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5060 심층인터뷰] ⑤ “갈등은 없다, 차이만 있을 뿐”
  • 이규대 기자·이유심 인턴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3.02.0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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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세대 갈등론은 과장된 것” 분석

‘세대교체니, 세대 혁명이니, 세대 대립이니… 세대를 둘러싼 온갖 담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것이 대선을 전후해 나타난 특징적인 현상이었다’(<시사저널> 2003년 2월3일 제693호).

‘지난해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와 치른 대선은 세대 간의 맞대결로 해석되었다.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을 때 구세대는 허탈과 절망에 빠진 반면, 신세대는 월드컵 승리처럼 환호했다. (중략) 과연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인 세대 갈등의 실체는 무엇인가’(<경향신문> 2003년 7월31일자).

2002년 12월 실시된 제16대 대선이 끝난 후인 2003년에 나온 두 기사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기사들의 제목은 각각 ‘세대 갈등은 없다’ ‘세대 간 갈등 조장된 측면 크다’였다. 결과를 놓고 볼 때, 결국 두 제목이 맞았다.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세대 전쟁’인 것처럼 묘사되었던 16대 대선 이후,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한 적은 없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질문은 반복된다. 과연 18대 대선 과정 및 결과는 2030세대 및 5060세대 사이에 갈등을 불러왔을까? 세대가 사회 갈등의 주요 전선이 되었다는 일각의 ‘세대 갈등론’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일까?

서울 시민들의 출근길 모습. ⓒ 시사저널 유장훈
“자꾸 ‘갈등’이라 부르면 진짜 갈등이 된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지난 1월17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갈등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제 ‘다툼’이 있어야 한다. 직접적 다툼은 없다고 하더라도 다툼으로 나타날 정도로 두 세력 간의 이념·정책적 차이가 어느 다른 하나를 소멸시킴으로써만 해소되는 ‘적대적 모순’의 수준에 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세대 갈등론의 실체가 없다’라는 쪽으로 기운다.

<시사저널>이 실시한 심층 면접조사 결과에 의하면, 2030세대와 5060세대의 인식 구조 속에서도 양 세대가 서로 적대적 모순에 봉착할 만한 요소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각 세대별로 상대방에 대한 인식을 분석한 결과, 두 세대에게서 모두 긍정적인 가치군(群)과 부정적인 가치군이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개인 및 사회에 대한 만족도 및 미래 전망에서도 세대의 간극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 밖에도 정치·경제 및 사회 분야에서 세대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이슈들에 대해 질문했지만, 역시 갈등의 조짐으로 읽을 수 있을 만한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된 응답자들의 발언을 하나씩 살펴보아도, 서로를 적대하거나 증오하는 감정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이런 결과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얻은 것이 아니다. 오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속단할 수도 없다. 실제로 조사 대상자들 중에는 장시간 면접이 가능한, 도시 중산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전국 각지의 다양한 직업 및 계층에 속한 사람들과 장시간의 면접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기초 자료로서의 가치도 있다.

각계 전문가들 역시 ‘세대 갈등론’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대’라는 것이 그 시대의 정치·사회 등 모든 것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어느 세대 사이에서나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것을 세대 간에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끌고 가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곽교수는 “정치 성향을 예로 들면, 우리 사회에는 ‘보수’ ‘진보’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이것을 두고 모든 국민이 각각 ‘보수’와 ‘진보’에 속해 갈등하는 양상으로 해석하면 되겠나. 세대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여기에 세대 간 갈등까지 더해진다면 너무나도 비극적이다”라고 말했다.

김윤철 교수는 앞서 언급한 칼럼에서 “갈등이 아닌 것을 자꾸 갈등이라 부르면, 진짜 갈등이 된다. 일상 속에서 세대 갈등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마치 사회 통합을 훼손하는 주요소인 것처럼 과장할 정도는 아니다. 특히 세대 내부를 들여다볼 때 그러하다. 당장 빈부 격차로 인해 부모로서 혹은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할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갈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두 세대가 한 가정에서 보면 ‘가족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예컨대 ‘20대 취업난’ 문제는 20대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부모도 함께 고민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신교수는 “한 가족 단위로 보면, 두 세대 집단은 상당히 많은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완전히 다른 집단처럼 놓고 해석하고,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런 것을 마치 세대 간의 갈등이 원인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무책임한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불안’, 세대를 관통하다

이번 면접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사실이 있다. 두 세대의 자기 인식에 모두 ‘불안’이라는 감정이 강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는 점이다. 2030세대의 경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불안’이라는 정서로 집결되어 표출되었다면, 5060세대는 노후의 삶에 대한 ‘불안’과 여기에 지나온 삶의 과정에 대한 회한이 결합된 ‘연민’으로 분화되어 나타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의 미래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50%를 넘었다. 이와 함께 개인의 내면 및 가족 공동체로부터 삶의 만족을 얻으려 하는 경향도 표출되었다.

신광영 교수도 ‘불안’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신교수는 “한국은 세계에서 자살률이 제일 높은 나라이다. 최근 OECD 통계에 따르면, 노인 65세 절반이 빈곤층이다. 또 전체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며, 4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에는 조기 퇴직·명예퇴직이 시작된다. ‘불안’에 관한 한 우리 사회는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세대 갈등이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한국 사회의 두 세대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는 바로 ‘불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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