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반대 세력 강제 ‘통합’하자는 것이 아니다”
  • 김현일 대기자 ()
  • 승인 2013.01.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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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태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이 말하는 대통합위

‘~그러므로 개벽을 거쳐 오게 될 후천세계의 정신은 너도 살고 나도 사는 동인호생의 다살 정신밖에는 없다. (중략) 무등주의에로의 대개오를 통한 다살 정신만이 영원히 흐르는 지상 선경이 가우리 무등주의 다살 한국이다. 가우리 무등주의 다살 한국은 하느님과 인간과 모든 생물이 같이 어울려 선유하면서도 내가 하느님인지 매미가 나인지도 모르는 신아양망의 진속원융 무애의 도화세계이다. 가우리 무등주의 다살 한국의 한인 하느님의 기화로 태어난 금도옥면 해도금묘 해동신원효의 진인이 온밝누리한으로 앉아 사람들의 서원과 광음이 동류하는 영원한 복락의 용화세계를 건설할 것이다.’

“이게 뭔 소리여?”라며 의아해하실 분들이 많을 터이다. 민족종교 경전이냐? 아니면 정감록류(類)의 비결서 한 구절이 아니냐고 되묻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는 <하늘에 한소리 크게 있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원효결서(元曉訣書)> 제2권에 나오는 대목이다. 등장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난해하다.

이런 주장을 펴던 인물이 지난 대선 때 모습을 드러냈다. 진보 좌파를 거침없이 공격하던 그 사람은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한 구성원이 되었다. 저술 내용만으로는 이상한 조합으로 비치나 저자가 김중태(金重泰)임을 확인하는 순간 이내 “그럴 수 있지”라며 수긍하게 된다.

김중태는 박근혜 정부가 공을 들이는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수석부위원장을 맡은 김경재와 함께 진보 진영의 미움을 가장 많이 사는 당사자이다. ‘우리 편’으로 알았는데 상대 진영의 선봉에서 돌격대 역할을 담당했으니 더욱 밉살스러울 것이다. 때문에 새 정부가 생각하는 ‘국민 대통합’ 의미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온다. 한마디로 새누리당 반대쪽에 선 국민의 48%까지를 포용하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야권에서 욕을 퍼붓고 있다. 아주 미워한다. 변절자, 배신자라며 벼르고 있다.

내가 공산주의를 한 일이 없으니 변절도, 배신도 아니다. 대학 시절 금서(禁書)였던 마르크스 책을 몰래 구해 읽었지만 좌익은 아니다. 인혁당 사건(제1차, 1964년)의 주역이라는 이유로 고생도 하고 반공법 위반으로 감옥에도 갔지만 공산주의와는 무관하다. 냉전 시대의 중앙정보부는 비판자를 때려잡을 때 무조건 저쪽(북한)과 연계시켰다. 나는 그 피해자일 뿐이다. 절친한 김지하 시인과 나는 김일성을 싫어한다. 김지하와 나는 자유주의자이다. 문학적 향기도 없고, 철학적 고뇌도 없는 김일성은 우습다.

“한국 좌익, 기본도 없고 오도돼 있다”

공산주의와 전혀 무관하다는 말인데.

서울대 재학 중 민족주의비교연구회(민비연) 회장을 하면서부터 7차례나 체포되거나 감옥에 갔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다. 하지만 ‘북한 공산당 조정’ 운운은 정부가 꾸민 것이다. 내가 반공법 위반죄로 2년 반 감옥살이를 한 것도 그렇다. 민비연 지도교수가 사회학과 황성모 교수였다. 6·25 때 인민군에 끌려갔다가 풀려나기도 했던 황교수는 독일 유학 중 동베를린에 가서 (북한을 오간) 친구를 만났다고 한다. 나는 그런 분의 지도를 받는 민비연 회장이라는 이유로 반공법 위반자가 되었다. 친구 집에 갔다가 친구 아버지에게 인사한 것도 ‘접촉’이 되었고.

어쨌거나 당신은 한때 진보 그룹의 대표적 상징 인물이었다. 그런데 진보를 표방하는 인사들을 ‘정권 장사’ 놀음으로 치부하면서 ‘김대중·노무현이 돈 맛을 알았다. 서민을 위한다는 것은 양념으로 하는 소리’ 운운해 더 타깃이 되고 있다.

