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양현석이 모는 7억8000만원짜리 ‘이건희 카’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3.04.0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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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원대 프리미엄 자동차 누가 타나 봤더니…

국내 시장 점유율 10%를 넘기면서 대중화 시대를 연 수입차 시장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급 국산차 가격과 비슷한 가격대의 차가 잘 팔리는 한편, 1억5000만원이 넘는 슈퍼 럭셔리 카도 흔해졌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업체의 판매 동향을 보면 1억5000만원 이상의 자동차를 주로 파는 업체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국내에 초고가 차량의 존재를 널리 알린 것은 마이바흐다. 이 차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타면서 유명해졌다. 가격은 7억8000만원대지만, 세금을 포함하면 10억원을 거뜬히 넘어선다. 비싼 가격에도 ‘재계 대통령 이건희’가 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우 배용준씨와 연예기획사 YG의 오너 양현석씨도 이 차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히트곡 제조기로 불리는 막대한 음원 수입을 올리는 ‘용감한 형제’가 마이바흐 오너 대열에 합류했다.

ⓒ 벤츠 제공
국내에서 팔리는 초고가 차는 대략 세 가지다.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벤틀리가 주인공이다. 이 차들의 공통점은 모두 독일산 유명 자동차그룹 산하 브랜드라는 점이다. 마이바흐는 메르세데스 벤츠, 롤스로이스는 BMW그룹, 벤틀리는 폭스바겐그룹 소속이다.

마이바흐는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가 만드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1997년부터 전 세계에 판매됐다. 국내에 공식 수입된 것은 2004년. 마이바흐에는 57S와 62S 두 가지 모델이 있다. 57은 차 길이가 5.7m, 62는 6.2m를 뜻한다. 자동차 애호가인 이건희 회장은 마이바흐의 한국 공식 시판 전에 구입했다. 재계에서는 한화 김승연 회장과 LG 구본무 회장이 이 차를 탄다.

벤츠는 전 세계에 마이바흐를 한 해 1000대 정도 팔겠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판매량은 연간 200대 남짓이라고 한다. 결국 벤츠는 2013년에 마이바흐를 단종하고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를 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름값이 치솟고 있는 초고가 차는 벤틀리다. 벤틀리를 대중에 널리 알린 사람은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다. 홍 관장이 대관령음악제, 예술의 전당 등 공개 장소에 벤틀리를 타고 오면서 이 차는 ‘홍라희 차’로 불린다. 재미있는 점은 홍 관장이 이전에 타던 아우디 A8(2억5000만원대)도 폭스바겐그룹 차라는 점이다.

고가 차 타는 데는 서열이 있다

럭셔리 수입차 브랜드의 한 지점장은 “재벌이라고 해도 차를 마음대로 못 탄다. 보이지 않게 서로 예의를 갖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본무 회장은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에게 먼저 마이바흐를 타게 하고 한동안 자신은 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 2세의 경우 회사에서 타는 차는 외부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국산 대형차로 한다. 설혹 외제 고가 차로 바꾼다고 해도 그룹 서열을 따져 차종을 정한다.

삼성가에서 마이바흐를 타는 사람은 이건희 회장과 항렬이 같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도다. 이 회장의 부인 홍 관장이 최근 주로 타는 벤틀리 뮬산의 기본 가격은 5억3000만원대. 남편보다는 약간 값이 낮은 차를 타는 셈이다. 홍 관장은 벤틀리의 플라잉스퍼와 아르나지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희 회장의 아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회장님’보다 싼 차를 탄다. 그는 주로 BMW 7시리즈 차를 애용한다. 7시리즈는 1억5000만~2억7000만원 정도 한다. 그는 승합차를 개조한 미니버스를 타고 판교 집에서 서울로 출퇴근한다.

그가 이용하는 차량은 벤츠의 미니버스 스프린터. 대당 가격은 9000만원대. 개조하면 두 배 정도 가격이 뛴다. 정 부회장은 13인승으로 개조해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 차를 법인 명의로 샀다. 회사 출퇴근 등 ‘업무용’으로 이용한다는 뜻이다.

주식회사 등 법인은 업무 용도로 수입차를 리스해서 쓰면 매월 지출하는 비용을 영업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영업비가 나가는 만큼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그만큼 법인세를 덜 내게 된다. 리스를 통해 개인이 차를 사는 부담도 덜고 법인의 세금도 덜 내는 1석2조의 재테크인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고가차일수록 법인 판매 비중이 높고 대중차일수록 법인 판매 비중이 낮다는 점이다. 고가 브랜드에서는 대부분 법인 명의의 판매 비중이 50%가 넘었다. 회사 돈으로 산다는 얘기다. 수입차 판매 1위인 BMW만 50% 선을 살짝 밑돌 뿐 나머지는 모두 50%를 넘는다. 특히 판매가 6억원대인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판매량 중 한 대를 빼고는 모두 법인 명의로 판매됐다.

연예계에 부는 초고가 차 붐

심지어 업무와는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스포츠카 메이커인 포르쉐도 법인 판매 비중이 75.4%에 달했다. 그렇다면 누가 사가는 것일까. 법인 명의로 사가는 차는 실제 누가 타는지 추정하기 힘들다. 다만 포르쉐 같은 고급차가 등장하는 사건·사고가 터지면 어떤 경로로 누가 타는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2011년 배우 연정훈이 리스해서 타고 다니던 차가 도난당한 뒤 경기도 하남의 강원도민저축은행 창고에서 발견되면서 연예인-리스회사-고가 차의 소비 양식이 드러났다. 2011년 오리온그룹 오너 일가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담철곤 회장 등 오너 일가가 8억원대의 포르쉐 카레라 GT를 회사 돈으로 리스해 개인 용도로 타고 다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초고가 차 소비의 한 축이 재벌가를 포함한 자산가라면 다른 축은 연예인이다. 연예인들은 재벌가 사람들처럼 눈치를 보지 않는다. 지갑 크기대로 차 쇼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바흐의 인기가 높고 벤틀리는 최근 세를 넓히는 중이다. 배우 전지현과 송승헌, 가수 지드래곤이 벤틀리를 탄다. JYJ 3인방은 모두 스포츠카 오너다. 김재중은 5억원대의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김준수와 박유천은 3억원대의 페라리를 갖고 있다.

수입차 시장이 한쪽은 국산차와 비슷한 중·고가대, 다른 한쪽은 국산차가 따라갈 수 없는 초고가 시장으로 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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