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도대체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 표창원│범죄심리학자 ()
  • 승인 2013.03.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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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라는 것은 범죄 행위에 대해 각 사안에 따라 법률이 정하는 기간을 두고 범죄 발생일로부터 정해진 기간 만료일까지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위해 관할 법원에 기소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형사 처벌이 면제되는 제도를 말한다.

성문법 국가인 대륙법계 법 전통을 따르는 국가에서는 대부분 ‘법적 안정성’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불문법·보통법계 법 전통을 따르는 국가에서는 특별히 성문법으로 정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만 공소시효를 적용하고, 살인이나 강간 등의 중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제도적 특성상 공소시효의 적용 대상과 기간 등은 각 국가별로 다르며, 대개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대상 범죄를 엄격히 제한하거나, 공소시효의 중지와 연장 등에 대한 특칙들이 다양하게 적용되어 ‘부가적·예외적’이라는 공소시효 제도의 한계를 엄밀히 지키려는 법적 노력과 태도들이 유지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또 연역적으로 고찰해볼 때 공소시효 제도를 도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보호, 즉 ‘공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범죄 발생으로부터 지나치게 긴 시간이 흐른 뒤에 특정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소를 제기하게 되면, 이미 피해자나 목격자 등 사건 관계인들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물리적 증거 역시 상당 부분 소멸·변질 내지 훼손되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시비를 가리기도 어려운, 매우 오래전의 범죄 혐의로 인해 자유와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당할 수 있으므로 법적 분쟁에 대한 재판을 개시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일정한 ‘시간적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소시효 제도를 도입하는 두 번째 이유는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논리와 이유로 인해 각국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약하고 중요성이 덜해 망각과 증거의 멸실이 더 빨리, 잘 이루어지는 ‘경미한 범죄’에 대해 주로 공소시효를 적용하고 있으며,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범죄 중에도 그 심각성에 따라(주로 법정 형량) 공소시효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과 이후 발생한 다양한 국지적 분쟁에서 발생한 인종 청소, 집단 학살 및 제네바협정 위반 전쟁 범죄 등 반인권적 범죄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도 배제한 채 끝까지 추적해 그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규명·처벌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합의가 유엔 등에 의해 이루어지면서 각 국가가 이를 채택해 입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야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살인죄에 대해서는 미국·영국 등 보통법(속칭 ‘영·미 법계’) 국가들은 물론, 독일 등 많은 대륙법 국가들에서도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살펴본 두 가지 공소시효 제도 도입의 논리를 적용할 수 없는, 극히 ‘충격적이고 심각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시간이 아무리 흐른다 한들 그 충격적인 경험을 망각할 리 없고, 시체 등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나라에서는 살인 사건 등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범죄의 증거는 영구 보존하도록 하고 있어 경찰에서는 거대 냉장 및 냉동 시설을 이용해 흉기와 사체 일부, 피 묻은 의복 등 현장 증거를 영구 보존해 언제든 용의자가 확보되면 시간의 흐름이 주는 제약을 최소화시킨 채 기소와 공판을 통한 진실 발견과 정의 구현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살인 범죄에 대해 일본과 우리나라는 25년(우리나라는 그동안 15년이던 살인죄 공소시효를 최근 법 개정을 통해 25년으로 상향했다)의 공소시효를 적용하고 있다.

‘수지 김’ 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국가 기관의 권력적 범죄 행위 등 중요한 반인권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입법이 시급하다. 또한, 이형호군 유괴 살인 사건, 화성 연쇄 살인 사건, 대구 성서초등학교 어린이 피살 사건(속칭 개구리 소년 사건) 등 공소시효가 만료됨으로써 더는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정의를 구현할 수 없게 된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살인 범죄의 공소시효도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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