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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춤 타고 뛰어올라 ‘시건방’으로 훨훨

‘영리한 싸이’ 세계 정복 시즌2도 ‘보는 음악’

미국 시애틀·김영대│대중음악 평론가 ㅣ 승인 2013.04.24(Wed) 11: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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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의 기세가 놀랍다. 공개한 지 하루 만에 1800만 조회 수를 기록해 저스틴 비버의 <보이프렌드>가 갖고 있던 하루 최대 800만 조회 기록을 깼다. 공개 4일 만인 4월17일에는 유튜브 조회 1억건을 돌파하며 세계 최단 기록을 새로 썼다.

반응도 호의적이다. “천재적이다(It’s a piece of genius).” 평소 알고 지내는 미국인 음대 교수가 싸이의 후속곡 <젠틀맨> 후렴인 ‘I am a mother father gentleman’을 듣고 내게 전해준 첫 감상이다. 이 곡은 글을 쓰는 지금 순간에도 시간 단위로 천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세계 아이튠즈 순위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강남스타일>과 아직 성공 규모를 가늠하기는 이른 <젠틀맨>의 연이은 성공이 담고 있는 함의는 무엇일까. 특히 필자가 지금 머무르고 있는 미국에서는 싸이의 후속곡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조금은 개인적인 경험과 관찰을 통해 그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더듬어보고자 한다.

   
4월13일 싸이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해프닝(HAPPENING)’에서 신곡 <젠틀맨>을 공개하고 있다. 세계 주요 언론은 싸이의 신곡이 발표되자마자 관련 기사를 실었다(아래). ⓒ 연합뉴스
상상 이상의 성공 일궈낸 <강남스타일>

<젠틀맨>이 공개된 4월12일, 사이버 공간은 싸이의 신곡 발표 소식으로 뒤덮였다. 불과 몇 개월 전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 떠도는 ‘화제의 엽기 코믹 영상’ 정도로 조그맣게 다뤄지던 때와는 엄청난 위상 차이다. 지난해 말 이후 <빌보드> <롤링스톤> 등 음악 전문지뿐 아니라 <타임> 같은 시사지에서도 홈페이지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실시간으로 그의 다음 음악 스타일을 예측하는 기사를 싣는 등 비(非)영미권 음악으로는 예외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싸이의 성공 이후 유력 매체의 K팝에 대한 커버리지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였다. 일시적인 현상일지언정 K팝의 걸그룹과 보이그룹이 싸이와 <강남스타일>의 히트를 핑계 삼아 새삼스레 호명되고, 한국 대중음악 일반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진 것도 흥미롭다. 최근 유력한 힙합 미디어 <XXL>은 심지어 ‘싸이 외에 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 래퍼’라는 기획 기사를 싣기도 했는데, 한국 힙합의 규모나 지명도를 고려해볼 때 극히 예외적인 관심이다. 싸이의 성공과 K팝 담론을 전혀 별개의 것으로 여겼던 한국 내 일각의 평가는 이런 맥락에서 다소 설득력을 잃는다.

<젠틀맨>을 ‘강남스타일 열풍’과 직접적으로 비교·분석하는 방식은 흥미롭지 못할 뿐 아니라 큰 의미가 없다. 이른바 ‘후광 효과’에 의한 후속곡의 성공은 기존의 팝 스타들 행보에서는 규칙적으로 발견되는 패턴이다. 사실 음악의 콘텐츠 그 자체와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는, 달리 말하면 일종의 네임벨류에 따른 기대심리 결과라 할 수 있다. 다만 <강남스타일>을 싸이의 ‘One-hit wonder’(미국 빌보드 차트 핫 100에 한 차례만 올라간 가수)로 기정사실화하던 시점에서 적절하게 자리를 넘겨받은 <젠틀맨>의 성공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젠틀맨>에 대한 미국 주류 미디어의 비평적 반응이 <강남스타일> 때보다 미온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시장에서의 초기 반응은 더 즉각적이다. 이는 싸이처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무대로 직접 소통하는 음악이 메인스트림 미디어의 지지와는 무관하게 상업적 파괴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시기적으로도 <젠틀맨>은 이러한 ‘후광 효과’를 살릴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에 등장했다. 진작 차트에서 사라졌어야 할 시기임에도 여전히 아이튠즈나 빌보드의 싱글차트 상위권에 <강남스타일>이 이름을 올리고 있던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성공의 핵심 코드였던 코미디와 춤 그리고 SNS를 중심으로 한 UCC형 음악이라는 개념이 얼마 전 빌보드 싱글 1위에 오른 <Harlem Shake>로 이어져 그 영향력이 유지된 것 역시 행운이다.

미국 음악 소비자에 통하다

대중 사이에서도 다소 엇갈린 반응이 발견된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후속타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음악 자체의 흡인력은 확실히 <강남스타일>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욕설을 연상케 하는 후렴구, 선정적이고 여성 비하적이라고 비판받은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갱스터 랩에 익숙하고 성적 유희에 관대한 미국인에게 싸이의 B급 유머 코드는 유쾌한 ‘패러디’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대학가를 비롯해 직접 피부에 와 닿는 필자의 주변 반응을 들어보아도 “웃긴다” 또는 “재미있다”는 평가가 “부적절하다”나 “저질스럽다”는 평가보다 보편적이다. <젠틀맨>의 성공 여부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 한 로컬 방송 DJ는 “당연하다!(No-brainer!)”는 반응을 보였다. <강남스타일>의 핵심 코드가 거의 그대로 살아 있고 춤추기 좋은 비트가 기억하기 쉬운 동작과 만나 어울린다는 것.

