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총리지명자, "수십 년 전까지 다 파헤치니까...." 청문회 걱정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3.01.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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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총리 후보자 첫 출근길, 피트니스 센터 단독 밀착 취재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지난 1월24일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듯하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를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말 그대로 ‘깜짝’ 인사였다. 이번 총리 인사에 청빈한 법조계 인사가 내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많은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사실 김후보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히 박당선인이 “인수위 인물들을 정부 요직에 배치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김후보자야말로 총리와 가장 먼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등잔 밑이 어두운 인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매일 아침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정보 입수

총리 지명 다음 날인 1월25일 아침, 김후보자가 첫 출근하게 될 총리 후보 집무실이 마련된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는 취재진들이 잔뜩 진을 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주인공’의 한마디를 듣기 위한 귀와 눈이 모두 그곳에 쏠릴 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위원장 때와 마찬가지로 김후보자는 쏟아지는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 뻔했다. 그곳에서는 김후보자에 대한 제대로 된 밀착 취재가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시사저널>은 다른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기자는 김후보자의 평소 하루 스케줄을 꼼꼼히 체크했다. 그는 서울 종로구 무학동 자택을 나서서 곧바로 집무실로 향하지 않고 어딘가를 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어딘가는 바로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호텔의 피트니스 클럽이었다. 이곳에서 김후보자는 매일 아침 운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10여 년 전부터 매일 같이 이용해 왔다고 한다. 클럽의 한 관계자는 “(김후보자는) 오전 7시15분께 와서 1시간가량 이용한다. 주로 수영장을 이용하는데, 30분간 물 속 걷기 운동을 한다. 부인(서채원씨)과 늘 함께 온다. 회원권은 부부 합산 4백만원 안팎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귀띔해 주었다.

총리후보자 신분 첫 날인 1월25일 아침, <시사저널> 취재진은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 대신 중구 피트니스클럽 앞에서 김후보자를 기다렸다. 이날 서울 아침 기온은 영하 11도까지 내려갔다. 매서운 추위에다,총리 지명이 있은 다음날이었기 때문에 혹시 운동을 거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러나 7시15분이 조금 넘은 시각, 김후보자는 어김없이 로비에 모습을 나타냈다. 감청색 양복 차림에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쥔 모습이었다.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있는 사우나 라커룸으로 온 김후보자에게 기자가 인사를 건넸다. 김후보자는 잠시 놀란 모습을 보이더니 미소로 인사를 대신했다. 기자가 “(총리로 지명된 것을) 축하한다. 몇 가지 여쭤봐도 괜찮겠는가”라고 하자, 이내 손사래를 치며 “나중에,나중에…”라면서 서둘러 라커룸으로 들어 갔다. 김후보자를 알아본 직원들이 여기저기서 축하 인사를 건네자, 일일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응대했다.

라커룸에서는 직원들이 마련한 간단한 다과회가 열렸다. 총리 지명 축하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소수의 몇몇 직원과 클럽 회원들만 참석할 수 있었던 다과회였기에 기자가 직접 모든 대화 내용을 다 듣기는 어려웠으나, 그 자리에 참석했던 여러 사람의 증언을 통해 상당히 구체적인 얘기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와 헤어진 뒤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 입은 김후보자가 나타나자 우선 매니저가 축하 인사를 건네면서 간단한 다과회를 마련했다고 알렸다. 커피, 주스, 과일, 빵 등으로 마련된 다과회에는 직원과 회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김후보자는 밝은 얼굴로 축하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한 회원이 "최장수 총리가 되어주세요"라고 말하자, 김후보자는 환한 웃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 했다. 함께 참석한 김후보자의 부인 서채원 씨에게도 직원들이 축하 인사를 건네자, 서씨는 부끄러워하며 “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만을 연발했다.

다과회가 시작되기 전, 김후보자는 보청기를 귀에 끼며 “(눈이 나빠) 안경을 쓰는 사람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 (귀가 좋지 않아)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본단 말이야”라면서 웃음을 지었다. 한 직원이 김후보자에게 조간신문을 가져다주었다. 1면에는 김후보자의 총리 지명 기사로 채워져 있었다. 기사를 꼼꼼히 살펴보던 김후보자는 “그러니까,사람은 좋은데 능력은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구먼?”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 짓게 했다. 청문회를 매우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수십 년 전까지 다 파헤치니까" 청문회 걱정

2013년 1월25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뒤 항상 운동하는 서울의 한 호텔 피트니스 클럽에서 회원들과 담소하고 있다 ⓒ독자 제공
한 직원이 “(피트니스클럽을) 언제까지 나오실 건가요?”라고 묻자 김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이있는) 2월25일 전까지는 지금처럼 꾸준히 나올 것이다. (총리가 되면) 세종시와 서울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운동할 시간이 없다. (2월25일 이후에도) 일주일에 2~3번은 나와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후보자는 다과회 도중 수차례 "국회 동의 절차, 그것이 남아 있다”라고 청문회를 걱정했다. 주위에서 “문제 없으실 겁니다. 잘되실 겁니다”라고 하자, 김후보자는 “아니, 이것(청문회)은 수십 년 전 것까지 다 뒤집어 파헤치기 때문에 두고 봐야 한다”라고 걱정을 토로했다. 공식 석상에서 보인 자신감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다과회를 마친 김후보자는 부인과 함께 늘 그래왔던 것처럼 수영장으로 가 운동을 시작했다. 김후보자는 수중 걷기 운동을, 부인은 수영을 했다. 다과회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어 이날은 20여분 만에 운동을 마쳤다.

