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5060 심층인터뷰] 속마음을 들었다 ‘세대’가 보였다
  • 이규대 기자·김미림·우연·유호·이유심 인턴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3.02.0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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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5060 세대 60명 심층 인터뷰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정현종, <섬> 전문)

섬은 고독하다. 대륙과도, 다른 섬들과도 떨어져 홀로 떠 있다. 사방에 펼쳐진 바다가 그곳으로의 접근을 막는다. 검푸른 빛깔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깊은 ‘물의 장벽’이 섬을 고립시킨다.

‘사람들 사이’도 마찬가지다. 흔히 한 사람의 내면은 바다와도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 심연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다. 그럼에도 시인은, ‘섬’에 가고 싶다고 노래한다. 어조는 담백하다. 하지만 그 여운은 만만치 않다. 단 두 행의 시구에 깃든 갈망은 의연하다. 말의 여백을 울린다.

<시사저널>도 ‘섬’을 향해 길을 나섰다. ‘세대’라는 제도(諸島) 안에 묶인 두 섬이었다. 30세 안팎의 ‘2030세대’가 모여 있는 섬, 그리고 60세 안팎의 ‘5060세대’가 모여 있는 섬에 가보고 싶었다. 이유가 있다. 2012년 치러진 총선과 대선 등 양대 선거 이후 대대적으로 ‘세대 갈등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가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가졌고, 이것이 사회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일부 젊은이들이 대선 직후 “경로석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은 증폭되었다. 일부 언론 매체에서도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겼다.

궁금했다.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하지만 단편적인 접근만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가령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라는 등 양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설문조사는 각 세대가 품고 있는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충분히 드러내주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비록 적은 숫자의 사람일지라도 직접 만나 깊은 속내를 들어보기로 했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두 시간씩 면접조사

조사 방식은 그야말로 ‘발로 뛰는 것’이었다. 지난 1월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 동안 전국 25세부터 35세까지의 청년층과 55세부터 65세까지의 중·장년층 각각 30명씩(총 6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한 사람당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씩이 소요되는 ‘심층 인터뷰’ 방식이었다. 직접 대면을 기본 원칙으로 했으며, 지방 거주 등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 전화 통화나 온라인 메신저 등을 활용했다. 총 24개 항목을 질문했고, 답변을 들었다. 그 과정에서 응답자가 자신의 대답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나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질문은 ‘세대’와 관련된 의미 있는 것들로만 선정했다. 이 중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큰 의미가 없었던 10개의 질문들에 대해서는 기사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처럼 소수의 표본을 대상으로 한 면접 조사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얻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해 신혜란 런던 대학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타인에게 배우는 데이터 수집·분석 기법>에서 ‘심층 인터뷰 방법을 주관적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자료 수집의 신뢰성 문제는 일반 여론조사 기관들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문제이며, 심층 인터뷰는 이른바 ‘질적 연구’를 하는 데 의미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다만 신교수는 ‘체계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시사저널>은 이를 참고해, 자료 수집 및 분석 과정에서 가능한 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적용하려 노력했다. 면접 대상자는 지역·계층 등을 최대한 안배했으며, 심층 인터뷰 방식에 적극적으로 응할 의지가 있는 인물로 엄선했다. 결과를 분석할 때도 양적인 수치 이면을 보려 했다. 응답자의 단답형 대답이 무엇인지 주목하기보다는, 그런 대답을 내놓은 이유를 충실히 수집하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각 세대의 인식 속에서 드러나는 흐름, 혹은 ‘코드’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말하자면 사람의 육성을 통해 ‘마음의 항해도’를 그려보려 했던 셈이다. 2030세대와 5060세대, 두 개의 ‘섬’ 사이를 오가는 뱃길은 과연 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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