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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봄 햇살에 신선도만 떨어지나

정치 전문가들 “4월 출마는 악수, 10월에 나왔어야”

감명국 ㅣ kham@sisapress.com | 승인 2013.03.12(Tue) 10: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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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험대에 섰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오는 4월24일 있을 서울 노원 병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10월 재·보선 출마를 유력하게 점쳤던 정치권은 그의 ‘조기 등판’에 들썩이고 있다. 어차피 안 전 교수의 시선은 2017년 12월에 있을 19대 대통령선거로 향해 있음은 물론이다. 그 전 단계로 그는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요구되는 ‘정치 경험 부재’와 ‘세력화 부재’라는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안 전 교수가 그 숙제를 “어차피 할 거라면 빨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정치 전문가들의 평가는 영 신통찮다. 요약하면 “안 전 교수의 4월 출마는 묘수(妙手)가 아닌 악수(惡手)에 가깝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19일 안철수 전 교수가 인천공항에서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의 새 정치, 여전히 공허한 상태

우선 이번 4월 재·보선 출마는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안 전 교수는 여전히 아마추어적인 요소가 강하다. 4월 출마는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 지금의 국민 여론에서도 반영되고 있잖은가. 아직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남아 있는 상태인 데다, 무엇보다 안 전 교수가 말하는 ‘새 정치’가 여전히 공허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 역시 “준비를 좀 더 하고 나왔어야 하는데,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나오니까 여러 가지가 뒤엉키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민주당 새 지도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올가을쯤이 적절했다”고 밝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전격적 출마 선언은 합리적 절차와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안 전 교수의 평소 이미지와 배치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는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형식 소장은 “새 정부가 출범하고 6개월 정도는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했다. 어차피 4월 재·보선보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의 판이 훨씬 더 클 텐데 10월에 나오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 또한 “안 전 교수는 10월이면 너무 늦다고 판단해 좀 조급해진 듯하다. 또 4월 재·보선 직후 있을 민주당 5월 전당대회에서도 자신이 원외에 있는 것보다 원내에 있는 게 훨씬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도 했음직하다”고 분석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의 생각도 비슷했다. “10월 재·보선 출마가 적절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아마도 정치권에서 오래 벗어나 있는 데 대한 위기감과 조급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주변 측근들이 강하게 재촉한 탓도 있는 것 같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역시 “지금 박근혜 정부가 삐걱거린다고 해도 아직은 호의적인 여론이 우세할 정부 출범 직후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과 지지가 무너지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면, 그의 등장에 따른 파장 등 효과 측면에서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좀 더 나중에 민심이 박근혜 정부로부터 괴리되는 시점에 등장했다면 훨씬 파괴력이 컸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남 끌어안기 위해선 부산보다 서울 유리

반면, 소수이지만 시기가 적절했다는 반론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가 그렇다. “안 전 교수의 목적은 ‘새누리당 흔들기’가 아닌 ‘민주당 흔들기’에 있다. 야권의 헤게모니를 쥐는 것이다. 그래서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지금이 적기이고, 이미 실제로 민주당 흔들기에 성공하고 있다.”

황태순 위즈덤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도 마찬가지 의견을 밝혔다. “어차피 4월이냐 10월이냐라는 선택의 문제에서 지금의 정치적 환경 자체가 안 전 교수를 선거판으로 이끈 측면이 있다. 새 대통령과 야당이 오기 싸움을 벌이는 지금, 정치 혐오와 정당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안 전 교수는 이번이 적기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반면 서울 노원 병을 지역구로 선택한 데 대해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 좀 더 많았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서울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한 선택이다. 전통적으로 야권이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여왔는데, 이런 전통이 최근 총선과 대선에서 깨지고 있다. 이는 대단히 심각한 사안으로 야권 전체의 입장에서는 수도권에서 그런 흐름을 반전시킬 계기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안 전 교수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형식 소장은 “안 전 교수 입장에서는 어차피 민주당도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청산 대상이다. 그에게 부산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은 민주당의 논리일 뿐이다. 안 전 교수는 우선 민주당 기반부터 치고 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그가 노리는 것은 호남이다. 그렇다면 부산보다는 서울이 더 나은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김태일 교수 역시 “노원 병은 민주당의 땅도, 진보정의당의 땅도 아니다. 거기에 대해서 나오면 되니 안 되니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유권자가 판단할 일”이라고 했고, 김능구 이윈컴 대표도 “부산 영도에 출마해 새누리당 거물과 맞상대해야만 새 정치이고, 야권 우세 지역인 노원 병 출마는 구태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반해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한국갤럽이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때보다 안 전 교수가 노원 병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가 더 나쁘게 나온다. 출마 반대 의견은 비슷한데, 찬성 의견이 10%포인트 정도 빠졌다. 이는 노원 병 선택에 대해 유권자들이 좋지 않게 본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부산을 선택해서 김무성 전 의원과 맞대결을 펼쳤더라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과의 맞대결이라는 명분을 얻는 효과가 더 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자칫 이번 재·보선에서 실패라도 하게 되면 2017년 대선 로드맵 자체가 완전히 헝클어진다는 위기감이 자신감 결여로 나타난 듯하다”고 덧붙였다. 황태순 위원 역시 “부산에 출마하는 승부수가 필요했다. 노원 병 출마는 민주당·진보정의당 등 기존 야당과의 거리가 더 멀어지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23일 밤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안철수 후보의 사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권에 노출될수록 신선감 떨어질 것

