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방 내놓으면 월 60만원 ‘거뜬’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3.03.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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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경제 확산으로 글로벌 사업 아이템 된 민박

‘민박’이 글로벌 경제 시대에 짭짤한 사업 아이템이 될 줄 누가 예상했을까.

인터넷은 산업 지형을 바꿨고, 지금 이 시간에도 바꾸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 분야에서 이베이나 아마존은 기존 유통업체를 완전히 제압했다. 콘텐츠 산업에서 ‘지식 공유’는 불법 복제라는 강력한 암초를 만났지만, 유튜브나 위키 같은 곳에서 상업적 이해와 공공의 이해를 절충한 합의점을 찾아내고 있다. 최근 인터넷이 산업 지형을 두드러지게 바꿔놓고 있는 분야는 숙박업이다.

요즘 민박은 인터넷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공유 경제’의 성공적인 오프라인 모델이 되고 있다. 민박이 ‘글로벌 빈방 공유’로 새롭게 포장되면서 떠오르는 사업 아이템이 되고 있다. 방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행위는 가장 오랜 경제 행위 중 하나다. 이를 인터넷을 통해 엮어내면서 시간적·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전혀 다른 사업 모델로 진화하고 있는 것. 여러 벼룩시장의 초보 사업자를 온라인으로 연결시켜 폭발적인 성장을 한 1990년대 말의 옥션이나 이베이를 연상시킬 정도다. 미국에서는 에어비앤비(airbnb)가 선두 업체다. 국내에서는 비앤비히어로, 코자자 등이 특화된 서비스를 앞세우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실적은 ‘공유 경제’가 슬로건이 아닌 돈을 버는 비즈니스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2008년 사업을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1천만 박 이상의 예약 건수를 유치했다. 전 세계 1백92개국, 3만4천개 이상 도시에 30만개 이상의 객실(방)을 확보하고 있다. 하루 평균 5만명 이상의 예약자가 세계 곳곳의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구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에어비앤비는 런던·파리·밀라노·싱가포르 등 11개 도시에 지점이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6백만개 이상의 소셜 커넥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셜 커넥션을 통해 회원들은 여행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회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기존 호텔 체인과 차별화된다.

(맨위부터)ⓒ KOZAZA 제공, ⓒ BNBHERO 제공, ⓒ AIRBNB 제공
오프라인의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스스로를 ‘온라인 플랫폼 제공업체’라고 규정하고 있는 에어비앤비는 지난 1월 말 서울에서 사업 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에어비앤비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 정보책임자인 조 게비아는 “한국에서 공유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을 에어비앤비에 올리는 사람이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며 “서울시가 에어비앤비와 공유 경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많은 사람이 한국 특유의 문화와 동네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2012년 한국에서 8백58%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에서 에어비앤비에 올린 리스팅(숙박 공간)은 약 9백건으로 2012년 4백60%의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 호스트는 대부분 한 달 평균 3~4일을 임대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택 혹은 아파트를 단기간 빌려주는 대가로 연간 평균 7백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고, 개인 방 하나를 임대해주는 곳에서는 연간 1백80만원가량 수익을 냈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업 모델이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비앤비히어로의 조민성 대표는 “빈방 공유 사업이 2010~12년 하키 스틱 끝처럼 갑자기 성장해 산업으로 부를 단계에 진입했다”며 “한국에서도 프로젝트에서 비즈니스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빈방 공유 사업자도 늘어

1년여 준비 기간을 거친 비앤비히어로가 정식 영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지난해 말까지 7개월 동안 1만 박의 예약 건수를 기록했고, 2천개 안팎의 빈방을 확보했다. 방 하나의 평균 사용액은 6만원 선. 이 중 반 정도는 개인이 남는 방을 내놓았고, 30%는 게스트하우스를 업으로 하는 곳에서 올렸다. 조 사장은 “올 연말쯤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며 “내년 4월부터 내국인이 해외 숙소를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사장은 빈방 공유 사업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뉴욕에 한 해 1천2백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 에어비앤비 같은 회사가 뉴욕에 확보하고 있는 방이 3년 전 3백~4백개 수준에서 2만개로 늘어났다. 지금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1천만명을 넘는데 그중 대부분이 서울을 찾는다. 그러나 서울에서 방을 빌려주는 곳은 1천개 남짓이다. 서울의 빈방 공유 사업도 뉴욕만큼 커질 수 있다. 뉴욕에서는 빈방 공유로 연 2천억원이 지역 경제에 떨어진다. 우리도 용산구에 100개의 민박을 확보하고 있다면 연간 식대를 포함해 이 지역에 32억원 정도가 뿌려진다. 이는 2천명의 직원을 가진 회사가 1년 내내 점심을 그 지역에서 사먹어야 생겨나는 효과와 맞먹는다.”

국내에서는 한옥으로 특화된 빈방 공유 사업자도 등장하고 있다. 코자자의 조산구 대표는 “우리가 ‘한옥스테이’라는 말을 만들었고 ‘한오커(hanoker)’라고 한옥에 사는 사람의 커뮤니티도 만들었다”며 “한옥에서 자고, 한국 사람을 만나고, 한국 전통을 만나는 체험 관광 상품을 만들면 외국 회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박의 약점인 표준화되지 않은 서비스에 대해 “안 가본 곳을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당연히 앞서 묵었던 사람들의 평가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빈방 공유에는 소셜 커뮤니티가 필수다. 이를 통해 투명한 레이팅 시스템이 회원의 신뢰를 얻으면 성장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비앤비히어로나 코자자는 에어비앤비의 한국 진출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빅 플레이어가 시장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산구 대표는 “에어비앤비는 오프라인의 페이스북이 되겠다는 회사다. 사실상 가장 큰 호텔 체인이자 가장 많은 방을 거느린 사업자로 호텔 방 유통을 통합해버릴 수 있는 무서운 회사”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나 정부에서도 관광 진흥 차원에서 게스트하우스나 한옥 체험을 양성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민성 대표는 “도시민박법 조례가 생기고 한옥참살이법으로 민박업자를 도와주는 규정도 있지만, 아직 관련 법령에 미진한 부분이 많다. 좀 더 명확하고 현실을 반영한 법을 만들어야 방을 가진 이들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게비아는 서울 방문 전에 에어비앤비를 통해 기존 방문자들이 남긴 후기를 일일이 읽어보고 취향에 맞는 서울의 한 한옥집을 숙소로 예약해 내한 기간 동안 머물렀다. 그는 “빈방 공유는 단순히 방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교류하고 경험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빈방 공유 핫플레이스 

조민성 대표는 서울을 찾는 개인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경쟁력 있는 숙박 장소로 이태원 뒤쪽의 다세대주택, 서울역 뒤 서부역에서 만리동 고갯길로 넘어가는 곳의 다세대주택, 창신동과 홍대 뒤쪽을 꼽았다. 여기에는 월세와 역세권이라는 함수가 숨어 있다. 대개는 재개발 이전의 다세대주택으로 주변 시세에 비해 월세가 적고, 외국인 여행자들이 지도를 들고 쉽게 찾을 수 있는 지하철역 부근이다.

이곳 주택 소유자들은 민박 공유 플랫홈에 방을 내놓을 경우 방 하나당 최소 월 60만원은 벌기 때문에 월세보다 많은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때문에 특정 직업군 여성이 몰려 살던 논현동 원룸촌이나 노량진·신림동 고시촌도 게스트하우스로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조 대표의 진단이다.

국내에 저렴한 숙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촌 한옥 같은 경우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방이 있다. 외국에서는 섬이나 성을 통째로 내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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