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이기적인 행동”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02.0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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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회피형보다 극복형에서 기적도 일어나

한국의 경제력이 세지면서 자살률도 높아졌다. 개발도상국이 부유국으로 가는 과도기에 자살자 수가 늘어나기는 한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할 때 물질주의 성향이 짙어지면 부를 갖지 못한 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진다. 또, 심해지는 경쟁 속에서 낙오된 이들의 삶은 궁핍해진다. 이런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이 극단적인 행동에 빠지기 십상이다.

국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1980년대 초만 해도 핀란드는 세계 자살률 1위국이었다. 자살 예방 기관을 두어 대책을 마련했다. 예컨대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은 모방 자살을 유도하기도 하는데, 유명인의 자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고 미화하지 않도록 했다. 이런 노력으로 핀란드의 자살률은 급격히 낮아졌다.

또 개인의 생각도 바꿀 필요가 있다. 자살은 자신의 생명만 앗아가는 행위가 아니다. 자신의 생명은 가족, 친인척, 지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어져온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내 목숨이니까 내가 알아서 한다’는 식의 자살은 마치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가 ‘내 아이, 내가 알아서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논리와 유사하다. 즉, 자신의 생명이지만 자살은 정당화될 수 없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살은 생명 경시를 떠나 이기적인 행동이다. 주변인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가령 부모가 자살한 아이를 생각해보라. 그 아이들은 정신질환을 갖게 되고 이는 사회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자살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사람은 역경을 헤쳐나갈 용기도 가지고 있다”라며 삶의 중시를 강조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암이라는 확진을 받았다고 하자. 사람에 따라 조금씩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비슷하다. 처음에는 부정한다.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없다’거나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다’라며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실을 확인한 후에는 화를 낸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데…’라는 생각에 현실이 원망스러운 것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이 병만 나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며 신과 타협하려 든다. 그럼에도 차도가 없으면 절망에 빠진다. 이렇다 할 묘안이 없으니 희망이 없어지는 것이다. 절망의 터널을 빠져나오면 현실을 수용한다. 이런 단계가 반드시 순서대로 일어나지는 않지만, 치료가 어려운 병에 걸린 사람 대다수가 이 과정을 거친다.

정신과 전문의 “현실 부정 기간 짧아야 역경 극복 수월”

병뿐만 아니라 혹독한 현실을 대할 때에도 비슷한 감정의 기복을 거친다. 한마디로 부정 단계에서 긍정 단계로 넘어가는데, 문제는 부정 단계를 거치는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이 시기가 길수록 좋지 않다. 우울의 단계가 길거나 깊어지면 자살 충동도 생긴다.

부정에서 긍정 단계로 접어들면 나름으로 대응 방법을 찾게 된다. 이유라 서울시북부병원 정신과장은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인 사람은 나름으로 대응책을 마련한다.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현실을 부인하는 현실 회피형과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극복형이다. 당연히 극복형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 유형이 항상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적은 극복형에서 나타난다. 기적을 의학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하기란 어렵지만, 사람의 마음가짐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데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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