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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물 틈 없는 상처가 나를 키웠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발레리나 강수진씨

조철 ㅣ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3.01.29(Tue) 17: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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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강수진씨의 무대를 본 사람 중에는 강씨를 일컬어 ‘발레를 하기 위해 태어난 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강씨는, 섣부르게 그런 판단을 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며 정중히 사양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나는 발가락으로 온몸을 지탱하며 목숨을 걸고 전쟁처럼 하루를 보냈다. 발레를 하기 위해 태어난 몸은 없다. 하루도 그냥 보내지 않은 치열한 인생이 있을 뿐.”

1월23일 오전 10시 강남 JW메리어트호텔 1층 로비로 발레리나 강수진씨(46)가 남편 툰치 소크멘과 함께 들어섰다. 아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고 숙소로 돌아온 강씨는 기자와의 약속 시간을 정확히 지켜 인터뷰에 응했다. 이날은 강씨의 지난 30년 발레 인생을 되돌아본 자전 에세이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가 막 세상에 나온 날이었다. 그는 자신의 첫 책을 들고 발레를 시작할 때의 ‘소녀 강수진’으로 돌아간 듯 해맑게 웃었다.

1월19일 귀국해 2주 정도 한국에 머무르는 강씨의 일정은 출간 기념행사와 강연, 방송 출연 등으로 빼곡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방송 출연과 강연을 자청하듯 나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에 대해 덧 씌워진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었다. 선입견이나 잘못 알려진 부분, 의도하지 않았던 포장을 벗겨내 ‘진짜 강수진’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진짜 강수진’을 알기 전에는 강씨에 대해 보통 이렇게 알고 있다.

‘1985년 동양인 최초로 스위스 로잔 발레콩쿠르에서 우승했고, 1986년 세계 5대 발레단인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했다. 그 후 1994년 발레단의 솔리스트로 선발되었고, 1997년부터 수석발레리나로 활동하고 있다. 1999년에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할 수 있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으며, 2007년에는 최고의 예술가에게 장인의 칭호를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독일의 ‘캄머탠처린(Kammertanzerin: 궁정무용가)’에 선정되었다.’

   
지난 1월23일 강남 JW메리어트호텔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는 발레리나 강수진씨. ⓒ 시사저널 임준선
“갈채 뒤 뼈를 깎는 고통 알려야지요”

강씨는 자신이 ‘세기의 발레리나’로 불리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올 수 있었다는 데 방점을 찍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성공을 빗대기 위해 위인의 명언을 빌려 쓰지도 않았다. 오히려 어린 시절 동네에서 뛰어놀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이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중 기억나는 것이 있느냐고 묻자,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은 다 똑같다”라는 말을 꼽았다. “돌아다녀 보니 서양인이나 동양인이나 다 똑같더라. 사람마다 성격은 다 다르겠지만 오장육부 다 똑같고, 살아가는 모습도 다 똑같더라. 그런데 그것을 갈라놓는 것은 인간이다. 하지만 예술 안에서는 서양인, 동양인이라는 것은 없다. 실력으로 평가받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강씨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 남들과 경쟁하는 대신 자신에게 집중했다. 강씨는 “모두가 살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정말 살기 위해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했다. 경쟁자를 의식했고, 단지 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습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연습에서 남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남이 보기에 18시간 연습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18시간 연습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 살기 위해 연습하는 사람의 자세이다. 나는 모나코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런 하루를 매일 반복했다”라고 말했다.

강씨가 방송에서까지 자신의 ‘괴물’ 같은 발을 공개한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에게 운이 따라준 것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접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까지고 부러지고 찢어진 두 발, 30년 동안 아물지 않은 그 상처가 나를 키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발레를 시작한 뒤 30여 년을 시한부 인생처럼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맞이했고, 절실하게 맞이한 오늘을 100% 살아냈다. 그 하루들이 모여 지금의 그가 된 것이다.

성공했다고 남을 내리깔고 보거나 자만심에 빠진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하는 강씨. 그는 “혼자 살 수 없기에 누군가와 인간적인 관계, 즉 파트너십을 맺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최상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 또한 타인에게 어떤 파트너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발레도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는 더욱더 내가 남에게 베스트 파트너가 되면, 베스트 파트너를 만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라며 남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인격의 중요한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인간 됨됨이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인정받기는 힘들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다 해도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살 수가 없다. 자신을 알고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인격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신감이 한계를 넘어 자만심이 되는 경우가 있다. 남을 괄시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자기도 다른 사람한테 괄시당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늘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선배가 후배를 태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

책 제목으로 내세운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말은 강씨가 살아오면서 깨달은 삶의 철학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은 젊은이뿐 아니라 이 세상 중년들에게도 유효한 조언으로 들릴 것 같다고 하자, “이 위험한 세상에 오늘 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 보면 밀릴 수밖에 없다. 자기가 하는 만큼, 결과는 딱 그것밖에 안 나오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닌가. 모든 일이 자기가 하기 나름인데, 안 하니까 문제가 된다”라고 말했다.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강씨는 “지금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것은 내게도 고통스러운 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끝없이 나락에 떨어지는 것을 경험해보았기에 하루하루가 더 중요하고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관 안 하고 내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4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현역 발레리나로서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는 이유는 그렇게 설명된다.

선배 발레리나로서 전 세계 후배 발레리나들에게 들려줄 만한 자기 관리법에 대해 물었다. 다이어트에 신경 쓰다가 빈혈 등 질환을 겪는 발레리나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잘 먹지 않으면 몸이 지탱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존중해서 챙겨야 된다. 깨작거리며 먹다가는 언젠가 몸이 말을 안 들어 일찍 은퇴하는 원인이 된다. 무엇이든 오늘에 자기가 행한 일이 축적되어 또 다른 오늘로 나타나는 것이다. 자기 몸에 맞게, 자기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먹으면 된다. 나는 채소와 생선을 주로 먹는다. 육류는 닭 가슴살만 먹는다. 나는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 자주 먹는다”라고 말했다.

강씨에게 이제 막 무언가를 시작하는 젊은 팬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를 더 부탁했다. 그는 “단순하게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문제가 더 많아진다. 시간 낭비이다. 공부를 더 할 수도, 자기 할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시간을 흘려보내고, 핑계를 대는 인생을 살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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