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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의 젊음이 톡톡 튀다

10년 만에 신곡 <바운스> 들고 돌아온 조용필

미국 시애틀·김영대│대중음악평론가 ㅣ 승인 2013.04.24(Wed) 11: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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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歌王). 20세기 한국 대중음악사를 돌아보며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이 조용필에게 존경과 애정을 담아 붙여준 별명이다. 이제 ‘가왕’이라는 말은 단순한 수식이나 예우 차원이 아니다. 대중음악 역사에서 조용필이라는 보컬리스트가 가지는 절대적인 위상을 상징하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돼버렸다. 발라드의 황태자나 트로트의 황제, 라이브의 제왕과 같은 표현도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가왕이라는 표현은 그런 것과는 비교가 불가능하게 어떤 범접할 수 없는 장인의 경지를 나타내는 것이기에 그 무게감이 사뭇 다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영원한 오빠’ 조용필이 원래부터 가왕이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10년 만의 정규작인 19집 앨범을 들고 컴백해 여전한 가창력과 음악에의 지독한 프로페셔널리즘을 과시하고 있는 조용필. 지금 여기에서 다시 한번 가왕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새삼 곱씹어보게 된다.

   
2010년 5월28~29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Love in Love’ 콘서트에서 조용필이 열창하고 있다. ⓒ YPC프로덕션 제공
젊은 감수성과 완벽주의로 돌아온 ‘영원한 오빠’

조용필의 커리어를 규정하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는 단연 젊음과 완벽주의다. 여기서 ‘젊다’는 것은 당연히 생물학적 연령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데뷔 후 45년 동안 그는 늘 ‘영원한 오빠’로 남아 있다. 그 이유는 뭘까. 필자는 조용필만의 독특한 음악 철학, 현재와 소통하고 배우려는 젊음의 감수성을 떠올린다. 신곡 <바운스(Bounce)>에서도 드러나지만 그는 새로운 흐름, 젊은 소리들에 일말의 거부감이나 의심이 없다. 트렌드는 트렌드, 음악은 음악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자신만의 색깔과의 접점을 고민한다. 음악적 아집을 물리치고 세대를 뛰어넘어 역동적으로 호흡하려는 모습은 바로 조용필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자 자산이다.

후속곡으로 공개될 <헬로>에서는 현재 대중음악 씬에서 가장 핫한 래퍼인 버벌진트가 참여해 세대를 잇는 동시에 장르와 장르를 가로질렀다. 버벌진트 스스로는 가장 존경하는 가요계의 선배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존경심의 표현이었으리라. 가왕이 몇 년간 보인 행보 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인 것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완벽주의자 조용필.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1980년대 말 성인 취향 가요풍의 곡만으로 무난히 가수왕의 자리를 놓치지 않던 그였지만, 자신이 좋아했던 프로그레시브한 록 사운드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며 곡을 다 써놓고도 오로지 소리만을 쫓아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나온 최고의 역작 앨범이 바로 <더 드림즈(The Dream, 1991)>. 스튜디오 레코딩의 교본같이 남는 앨범이 되었지만, 정작 조용필은 당대 최고의 스튜디오 세션맨과 엔지니어 장인의 테크닉에 감탄만 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흡수했다. 이어진 14집에서는 국내파 세션맨만으로도 전작에 뒤지지 않는 퀄리티를 구현했다.

로킹하게 달려 나가는 <바운스>의 시원하고 찰진 사운드를 듣고 감탄한 사람이 비단 필자뿐만은 아니리라. 한편으로 조용필의 지독한 완벽주의에 대한 집착은 앞에 말한 개방성 안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조용필측에 따르면 19집을 준비하면서 모아둔 곡이 거의 수백 곡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그중에서 최종적으로 앨범에 포함된 것은 마지막에 스스로 써넣은 한 곡을 제외하면 아홉 곡뿐이다. 새로운 스타일에의 도전을 위해 다른 음악인이 써놓은 곡들을 고르고 골라 추려냈을 뿐, 굳이 자작곡을 내세워 스스로 부각되려 하지도 않았다. 그 스스로 누구 못지않게 뛰어난 작곡가이면서도 곡을 아낀 것이 의외일까? 하지만 조용필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수긍할 만한 모습이다. 소리가 의도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아 오히려 마스터링 등 후반 작업에 더 많은 공을 들인 것도 역시 ‘조용필스럽다’(앨범 작업은 곡 작업, 녹음 등의 전반 작업과 믹싱·마스터링의 후반 작업으로 나뉜다). 성과나 크레딧 그 자체에 연연하기보다 음악 그 자체의 완성도와 실험성에 골몰하는 모습. 음악성의 도약을 위해 타협하고 절충하되 최종 단계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사운드를 위해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며 투자하는 이런 태도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지독한 완벽주의와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조용필 19집 앨범 표지와 뮤직비디오 티저 이미지. ⓒ YPC프로덕션 제공
헌정 무대 대신 아이돌과의 경쟁을 선택하다

