암행어사’로 여겨진다. 학교를 주기적으로 감찰하고, 학교 교사의 수업 능력과 학습 결과뿐 아니라 학교를 시찰하면서 시설 및 장비 등을 평가·보고한다.

때문에 장학사는 일선 학교에 ‘저승사자’가 될 수도 있다. 권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사들은 장학사를 출세의 발판으로 보고 있다. ‘장학사’는 교장이 되는 지름길로도 통한다. 평교사들이 평생 꿈꾸는 ‘교장’은 근무 연수만 쌓인다고 되지 않는다.

보통 평교사가 교감이 되려면 20년 정도가 걸리지만, 장학사가 되면 교감이나 교장 승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교장이 되려는 교사들에게 ‘장학사’는 일종의 통과 의례인 셈이다.

때문에 교직 사회에서 장학사와 교사의 뒷돈 거래는 오래전부터 소문으로 떠돌았다. 심지어 ‘장학사’가 되려면 ‘얼마를 써야 한다’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되었다. 합격 안정권에 들어가려면 최소 2천만~3천만원은 써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대해 한 고등학교 교사는 “실력만 가지고 장학사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힘들다. 장학사 시험은, 초등학교는 13년, 중등학교는 15년 이상의 교육 경력과 최근 2년간 근무 성적이 ‘우’ 이상이어야 응시할 수 있다. 또, 장학사 시험에서는 필기고사와 면접, 현장 실사 등을 치른다. 필기도 중요하지만, 면접도 합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장학사 시험의 면접시험에는 현직 교장과 교감 그리고 장학사가 면접관으로 들어간다. 면접의 경우 주관적인 평가가 점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면접관들을 얼마나 자기 편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 여기에서도 뒷돈이 오간다. 현행 장학사 시험에 대한 체계적인 개혁이 없는 한 ‘장학사 비리’는 언제든지 터져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지방 교육청의 한 중등학교 장학사는 “교사는 교감이나 교장으로 승진하지 않으면 평교사로 교직 생활을 끝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교감이나 교장 승진에 목을 매게 된다. 장학사는 자기의 교직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다. 이런 절박한 심정이 있기 때문에 돈이라도 주면서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비리의 원천을 없애는 대안이 나와야만 제2, 제3의 장학사 비리를 막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소리만 요란한 ‘서울교육청 장학사 비리’ 

지난 2009년 12월3일 서울 노원구의 한 술집에서 50대의 남녀가 술을 마시다가 싸움을 벌였다. 서로 감정이 격해지자 이들 중 여성이 하이힐을 벗어 남자의 머리를 가격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말다툼에서 시작되었던 싸움은 급기야 폭행으로 번졌고, 노원경찰서에 신고가 접수되었다.

두 사람은 서울시교육청 소속의 장학사인 임 아무개씨와 고 아무개씨(여)였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고씨는 화가 덜 풀렸던지 임씨를 가리키며 “장학사가 되기 위해 이 사람에게 2천만원을 주었다”고 폭로성 발언을 했다. 뜻밖의 ‘취중 진담’을 접수한 경찰은 ‘비리 사건’으로 보고 곧바로 수사에 들어갔다.

고씨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초 임씨가 “장학사 시험 2차 전형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해줄 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임씨는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면접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당시 서울의 ㅅ중학교 교사이던 고씨는 몇 개월 뒤 2천만원이 든 자기 명의의 통장과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임씨에게 건넸다. 고씨는 장학사 시험에 합격했다.

임씨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에게도 장학사 시험 합격을 빌미로 1천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돈을 빌려준 것처럼 차용증까지 만들었다. 이것이 단초가 되어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휘청했다. 결국 공정택 당시 교육감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비리 없는 서울 교육’을 내걸었던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장학사 비리’가 터졌다. ⓒ 연합뉴스
그 후 교육과학기술부는 장학사 인사 비리를 없애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 비리 근절 태스크포스’까지 꾸려졌으나 소리만 요란했다. 핵심인 실천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여론이 시들해지자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잠잠해졌다.

당시 비리는 서울시교육청이 발칵 뒤집힐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하지만 2년이 훨씬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언제든지 같은 비리가 일어날 수 있는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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