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두할 일을 만나면 목숨 걸어라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3.04.3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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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입사 앞둔 젊은이들 위한 특강

재일교포 3세로 다국적 인터넷 기업인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손정의(55·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 그는 일본의 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나스닥 재팬을 설립했고, 각종 인터넷 관련 사업도 이끌고 있다. 1957년 일본 규슈(九州)에서 재일교포 2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6세 때인 1974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때부터 일본 성을 버리고 한국 성인 ‘손’을 사용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재학 시절부터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며 화제를 몰고 다녔던 그는 소프트뱅크를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인으로 성장했다. 1999년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200대 부호 가운데 53위(64억 달러)에 올랐다. 각종 언론에서 주목받는 인물로 소개됐던 그는 2000년엔 <포브스>가 뽑은 ‘올해의 비즈니스맨’으로 선정됐다.

손 회장은 2010년 말을 기준해 총 자산 81억 달러로 일본 최고 부자에 올랐다.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의연금으로 100억 엔(약 1300억원)을 쾌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지털 정보 혁명’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급성장하고 있는 소프트뱅크 그룹은 매년 신입사원 채용 때 유스트림을 통해 ‘소프트뱅크 신규 채용 라이브’를 생중계한다.

이것은 손정의 회장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일하는 법, 인간관계, 성장, 인생 설계, 대국관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강연에서 손 회장은 ‘우리 인생에 주어진 명제는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그러고는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답한다.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것이 최고의 인생이라는 것을 누가 모를까. 이렇게 항변하니 손 회장은 “요즘 여기저기서 ‘힘들다’고 하는 젊은이가 많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젊은이들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시대든 힘들지 않은 젊은이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여파로 힘들든, 개인적인 이유로 힘들든, 성장통이라는 것은 누구나 거쳐야 할 통과 의례라는 얘기다.

ⓒ 연합뉴스
‘오를 산’을 정하는 일이 인생 좌우

손 회장 또한 젊은 시절을 도전과 응전으로 보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오를 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자리 찾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인생 전반에 걸쳐 무엇을 추구할지 머리가 터질 정도로 깊이 생각했다. 대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있으면 무엇을 위해 그 일이 필요한 것인지 이유를 생각하거나 ‘이런 게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될까’라며 대충대충 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은 인생 전반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나는 생각하고 생각한 결과 ‘정보 혁명’이라는 오를 산을 결정했다”고 회고했다.

손 회장이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계기가 있다. 그는 10대 때 사카모토 료마의 일생을 다룬 <료마가 간다>를 읽었다.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이 아니라 한 나라의 앞날을 위해 목숨도 불사한 료마의 일대기에 감동을 받았다. 그런 영향 아래 ‘디지털 정보 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자’는 필생의 길을 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마음속에서 ‘이거다’ 싶은 것을 만났을 때 사람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일에 매진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뭐 때문에 일하나’ ‘월급이 적어서 못 해먹겠다’ 같은 생각은 끼어들 틈이 없다. 손 회장은 “한 가지 일에 결사적으로 매달릴 수 있는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다. 그렇다고 자기만족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나 스스로 감동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면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몰두할 수 있는 일을 만났다면 목숨까지 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16세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미국에 가서 죽을 각오로 공부했기에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어떤 일을 해나가다 보면 전혀 진전이 없다고 느끼며 ‘과연 이 일이 가능하기나 한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런 과정을 수없이 견디고 이겨낸 손 회장은 “지금 3년 후, 5년 후의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면 30년 후, 50년 후를 생각하라. 그러면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보일 것”이라며 자신이 온몸으로 부딪쳐 얻은 깨달음을 전했다.

손 회장은 10년 단위로 인생 계획을 세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0년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확인하고 행동함으로써 인생의 목표 달성률을 끌어올렸다고 한다. 그는 19세가 되던 해 ‘인생 50년 계획’을 다음과 같이 정했다.

‘20대에 이름을 알린다. 사업을 시작하고 일생을 걸겠다고 결정한 업계에서 이름을 알린다. 30대에 사업 자금을 모은다. 사업 자금은 1000억 엔, 2000억 엔 규모여야 한다. 40대에 한판 승부를 한다. 1조 엔, 2조 엔 규모의 승부를 한다. 50대에 어느 정도의 사업,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한다. 60대에 다음 경영진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 될 큰 뜻 세워라

손 회장은 “나는 이 계획을 세운 이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인생의 길을 결정하면 다음에는 그 이념에 따라서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뜻을 가지고 시작한 일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 된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한때 간에 병이 생겨 시한부 선고까지 받았다.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왜 나에게 생명이 주어졌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고민한 끝에 그는 인간의 최고 행복과 최대 슬픔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평생 ‘양복 입은 전사’로 살아온 그가 ‘모두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최고의 인생을 살아가는 길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일하기로 마음을 다잡은 그는, 소프트뱅크의 다음 경영진에게 이러한 생각들이 잘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경영자 도장인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를 세웠다.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 문에는 ‘디지털 정보 혁명을 꿈꾸지 않는 자, 그 뜻을 품지 않는 자, 이 문을 들어오지 마라’라고 쓰여 있다.

손 회장은 강연 마지막에 젊은이들과 꼭 공유하고 싶은 것 한 가지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어떤 곳에서 일을 하게 될지는 중요하지 않다. 각자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미래를 위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이런 열정적이고 가치 있는 생각으로 뜻을 높이 가졌으면 한다.”

위안이 필요한 시대에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줄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호통쳐 정신 차리게 하면서 자신을 강력하게 이끌어줄 누군가도 필요하다. 손 회장의 강연이 젊은이들에게 큰 반향을 얻은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그의 강연은 <지금 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마리북스 펴냄)으로 번역돼 젊은이들을 생생한 강연 현장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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