좀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안철수 전 교수의 정치적 행보가 위기에 놓였다고 말하는 목소리도 많다. 신율 교수의 진단이다. “지금 안 전 교수가 출마 선언 과정에서 구태 정치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은 확실히 안 전 교수 입장에서 보면 뼈아프다. 스스로 ‘새 정치의 아이콘’이라는 족쇄를 차고 있는 탓에 시간이 갈수록, 정치권에 노출되면 될수록 신선도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 전 교수로서는 이미지 정치 환상에서 벗어나 이제 새로운 전략을 보여줘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러한 기대가 난망하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이번 출마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만약 선거에서 낙선할 경우 너무 큰 상처를 받는다. 신당 창당 과정에도 큰 위험 요인이 될 것이다. 선거를 통해 세력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이지만, 설득이 잘 안 되면 무리한 도박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원 병 선거가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황태순 위원은 “안 전 교수가 쉬운 길을 간다고 하는데, 노원 병은 결코 쉬운 곳이 아니다. 안 전 교수 입장에서는 민주당도 후보를 내서 새누리당·민주당 후보들과 정면으로 3자 대결을 벌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윤희웅 실장 역시 “부산 영도에 비해 노원 병이 다소 수월하다고 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안 전 교수가 지금 적극적으로 민주당이나 진보정의당 등을 향해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거나 야권 연대를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재·보선 이전보다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철희 소장은 “당선되더라도 한 사람의 무소속 의원에 불과한, 존재감 없는 행보를 보인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안 전 교수는 귀국하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정치를 보여주면서 스스로 국면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능구 대표는 “문제는 10월 재·보선이다. 선거구도 훨씬 많을 것이고, 자칫하면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월 재·보선에서 안 전 교수와 신당의 운명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원 병 출마 적절치 않다”

한국갤럽이 3월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 44%, 민주당 21%로 각각 나타났다. 반면 ‘모름·무응답’은 32%에 달했다. ‘안철수 신당’ 창당 시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37%로, 민주당이 11%로 떨어진 반면 안철수 신당은 23%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민주당이 안철수 전 교수의 등장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5일 전인 3월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이 거의 과반에 육박하는 49.5%로 1위였고, 민주당은 21.8%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2위였다. 오히려 ‘모름·무응답’이 22.7%로 민주당보다 조금 더 많았다. 그러던 것이 ‘안철수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는가’라는 추가 질문에 새누리당 40.1%, ‘안철수 신당’ 29.4%, 민주당 11.6%로 나타났다. 역시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을 배 이상 앞서며 야당 가운데 선두로 나섰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지율을 10%포인트씩 잠식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서울과 호남 지지율이다. 안철수 신당은 서울에서 39.4%, 호남에서 24.7%로 모두 1위에 올랐다. 서울에서는 새누리당이 32.2%로 2위였고,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24.2%로 안철수 신당에 간발의 차로 2위였다. 현재 팽팽한 대치 정국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안 전 교수의 4월 재·보선 출마에 대한 여론이다.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안철수 신당 출현을 바라는 사람이 많음에도 안 전 교수의 노원 병 출마에 대한 의견은 부정적인 것이 더 높았다. KSOI의 3월2일 조사에서는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가 47.9%로, ‘출마해야 한다’(43.5%)보다 4.4%포인트 많았다. 한국갤럽의 3월7일 조사에서도 ‘출마를 좋게 본다’(38%)는 의견보다 ‘좋지 않게 본다’(40%)는 의견이 조금 많게 나왔다. 리얼미터가 3월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훨씬 많았다. ‘출마 찬성’이 34.1%인 데 비해 ‘출마 반대’는 46.0%에 달했다. 특히 서울에서 찬성은 34.5%인데 반대는 46.0%로, 반대가 11.5%포인트나 높게 나타난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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