이는 미국 대중이 대중음악을 대하는 방식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클럽댄스 스타일의 음악은 보통 분석적 음악평론의 대상으로 다뤄지지 않는 편이다. 달리 말하면 일반 대중이나 비평가 모두 <젠틀맨>류의 ‘즐기는 음악’에 순수한 재미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것. 싸이는 이미 전작으로 주류 비평계나 미디어의 분석틀로는 쉽게 설명하기 힘든 인기를 보여줬다. 미국 미디어가 “<강남스타일>만큼의 ‘역작’은 아니다”고 단정 지으면서도 젠틀맨의 대중적 성패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기는 것은, 호평이든 악평이든 유튜브와 SNS를 통한 입소문이 성공의 동력이 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팝 시장은 생각보다 보수적이다. 지난해 싸이의 정상 등극을 눈앞에서 좌절시켰던 주류 FM 라디오의 플레이리스트 시스템은 오랜 기간 레코드사와 방송국 간의 협업적 밀착 관계를 통해 성립된 것이다. 아무리 음악이 좋고 실력이 있어도 자본이 뒷받침되지 못한 가수는 방송에 소개될 수 없고, 그마저도 인종적인 비주류의 뮤지션이 성공적으로 시장을 뚫어낸 사례는 드물다. 땅이 넓은 데다 인터넷의 절대적 영향력이 약해서 한국처럼 수도권 한 곳의 유행만으로 전국적인 판세를 쉽게 좌지우지하지 못하는 로컬의 독특한 문화도 남아 있다. 게다가 자신들이 만든 팝음악이 20세기를 통째로 지배했다고 믿는 미국인에게 K팝을 비롯해 다른 나라의 음악은 입맛을 돋우기 위해 찾는 다국적 레스토랑의 월드퓨전 메뉴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다. 필자처럼 오랜 시간을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에게 싸이의 연이은 성공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래서다.

미국 시장을 다분히 의식한 <젠틀맨>은 당분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다. <강남스타일>이 필자에게 가르쳐준 교훈이 있다면, 수많은 음악이 하룻밤의 인기로 사라지고 그 어떤 거장도 후속 작업의 성패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만만찮은 미국 음악 시장에서 싸이는 이미 자신만의 콘텐츠로 나름의 위치를 점유하기 시작했다는 점. 그 파급 효과는 일개 평론가의 몇 마디 글로는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중음악이 ‘음악성’ 그 자체만으로 논의될 수 없다는 사실을 싸이가 보란 듯이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것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말이다.


<강남스타일>이 잉태한 <젠틀맨>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와 <젠틀맨> 뮤직비디오 캡쳐 사진.
싸이와 조용필의 신곡이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사이좋게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둘 다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두 곡에 대한 찬사에는 음악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어떤 무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조용필의 신곡 <바운스(Bounce)>에 대한 찬사는 음악의 준수한 완성도라는 기본 전제 위에 ‘가왕’의 업적에 대한 경외심, 10년 만의 컴백에 대한 반가움, 그 나이에 시대에 뒤처지지 않았다는 노장 프리미엄(?)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비친다. 우리는 그가 ‘웬만한’ 것 이상만 들고 나온다면 마땅히 환호할 준비를 오래전에 마친 상태였다.

반면, 싸이의 신곡 <젠틀맨>에 대한 찬사는 국위 선양이나 애국 따위의 개념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인인 우리에게 그는 ‘나의 삶과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잘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가 돼버린 것이다.

이런 맥락을 걷어낸 채 바라본 <젠틀맨>은 역시 ‘<강남스타일>의 성공이 탄생시킨 상품’에 가깝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성공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 같은 모습의 <젠틀맨>이라는 곡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후속곡에서 필연적으로 고려해야 했거나 무시할 수 없었던 요소가 소리와 글자를 통해 <젠틀맨> 곳곳에 담겨 있는 양상이다.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거둔 <강남스타일>과 달리 <젠틀맨>은 마치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향해 정교하게 조준된, <강남스타일>의 업그레이드 복제품 같다. 사운드와 구성 등 모든 면에서 <강남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즉, <젠틀맨>에 혁신 같은 건 없다.

이 말은 폄하의 의미라기보다는 오히려 싸이의 포지션에 대한 존중으로 보는 편이 합당하다. 혹자는 <강남스타일>과의 유사성을 들어 <젠틀맨>을 ‘게으른 산물’로 규정지을 수도 있겠지만, 예술가로서의 작가적 역량보다는 대중의 기호와 구미를 기민하게 파악하는 상업 가수의 정체성을 견지하는 싸이에게 <젠틀맨>이라는 결과물은 엄청난 고민의 산물일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젠틀맨>의 가사에서 등장하는 특정 영어 단어와 유사한 발음의 한국어 사용, 영어 욕설을 비껴가는 언어유희 등을 즐거워한다. 그 결과 <젠틀맨>이 서사가 전혀 없는 가사를 지니게 되었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물론 기승전결 같은 개념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강남스타일>의 제목과 가사는 어떠한 함의와 징후를 담고 있었다.

<강남스타일>에 비하면 <젠틀맨>의 가사는 ‘한글’임이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최소한의 서사조차 포기하는 대신 애초에 유사한 발음의 단어를 오밀조밀하게 배치해 라임의 모양새를 갖추거나 일부러 발음을 뭉뚱그리는 광경은 곧 이 곡의 가사가 ‘의미를 갖춘 텍스트’로서가 아닌 ‘또 하나의 악기’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치 힙합 애호가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할 영어 랩의 ‘플로우’만 감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물론 이 자체가 어떠한 우열을 절대적으로 담보하진 않는다. 다만 두 노래 간의 차이를 드러낼 뿐이다. <강남스타일>의 경험이 <젠틀맨>을 탄생시켰다. 그렇다면 <젠틀맨>과 세계 시장의 조우는 앞으로 또 어떠한 미래를 만들어낼까.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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