김후보자가 운동을 마치고 나온 시각은 오전 8시45분께였다. 평소보다는 조금 늦은 시간이다. 기자가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네고 “박 당선인께서 따로 부탁한 말은 없는가?”라고 묻자, 김후보자는 “허허, 지금 출근 시간이 늦어서 다음에 하시죠”라고만 답했다.함께 로비로 나가며 여러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김후보자는 여전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추운데 고생이 많다”라면서 차에 타는 김후보자에게 마지막으로 “건강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강은 문제 없나?”라고 묻자, 김후보자는 “아, 그럼! 문제 없지”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김후보자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들은 이후 직원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사우나에서 구두를 닦는 김 아무개씨는 “10년 가까이 (김후보자를) 보아왔다. 이곳은 아무래도 상류층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나에게) 반말을 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후보자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항상 존칭을 사용한다.정말 이런 사람은 처음 봤다”라고 말했다.

“체력 달리는 듯…의사소통에도 문제”

일부에서는 김후보자의 건강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원은 “아침마다 (김후보자를) 만나는데, 건강이 좋지 않은 듯이 보였다. 두세 걸음 걷다가 쉬고, 또 조금 걷다가 쉬고….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화를 하면 내용중 일부분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동문서답이 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반면 피트니스센터 트레이너는 “건강에 문제가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트레이너는 "(김후보자는) 오랫동안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계속 운동을 하다가 그만 두면 몸에 이상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걱정스럽긴 하다”라고 설명했다.

김후보자는 이제 국회 청문회를 남겨두고 있다. 김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그러나 두 아들의 병역 면제, 편법 증여 의혹, 역사관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후보자가 이 모든 의혹을 자신이 남기고 간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처럼 후련히 해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헌재 소장 시절의 김용준 총리 후보자 ⓒ 연합뉴스

김용준 총리 후보자는 한화그룹의 전신인 조선총포화약 주식회사 대표를 지낸 김봉씨의 5남 중 장남으로,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부친이 한국전쟁 도중 납북되어 편모슬하에서 자랐다. 세 살 때에는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기도했다.

힘든 유년기를 거친 김후보자는 서울고 2학년 재학 중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대학교 3학년 때인 1957년, 만 19세의 나이로 고등고시(현 사법고시, 9회)에 합격했다. 1959년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1960년에는 대구지법 판사로 임용되면서 ‘최연소 판사’로 법조계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지법·서울고법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했고, 1973년 서울민사지법 부장 판사로 승진했다. 1984년 서울가정법원장에 올랐는데, 이때 비행 청소년과 사회 지도자를 연결해 주는 소년자원보호자 제도를 만들었다. 1988년 지체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대법관에 임명되었고, 1994년에는 헌법재판소 2대 소장에 올랐다. 헌재 소장 때의 공로를 인정 받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기도 했다.

법조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김후보자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중앙선대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깜짝 발탁되며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지난해 12월2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되었고, 지난 1월24일 총리후보에 지명되었다.

 

 

‘김용준 청문회’는 무난?

지난 1월24일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로 지명된 김용준 후보자의 청문회는 2월 초께 열릴 전망이다.야당측에서는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자칫‘제2의 이동흡 사태’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가장 먼저 편법 증여 의혹이 일고있다. 김후보자의 장남은 1974년 7세 때 경기 안성군에 당시 시가로 1억6천3백만원에 이르는 임야 2만여 평을 취득했다. 이듬 해에는 8세인 장남이 동생과 함께 공동으로 19억원이 넘는 서초동 양옥 주택을 취득했다. 두 아들은 당시 미성년자로 경제적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편법을 통해 상속 또는 증여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93년 공직자 첫 재산 공개에서 김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29억6천만원이었다. 당시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20억이 넘는 재산을 신고한 경우는 단 3명에 불과했다. 당시 김후보자는 상속 재산이라고 해명했지만, 상당한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모친의 재산에 대해서는 고지를 거부했다.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역시 도마에 올랐다. 장남은 신장미달과 체중미달로, 차남은 통풍으로 각각 1989년과 1994년에 군 면제를 받았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아들의 병역 면제로 상당한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그밖에 헌법재판소 소장이던 1996년, 김후보자가 쿠데타와 광주 학살범죄의 책임자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처벌하기 위한 법안인 '5·18특별법'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었던 것과 관련해 역사관 논란도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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