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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권 독립’은 애당초 없었다

박근혜정부 ‘대선 공약 이행 로드맵’ 문건 입수·분석

이승욱 기자·양창희 인턴기자 ㅣ | 승인 2013.05.06(Mon) 17: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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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수의 법정 임기 보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약속했던 공약이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찰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현재 2년인 경찰청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약속은 취임 후 한 달 만에 여지없이 깨졌다. 당초 김기용 전 경찰청장이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 2년의 반도 안 되는 11개월 임기를 채운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김 전 청장의 유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3월15일 김 전 청장 후임으로 이성한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임명했다.

대선 공약 사항이었던 경찰청장의 법정 임기 보장 약속이 깨지자 경찰 내부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정치권과 사정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 전 청장이 과거 야권 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는 이야기가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렸다”거나 “검찰 출신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내정자가 연루된 ‘성접대 동영상 파문’과 관련해 경찰대 출신들이 모종의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박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경찰에 대한 청와대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박근혜정부의 ‘경찰 홀대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경찰을 홀대하는 듯한 청와대의 기류는 경찰청장의 법정 임기 보장뿐만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경찰의 숙원 과제에도 암울한 전망을 낳게 한다. 사실상 “박근혜정부 임기 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물 건너갔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다.

   
4월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이성한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구체적 이행 계획 없어

박근혜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가동되던 지난 1월부터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경찰청장의 법정 임기 보장 등 경찰의 숙원 과제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시사저널>이 국회 법사위 소속 서기호 의원(진보정의당)을 통해 입수한 대통령직인수위의 ‘공약 이행 로드맵 및 입법 추진 계획’에서 확인됐다.

박근혜정부의 공약 이행 로드맵 및 입법 추진 계획은 지난 2월 인수위가 작성한 A4용지 194장 분량의 문건이다. 공약 로드맵 문건은 ‘인수위가 외부 공개를 주의하라’는 의미의 ‘대외 주의’라는 단서가 붙은 내부용 문건이다. 이 문건 표지에는 ‘(본 문건은) 대선 공약 이행 계획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대선 공약 이행 계획이 변경되는 경우 그에 따라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전제되어 있다. 문건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정치·외교·통일·복지·경제·검찰 개혁 등 22개 분야별 정책 공약 216개를 비롯해 시·도별 공약 추진 일정이 상세히 나와 있다. 박근혜정부가 임기 5년간 추진할 공약 이행의 청사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시사저널>은 인수위의 공약 로드맵 문건 내용을 새누리당 대선 공약집 및 언론 보도 내용 등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가장 눈길을 끈 대목 중 하나가 앞서 언급한 경찰의 숙원 과제 부분이다. 216개에 달하는 정책 공약 중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경찰청장 법정 임기 보장 등의 공약이 주목되는 것은 다른 공약과 달리 이행 계획 자체가 부실하거나 아예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인수위의 공약 로드맵에 나타난 것만으로 볼 때, 현재 박근혜정부는 경찰의 숙원 과제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공약 로드맵에 따르면 ‘기타 추가 공약’ 중 하나인 경찰청장 법정 임기 보장은 ‘별도 이행 계획 없음’이라고 돼 있을 뿐이고, 임기 내 이행 계획은 공란으로 돼 있다. 이 문건이 2월 중 작성된 것으로 보이고, 경찰청장 교체가 3월 중순에 이뤄진 점을 감안한다면 경찰청장 교체 가능성을 인수위 단계부터 염두에 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직결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공약도 양상은 비슷하다. ‘검찰 개혁’ 분야의 중요 항목으로 공약 로드맵에 포함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2013년 상·하반기 중 ‘2011년 형사소송법 및 대통령령 개정 이후의 수사 실태 분석’이라고 나와 있다. 또 2014년에는 ‘해외 입법 추세 연구 및 전문가 의견 수렴’이라고만 돼 있다. 2015년 이후 계획은 별도로 나와 있지 않다. 다른 공약들에 대해서는 법령 개정 시한과 제도 개선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경찰의 숙원 과제와 관련한 공약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없는 것이다.

