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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이 커피향에 취했다

푸얼 차의 고향 푸얼까지 ‘커피 도시’ 변신

모종혁│중국 전문 자유 기고가 ㅣ 승인 2013.03.06(Wed) 11: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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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 성 남쪽에 있는 도시 푸얼(普?). 우리에게는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를 통해 ‘푸얼 차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런데 요즘 중국에서는 푸얼을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바로 ‘윈난 커피의 주산지’라는 것이다. 지난해 푸얼 시는 푸얼 차의 고향이라는 닉네임을 버리고 ‘커피의 도시’임을 선언했다. 2012년 말 현재 푸얼의 커피 재배 면적은 60만무(?)를 넘어섰다. 생산량은 3.65만t에 달하고, 9억 위안(약 1천5백7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4년 전만 해도 푸얼 차를 재배하던 자오 잉춘 씨(36)는 지금은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자오 씨는 “2007년을 기점으로 푸얼 차의 거품이 꺼지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특히 대지(大地) 차의 가격 하락 폭이 심각해 이를 주로 심던 푸얼의 차 농가 대부분은 커피로 업종을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푸얼에는 공식 등록된 커피 재배 기업만 70여 개에 달한다.

# 2. 내륙 직할시 충칭(重慶)에서 HP 노트북사업부에 다니는 류 샤오광 씨(26)는 열렬한 커피 마니아이다.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그는 전통차를 주로 마셨다. 류 씨는 HP에 입사한 후 회사에서 제공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기호가 바뀌었다. 특히 캐러멜 마키아토를 좋아하는 여자친구와 함께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한다. 지난해에는 스타벅스에서 개최한 커피교실에도 두 차례 참가했다. 류 씨는 “커피전문점의 커피값이 한 끼 식사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서구적이고 쾌적한 환경에다 다양한 잡지와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어 찾게 된다”라고 밝혔다.

차(茶)의 나라 중국이 커피의 나라로 바뀌고 있다. 입맛의 변화를 주도하는 주역은 이른바 ‘파링허우(80後)’ ‘주링허우(90後)’로 불리는 젊은 세대이다. 여기에 지식인·화이트칼라 등 신흥 소비 계층의 호응도도 높다. 중국에서 커피는 서구적이고 개방적이며 고급스런 도시 생활 문화를 상징한다. 찻잎을 우려내고 맛을 천천히 음미하는 차는 도시 거주민들에게 촌스러운 옛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 수준이 높고 월수입이 많을수록 커피 소비는 정비례해 늘어난다.

베이징 커피산업협회에 따르면, 1998년 이래 중국의 1인당 커피 소비액은 매년 30% 증가해왔다. 지난 5년간에도 매년 15~20% 성장세를 유지해 전 세계 성장률 2%보다 훨씬 높다. 2020년에는 무려 5백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수요 증가에 따른 인스턴트커피 수입도 폭증해, 2006년 이후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5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커피나무에서 따낸 커피 열매를 말리는 푸얼의 한 농민. ⓒ 김대근 제공
커피전문점, 대도시에서 연 25%씩 증가

커피전문점도 중국 대도시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1선 도시를 중심으로 매년 25%씩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화이트칼라층은 커피전문점 창업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에스프레소 머신 등 커피 설비 시장과 바리스타 교육 학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윈난 성은 커피 산지로 급성장하고 있다. 커피를 재배하는 데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윈난은 평균 고도가 1천m 이상인 데다 해발 3천m 이상인 서북부 고산지대부터 남부의 아열대 기후까지 다양한 기후 조건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윈난을 꽃과 식물의 왕국, 한약재의 보고로 부른다. 특히 푸얼을 중심으로 한 남부 지역은 일조 시간이 길어 커피나무 재배에 유리하다.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커서 커피 맛도 독특하다.

지난해 말 윈난 성 내 커피 재배 면적은 100만무(약 6천㎡)를 넘어섰다. 2008년 39만무였던 점에 비춰볼 때 4년 만에 기록적인 급성장을 한 셈이다. 2011년 총 생산량은 6만t에 달해 중국 전체 생산량의 98%를 차지했다. 수출액도 1억 달러를 넘어 이미 차를 제치고 담배, 채소, 버섯에 이어 윈난 4대 수출 품목으로 등극했다.

커피의 성장 잠재력을 인식한 윈난 성 발전개혁위원회와 농업청은 ‘2020년 커피 발전 계획’을 수립해, 2014년까지 재배 면적을 1백50만무로 늘리기로 했다. 2020년에는 연간 20만t, 3백40억 위안(약 5조9천5백억원) 규모의 커피를 생산할 계획이다. 윈난 성 정부는 끊임없는 품종 개량과 활로 개척을 통해 100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윈난의 지리적 환경과 성장 가능성을 다국적 커피 메이저 회사들은 진작부터 주목해왔었다. 네슬레는 1989년부터 푸얼에서 커피 원두를 구매해왔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아이니(艾?)그룹과 합작으로 푸얼에 생산 기지를 세우고 재배 농가를 위한 지원센터도 열었다. 1999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스타벅스는 현재 5백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 다음으로 매장 수가 많은 것이다. 스타벅스는 먼저 진출한 영국 코스타를 제치고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커피전문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스타벅스는 2015년까지 매장 수를 1천5백개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 커피 산업과 시장에 장밋빛 미래가 마냥 보장된 것은 아니다. 윈난 성의 커피 재배 면적은 전 세계의 2%에 불과하다. 적은 생산량으로 인해 국제적 발언권이 미약하다. 지난해 1월 리지밍(李極明)은 반관영 통신사 중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윈난 커피의 가격 결정권이나 협상력은 아직 취약한 상황이라 메이저 업체들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부터 미국과 유럽 시장의 소비가 부진했던 탓에 윈난 커피는 가격 하락으로 몸살을 앓았다. 국제 선물 가격보다 더 큰 하락 폭을 감수해야 했다. 여기에 생산량이 세계 최대인 브라질과 아시아 최대인 베트남마저 풍작을 이룬 데다, 윈난의 생산량도 갑자기 급증하면서 공급 초과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적은 중국 내 소비량도 큰 걸림돌이다. 중국인의 커피 소비량은 연간 5잔에 불과하다. 경제 수도인 상하이조차 연간 소비량이 25잔에 그쳐 홍콩의 1백50잔, 일본의 4백잔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무엇보다 전통 차를 선호하는 기성세대의 입맛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이다. 내부 장식을 고급스럽게 해 전통 차나 생과일주스를 파는 전문점도 속속 문을 열고 커피와 경쟁하고 있다. 주로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이런 가게에서는 가격이 10위안 이내로 커피 가격의 30~50%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국보다 더 비싼 전문점의 커피 가격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중국 젊은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현실은 우리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4월 카페베네가 베이징에 매장 3곳을 동시에 열면서 중국에 진출했다. 할리스도 같은 해 7월과 8월 각각 선전과 베이징에 직영점을 개설했다.

지금 중국인에게 전문점에서 마시는 커피는 고급문화의 향유나 서구 생활의 모방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커피 마시기가 유행처럼 번지는 분위기 속에서 고급스럽고 색다른 커피 전문점 문화를 창출하고 스타 마케팅을 앞세운다면,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연착륙은 그리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한류를 앞세워 단시일 내에 중국 음식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은 한식이 좋은 본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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