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것 도려내야…덮으면 더 큰 화”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02.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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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정국’ 이끄는 야당 사령탑,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

청문회 정국이 본격적으로 막을 열었다. 국회는 지금 인사청문회로 분주하다. 2월20일부터 개시된 정홍원 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 청문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갈 길이 바쁘다.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잔뜩 경계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새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정부 조직 개편안마저 여야 합의를 보지 못한 상황이 못마땅한 분위기이다. 하지만 여론이 전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출범한 새 정부의 위기는 ‘야당의 발목 잡기’ 때문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는 목소리가 더 많은 까닭에서다.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도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며 철저한 검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원내 사령탑인 박기춘 원내대표는 지난 2월21일 오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의 발목을 잡을 생각은 없지만, 인사청문회를 신상 털기로 폄훼하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초 ‘온건파’로 알려진 박원내대표마저 강성으로 돌아서게 만들 정도로, 지금 박근혜 정부의 위기감은 커 보인다. 그는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해서도 “협상을 회피하는 여권 때문에 답답하다. 발목 잡기는 여권 스스로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인터뷰를 한 시점이 18대 대통령 취임식 이전이어서 박대통령에게는 박당선인이라는 호칭이 사용되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그동안 인내심을 갖고 노력해왔다. 여권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최소한의 수정 요구를 하며 끈질기게 협상을 진행했다. 20여 가지 수정 사항을 여섯 가지로 줄였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지침만 내리고, 새누리당은 박당선인 눈치만 보느라 협상을 회피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정부 조직 개편안이 국회에 너무 늦게 들어왔다. 시간이 촉박한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조급하게 만든 것이 드러난다. 직제도 다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박당선인의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박당선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우려스럽다. 책임 총리나 책임 내각은 이미 힘들게 된 것 아닌가. 대통합이나 탕평 인사와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질과 도덕성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또 ‘예스맨’만 기용하다 보니까 대통령에게 쓴소리할 만한 사람도 없다. 제왕적 대통령의 직할 통치 징후가 보인다.

‘보안 인사’ ‘밀봉 인사’ 등 박당선인의 인사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헌재 소장 후보와 첫 총리 후보자가 낙마까지 하는 등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부실 인사로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보안 인사’ ‘밀봉 인사’를 하루빨리 고치라고 했던 것이다. 박당선인이 성찰해야 한다. 더는 수첩과 최측근의 평가에 의존하는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여권 내에서는 ‘신상 털기’ 식 검증이 지나치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는데.

고위 공직자는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부도덕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리고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탈세 의혹 등을 단순한 신상 문제로만 볼 수 있나. 인사 청문을 신상 털기로 폄훼하는 것은, 강력한 권력을 쥔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기본적인 견제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며 의회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이다.

사안별로 어느 정도는 용인이 되고, 또 어느 정도는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어떤 기준 같은 것이 있는가?

민주당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바람을 기준으로 청문회에 임하고 있다. 문제가 있으면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다.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이 할 것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기준이 냉혹했으면 한다.

총리나 장관 후보자 몇 명이 낙마하게 되면 박근혜 정부가 시작부터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데, 야당 입장에서도 부담스럽지 않나?

잘못된 것은 도려내야 한다. 덮고 가려고 하면 더 큰 화를 입게 된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사전에 미리 잘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도려낼 것은 도려내야 한다. 그리고 새 정부의 출발이 늦어진 것은 박당선인의 잘못된 인사 때문이다. 민주당은 새 정부가 순조롭게 출발해 민생을 살리고 이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는 견제하겠지만, 큰 틀에서는 협력할 것이다.

민주당이 제1 야당으로서 아직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냉혹하게 지적해주었으면 좋겠다. 개인의 이해관계보다는 국민을 위해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당이 산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주목받는 정당이 된다. 사심을 버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환골탈태한다면서 그러지 못하고, 혁신한다면서 다시 똑같은 일을 반복한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대선 패배 후 뼛속 깊이 혁신해 변화와 책임의 정치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국민들께 약속했다. 향후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 지도부는 특권과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고 민생을 책임지고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할 것이다.

개헌특위를 제안하면서 개헌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는데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정치 갈등의 중심에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도 특권을 내려놓고 대통령도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개헌을 주장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여야 협상 테이블에서 개헌을 정식 의제로 제안할 예정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개헌 사항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조속히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당리당략이나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에 기반을 두고 논의가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최근 물가가 크게 오르는 등 다시 민생 경제가 위협받고 있는데, 국회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와 여론의 눈길이 느슨해진 틈을 타 주요 업체들이 식료품 가격을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가격 인상 요인이 없는데도 가격을 올리고 있다. 시장 독과점이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는데 정권 초기라고 해서 흐지부지해서는 안 된다. 생산 업체들의 가격 담합과 대리점들의 물량 출고 조절 등 불공정 거래가 있는지 철저한 조사를 하도록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챙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취임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첫 인사부터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창구를 통해 소통을 갖고 인사든 정책이든 결정했으면 한다. 청와대에만 갇혀 있지 말고 야당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국회를 존중하겠다고 말해왔다. 이 말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이를 이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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