<바운스>의 현재 진행형 사운드, 세월을 잊게 만드는 싱싱한 보컬이 전해준 신선함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다음 주에 정식으로 발매되지만 이미 쇼케이스를 통해 음악 전문기자와 대중음악평론가들에게 먼저 공개된 19집은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젊고 풍부한 사운드로 채워져 있다. 티저가 공개된 <헬로>는 미국 최신곡 라디오 스테이션인 KISS FM의 한복판에 올려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모던한 감수성이 압권이다. 전곡이 공개되면 더 많은 사람이 가왕의 음악에 새삼 주목하게 될 것이다. 특히 어느 때보다도 리듬감이 뛰어나고 로커 조용필 본연의 정체성을 기본적으로 잘 구현했다. 그러면서도 모던록·일렉트로 사운드를 과감히 접목해, 현재 톱40에 올라 있는 미국 팝에 뒤떨어지지 않는 현대적 사운드를 구현했다는 것이 동료 평론가의 중론이다. 60대 노장의 투혼 정도로 묘사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가왕은 분명 현재와 호흡하고 있다.

모던 팝의 고향이자 20세기 대중음악을 송두리째 지배한 미국이나 영국 팝의 역사에서도 조용필과 같이 공격적 행보를 보인 노장은 쉬 기억나지 않는다. 얼마 전 젊음과 진보, 자유의 영원한 아이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66세라는 나이를 잊게 만드는, 여전히 무시무시한 내공을 내뿜은 새 앨범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도 예외적인 경우로 여겨진다. 대다수의 노장은 굳이 창작 활동에 연연하지 않고 베스트 앨범이나 컴필레이션, 기념 음반으로 커리어를 안전하게 이어가거나 신작을 발표하더라도 잘나가는 신진 세력을 이벤트 차원으로 대거 기용해 듀엣 형식의 음반을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라틴 록의 거장 카를로스 산타나(Carlos Santana)가 이런 포맷으로 극적인 재기에 성공하며 그래미를 거머쥔 이후 이런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음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 시점에서 통일성과 콘셉트에 기반을 둔 정규작은 분명 모험이고, 이는 제 아무리 조용필이라지만 예외 없이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왕은 달랐다.

섹시한 춤사위를 내세운 걸그룹, 완벽에 가까운 군무로 전 세계를 거느린 보이그룹이 지배해온 한국 가요계에 두 명의 남자가 판을 새삼 신선하게 흔들고 있다. 이미 월드스타로 올라선 싸이가 <젠틀맨>으로 전 세계 아이튠즈 차트 1위에 올라서고, 발표 첫 주에 빌보드 싱글차트 12위로 데뷔하며 정상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더니 조용필의 신곡 <바운스>가 발매와 동시에 <젠틀맨>을 넘어 음원 차트 정상에 올라서며 경쟁 체제를 예고하고 있다. 신-구, 댄스와 록, 선배와 후배가 서로의 장기를 선보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중음악의 현재를 견인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짜릿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 이는 조용필이 없었으면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을 그림인 것을. 과거의 향수나 명성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현재 진행형의 뮤지션십을 탐구하며 노력한 한 노장, 아니 노장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도 젊은 마인드를 품은 ‘가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풍경임을. 조용필 19집, 이번만큼은 필자도 해외 배송료를 들여서라도 다운로드가 아닌 알싸한 종이 냄새가 나는 씨디(CD)로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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