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안철수 신당’, 각자 살길 찾아야”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3.01.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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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비노·비주류’ 핵심 중진 김영환 의원 인터뷰

“내가 이런 말 하면 저쪽(친노·주류)에서 또 뭐라 할지 모르지만…” 민주통합당 내 ‘비노·비주류’의 핵심 중진인 김영환 의원은 1월2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내내 이런 표현을 썼다. 그만큼 당내 계파 갈등을 지켜보는 시선들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쓰는 듯이 보였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투이다. 어느덧 지역구 4선 의원이 되었고, 과기부장관과 당 최고위원도 지냈다. 지난해 대선에는 비록 컷오프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대선 후보 경선에도 뛰어들었다. 이런 무게감 탓에 때때로 그의 ‘센’ 발언은 당 안팎으로 상당한 주목과 함께 논란을 일으키곤 한다. 지금 계파 간의 극명한 대립에 따른 민주당의 위기, 이런 상황에서 친노·주류를 바라보는 비노·비주류의 입장을 그를 통해 들어보았다.

 

ⓒ 시사저널 박은숙
최근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확한 의미는?

민주당은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면 국민의 힘으로 혁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지금 국민들은 민주당에 대한 기대보다는, 아예 민주당이 없어지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당명 개정 정도가 아니고 당 해체 이후 재창당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지지’ 세력은 대선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 세력이 어떤 형태로든 야권 재편에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우리 입장에서야 그들이 민주당에 들어와서 힘을 보태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솔직히 민주당은 준비도 안 되어 있다. 그래서 ‘안철수 신당은 두려움 없이 창당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내가 그쪽으로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야권 편에서 훈수를 두자면, 그쪽에서도 신당을 만들어서 개혁 세력으로 나서고, 우리 민주당도 자체 개혁을 해서 두 개혁 세력이 서로 분립해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피력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선 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일화 촉구 농성을 벌인 김의원을 비롯한 몇몇 비주류측 의원들의 행보를 주시하는 것 같다. 안철수 신당 합류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안철수 세력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우리 비주류가 거부감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친노·당권파에 대해서 비판하는 공감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의원이) 정당이라는 큰 울타리를 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민주당 안에서 개혁 세력이 되겠다는 것이다. 안철수 진영도 우리 당 의원 빼가는 그런 미몽은 갖지 말고, 자기들의 세력을 모아서 그들대로 가야 한다. 내가 보기에 거기는 지금 신당 창당 말고는 갈 길이 없다. 민주당은 신당을 개혁의 동반자로, 원군으로 삼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된다. 그래서 다가올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잘 준비해야 한다. 일각의 우려대로 야당 분열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신당이 지금의 새누리-민주 양당 체제에서 제3당으로 잘 자리를 잡으면, 3년 후, 4년 후, 총선과 대선을 충분히 연대할 수 있다. 그게 아니고 지금 민주당 내에서 일부 세력이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가고 그러는 것은 민주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안철수 신당을 위해서도 역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인으로서의 안철수를 어떻게 보나?

내공이 있는 것 같다. 생각 이상으로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느껴진다. 지난해 대선 때 보여준 모습을 보면 지도자로서 어떤 결단의 힘도 갖고 있는 것 같다. 주변의 ‘예스’를 혼자 ‘노’라고 말하는 결단력에서 결코 민주당보다 못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정치는 굉장히 지루하고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에, 역시 정치 경험은 좀 더 쌓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은 했다.

지난 대선 패배의 최대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지난 대선은 ‘박근혜 대세론’이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그나마 그런 상황에서 ‘안철수 현상’이 정권 교체의 희망을 준 것이다. ‘아, 후보 단일화만 잘 만들어내면 이길 수 있겠구나’ 한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던 진영 논리와 패권 의식 때문에 대의를 거슬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후보 단일화와 상관없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는 왜 졌다고 보는가?

민주당이 정체성을 좀 더 분명히 해야 했다. 새누리당과는 어떻게 다르고 통합진보당과는 또 어떻게 다른가를 분명히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혼란을 주었다.

민주당이 좀 더 ‘우클릭’해야 한다고 보는가?

원래 민주당은 중도 개혁주의를 말하다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얘기하는 ‘담대한 진보’를 잘못 해석하는 바람에 너무 ‘좌클릭’으로 가버린 우를 범했다. 오바마가 말하는 진보는 통합진보당의 진보와는 다르다. 그런데 그게 진짜 진보라고 생각한 것이다. 미국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중도 지지층이 90% 이상 되는 세력이다. 거기서 상대적으로 진보인 것이다. 동성연애를 언급하는 진보, 총기 사용 규제를 말하는 진보이지, 종북이니 반미니 계급주의니 하는 진보가 아니잖은가. 그런데 우리 민주당은 그런 세력과 연대하는 것만이, 즉 좌와 우를 각각 하나로 만들어서 1 대 1 양자 구도로 만드는 게 진보라고 착각한 것이다. 나는 이를 오바마 현상의 착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다시 과거의 중도 개혁으로 되돌아가야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과거보다는 반 발짝 왼쪽으로 가고, 담대한 진보에 빠져서 너무 좌클릭했던 부분에서는 오른편으로 반 발짝 와야 한다. 나는 이를 중도 진보주의라고 이름 붙였다. 진보의 정체성을 갖되 중도를 포용해야 한다.

민주당의 계파 싸움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당마다 계파라는 것이 다 있지만 진영 논리에 빠져서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무조건 자기 파벌을 따라가는 행태가 많았다. 적대적이고, 배타적이고 자기 사람만 챙기는 식이다. 이런 행태가 유난히 심했고, 지금 그게 국민들로부터 심판받는 것이다.

최근 당내 일각에서 문재인 후보 복귀론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문후보는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고, 또 복귀해서 역할을 해야 할 민주당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부정하지 않겠다. 다만 복귀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환경을 조성하려면 본인이 일단 버려야 한다. 우리 후보와 당은 버리는 것이 없다. 버려야 할 때 버려야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지금 우리 국회가 기득권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것도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문후보와 친노·주류는) 의원직도 안 버리고 책임도 안 지고, 변화도 결단도 없다. 정말 문후보는, 다음을 위해서라도 지금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감동을 받는다.

4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할 의향이 있나?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당의 변화에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의 의견을 들어봐서 부득이 내가 나가는 것이 옳다고 의견을 모은다면 나갈 수도 있다고 열어두고 있다.

그 전당대회 역시 친노와 비노의 극심한 계파 대결이 예상된다.

친노·주류가 자중자애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지금 민주당이 친노의 정당인데, 못 해서가 아니라, 굳이 친노가, 그리고 문후보가 당 대표를 하겠다고 한다면 누가 막겠나. 하지만 그러면 웃기잖은가. 중요한 자산을 한 명 잃는 것이다. 나는 5년 후면 우리 당이 필연적으로 정권을 잡을 것으로 본다. 정치권력이란 게 대통령 한 사람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당 대표, 서울시장, 도지사, 국무총리 등 많은 지도자를 우리 당이 배출해야 한다. 나는 친노가 ‘당을 맡았던 우리가 잘못한 책임이 있으니 이번에는 안 나서겠다’ 하고 물러선다면, 그만큼 친노의 복권이 빨라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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