북한 좋아하는 사람은 이상하다. 막상 북에 가서 살라면 안 갈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운동 한다는 사람들은 기본도 모른다. 개념도 제대로 안 되었으면서 무슨 좌익이냐.

그렇더라도 박정희 대통령의 딸을 앞장서 지지하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박대통령 당시 그렇게 핍박받았는데. <원효결서> 1권에서는 ‘한인 하느님이 주신 경제 기적 선물을 박정희는 전적으로 자신의 공로로 착각하여 성정이 타락하고 기질은 점점 오만해져…’라며 맹박했다. 적개심이 철철 넘쳐난다.

지난해 8월 박근혜 후보가 만났으면 한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과거에 고생한 분들에게 사죄드리고 싶다고 하더라. 김지하와 상의했고,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한 뒤 같이 만나기로 했다. 김시인이 아픈 바람에 직접 대면은 불발되었지만…. 사실 내가 박후보 곁에 서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감옥에 있으면서 박대통령을 미워했지만 증오 때문에 내 건강이 못 견뎠다. 독재라는 잘못도 있으나 신이 아닌 이상 과오는 있기 마련이고, 사실 이 나라가 이만큼 살게 된 데는 박정희 대통령의 공이 크다. 국가가 발전하려면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이 같이 가야 하고.

“반대 세력 존중하면 돼”

좌파의 문제점, ‘국민 화합 바탕 위에서 미래를 개척할 지도자는 박근혜’라는 명분 못지않게 이른바 ‘출세’하고픈, 편히 살고픈 마음도 새누리당 합류에 작용하지 않았나? 본인이 현실 정치에 관심이 컸고, 실제 출마하기도 했었는데.

… 박후보에게 돈 받고 간 것이 아니고, 벼슬하러 간 것도 아니다. 쓴소리하러 왔다. 국가 장래도 생각했고.

대선 후유증이 심각하다.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는 끓어오르는 분노와 증오를 삭이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에게 ‘부엉이 바위 귀신 따라’ 운운하면서 독설까지 퍼부은 사람이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이 되니 반발이 극심하다. 대통합이 되겠나?

48%의 반대를 끌어안으라고 주문하는데…. 통합이 강제로 되는가. 자기 정치 신념에 따른 결정을 존중해주면 된다. 좌파 교과서는 6·25의 진실까지 외면하고, ‘독재자의 딸’만 외친다. 박근혜 당선인은 공약 이행을 통해 반대 세력을 수용하는 공간을 만들어 가면 된다. (이념적 이유로 일반이 말하는 통합이 ‘곤란할 것’이라는 뜻이 짙게 배어 있다.)

그러면 국민대통합위가 할 일은 무엇인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긴급조치 희생자 등에 대한 명예회복 및 보상 등 할 일이 많다.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진상위원회’식의 기능을 말하나?

정신운동을 병행해 잘못된 역사 인식을 바꾸는 일도 해야 할 터이고….

박근혜 당선인을 어떻게 보나?

흔들리지 않고, 자기감정 절제를 잘하는 차분한 사람이다. 잘해나갈 것으로 본다.


김부위원장은 감옥을 드나들다 김형욱 중앙정보부장(박정희 대통령 시절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프랑스에서 살해된 것으로 알려짐)의 회유성 압력을 받아들여 1970년대 초 유학차 도미했다. 1980년대에 시도한 정치 실험도 무위에 그쳤다. 자신의 종교와 관련해 ‘절에 안 가는 불교 신자, 교회 안 가는 기독교도’라고 말하는 그는 2년 전 펴낸 <미륵불과 재림 예수>라는 책을 재출간하기 위해 손질 중이다. 그가 일흔이 넘어(73세) 난생 처음 급여 2백만원쯤을 받았다고 하자, 옆에 있던 보좌관은 “월급이 아니라 회의 수당 같은 것”이라고 정정했다. 그는 자신이 3無(자동차·신용카드·스마트폰)의 존재이지만 3有(나이·꿈·철학)가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진보좌파의 허점과 빤한 속을 알기 때문에 무어라 하건 괘념치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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