   
2월22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사실상 ‘경찰 힘 안 키우겠다’는 뜻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하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일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축소하고, 현장 수사가 필요한 사건을 포함해 상당 부분의 수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겠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목표로 하되, 우선은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방식의 ‘수사권 분점을 통한 합리적 배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집에서 구체적인 실천 항목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관련 법령 개정’을 명시해둔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인수위 차원에서 확정된 관련 공약의 이행 계획은 거의 없다.

다만 경찰 인력 증원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경찰 인력 증원, 보수 및 수당 현실화’ 공약 이행을 위해 인수위는 매년 4000명씩 임기 5년간 2만명을 증원하기로 하고, 올 하반기부터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직제 개정과 예산 반영을 하기로 했다. 결국 수사권 조정 등 경찰의 힘과 위상을 키울 수 있는 공약보다는 안전한 사회와 직결되는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공약 로드맵 문건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 개혁과 관련한 것이다. 인수위는 공약 로드맵에서 검찰 개혁과 관련해 세부적인 공약 이행 계획을 명시했다. 정권 차원에서 검찰 개혁을 계획성 있게 차분히 풀어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로드맵에 따르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인사 제도 확립’ 공약과 관련해 인수위는 2013년 하반기까지 검사장급 기관장이 소속 부장의 보직 인사권을 갖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또 같은 시기 법무부 파견 검사를 단계적으로 줄이기 위해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도록 했다. 2014년까지는 검사장급 보직을 추가로 감축하는 한편, 새롭게 개발하는 인성검사 모델을 검사 신규 임용에 적용해 추진하도록 했다.

‘비리 검사 퇴출’ 공약은 2013년 하반기까지 감찰 분야 외부 인사 임용의 타당성 연구 용역을 실시하고, 2014년까지 용역 결과에 따른 법령 정비, 2015년까지 법령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를 취하기로 돼 있다. 인수위는 ‘검찰 권한의 축소와 통제’를 위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검찰시민위원회를 2015년 법제화해 시행하는 로드맵도 짰다.

서기호 의원은 "대선 공약 이행 로드맵만 본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검·경 수사권 조정 공약은 말 그대로 공허한 공약(空約)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의 공약 후퇴가 사법 개혁의 핵심인 검찰 개혁의 후퇴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분야별 공약 로드맵 꼼꼼히 뜯어보니… 
‘보육 정책’은 확실히 챙기려나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가 작성한 공약 이행 로드맵 문건. ⓒ 시사저널 이상민
대통령직인수위가 작성한 박근혜정부의 공약 이행 로드맵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경제 민주화’를 비롯해 경제, 외교·통일, 국방 등 각 분야의 공약 이행 계획이 담겨 있다. 특히 복지 공약 중 보육 정책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확대’ 공약의 경우 연도별·유형별로 목표 수치가 정해져 있다(12쪽 표 참조).

남북 관계가 지금의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나온 한반도의 장밋빛 계획도 눈길을 끈다.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2014년에는 시범 양묘장을 조성하는 등 산림 협력을 강화하고 개성공단에 외국 기업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5년에는 북한 단천 지역 광산 개발을 본격화하고, 2017년에는 다른 지역까지 광산 개발을 확대할 예정이다. 산림 협력 탄소배출권 사업(2016년), 이산가족 및 국군포로·납북자 상봉 정례화(2016년)도 포함됐다.

하지만 일부 공약의 이행 계획은 추상적이다. 택시업 대책이 그렇다. 공약 로드맵에 따르면 인수위는 2015년에 끝나는 택시용 LPG 부탄 유류세 감면 적용 연장을 검토해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공약인 ‘택시 준대중교통 수단 인정 및 버스전용차로 진입 허용’ ‘법인택시의 개인택시 전환 유도 적용 연장’과 관련해서는 “합리적 지원 방안 마련”이라고만 돼 있다. 지난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택시 대책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민감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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