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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재벌 오너 일가 자녀, 은수저 물고 태 어났다

30대 그룹 35세 이하 총수 일가 보유 주식 1조7000억원 <시사저널>, CEO스코어와 공동 조사

김진령 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3.05.06(Mon) 17: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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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가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방지’다. 재벌 오너 가족이 자신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돈을 독점적으로 더 버는 ‘사익 편취’를 막아 중소기업에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재벌은 비난 여론이 거센 것을 알면서도 왜 일감 몰아주기를 할까. 이미 갖고 있는 회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는데 다른 회사를 세워서 일감을 몰아주는 이유가 뭘까. 가장 큰 목적은 후세에게 재산 상속을 원활히 하기 위함이다. 법에 정해진 대로 하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편법을 쓰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경영 성적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와 공동으로 ‘30대 그룹 35세 이하 오너 일가의 지분 현황’을 조사했다. 30대 그룹의 35세 이하 지분 현황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벌가가 왜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지,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회사의 지분 현황은 어떤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예상대로 20~30대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가 많고, 이들 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등의 방법으로 손쉽게 많은 매출을 올려 회사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일러스트 윤세호
재벌들이 일감 몰아주는 이유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35세 이하 오너 일가는 모두 94명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은 곳은 GS그룹이다. 무려 20명이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은 15명, 영풍은 13명이었으며 LG에서 분가한 LS그룹은 10명이 주식을 갖고 있다. 30대 그룹 중 35세 이하 주식 부호가 있는 곳은 14개 그룹이었고, 이를 주식 평가액으로 따지면 1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 정도면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는 옛말이 무색해진다. 최근에는 돌을 갓 지난 아이가 억대 주식 부자인 경우가 흔하다. 이는 선행 학습에서 비롯된다. 재계의 롤 모델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1995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60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중 세금 16억원을 내고 남은 돈을 종잣돈으로 삼아 현재 주식 평가액 1조2000억원이 넘는 주식 부자가 됐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가장 세금을 적게 내고 대부호가 된 것이다. 그의 재산 고속 증식에는 비상장 계열사인 에버랜드·삼성SDS·서울통신기술이 동원됐고 이 성공담은 곧바로 다른 재벌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3세 경영자인 정의선 부회장의 재산 고속 증식로로 비상장 건설사인 현대엠코를 택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출발은 늦었지만 이재용 부회장을 능가하는 2조원대의 주식 부자가 됐다.

두 사례를 거치면서 새로 만든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후세의 재산을 고속 증식시키는 재벌가의 꼼수는 여론의 난타를 당했지만 여타 대기업의 재산 상속 준거 틀이 됐다.

   
비상장 계열사는 고속 재산 증식 통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동관(31)·동원(29)·동선(25) 등 아들 3형제의 ‘고속 재산 증식기’로 한화에스앤씨를 동원했다. 2001년 세워진 시스템 통합업체인 한화에스앤씨는 자본금 250억원에 순이익은 2011년 420억원, 2012년 679억원을 올렸다. 이 회사가 처음부터 이런 실적을 거둔 것은 아니다. 한화(66.67%)와 김승연 회장(33.33%)이 대주주였을 때인 2004년 한 해에 40여 억원의 적자를 낸 별 볼 일 없는 회사였다. 하지만 2005년 주주가 김 회장 아들 3형제로 바뀐 뒤 39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회사가 완전히 변모했다. 이후 한화에스앤씨는 순이익만 놓고 보면 최고의 우량회사가 됐다. 한화에스앤씨에 대한 투자 성공으로 김씨 3형제는 이번 조사에서 35세 이하 주식 부자 순위 2위에 올랐다. 이들 3형제의 주식 평가액은 5178억원. 이 중 한화에스앤씨의 평가액이 3354억원에 달한다. 이들 형제가 삼성·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이 주식을 팔아 한화 주요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면 한화의 재산 승계는 마무리된다.

3세 경영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 경후씨(29)와 장남 선호씨(24)도 비상장 계열사에 개인 지분이 많다. 선호씨는 CNI파워캐스트(24%)와 CNI레저산업(37.89%) 주식을 갖고 있다. 경후씨도 두 회사 주식을 각각 12%, 20% 보유하고 있다.

이보다는 덜 직접적이고 더 오랜 기간에 걸쳐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재산 승계를 하는 재벌가도 있다. GS그룹과 LG그룹이 대표적이다. 구씨와 허씨가 함께 창업한 옛 LG는 오너 일가의 남자 형제가 많고, 이들이 3대에 이르기까지 함께 경영하면서 지분 구조가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구씨가와 허씨가의 동행은 지난 2005년 GS가 독립하면서 끝났다. GS가의 비조는 구인회 LG그룹 창업 회장과 동업 관계였던 고 허만정씨다. 그는 슬하에 8형제를 뒀다. 이 중 3남인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형제는 일찌감치 LG그룹을 벗어나 자신의 회사를 세웠다. LG의 울타리 안에 남아 있던 허창수 GS 회장(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장남)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차남)은 2005년 GS건설과 GS칼텍스를 중심으로 LG그룹에서 분가했다. GS그룹은 먼저 LG를 떠나 독립한 형제들 회사와 다시 결합하면서 순식간에 10대 그룹에 들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GS그룹의 뿌리를 보면 허만정씨가 1대, 구자 돌림이 2대, 수자 돌림이 3대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수자 돌림 3세 경영진이 GS그룹 경영권을 쥐고 있다. 이들의 자녀는 홍자 돌림으로, 대개 30대 중·후반이거나 20대이고 그 아래도 더러 있다. 홍자 돌림의 4세대 중에는 지주회사 주주로 이름을 올린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더 많이 나눠 갖고 있다.

50여 명의 허씨 일가가 80여 개의 GS 계열사를 지배하는 방식은 얼핏 복잡한 것 같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정교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의 불필요한 재산 분쟁을 차단하고 재산 승계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일감 몰아주기의 오래된 뿌리

GS그룹은 우애를 해칠 수 있는 특정인의 지분 독식을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그룹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4세 그룹 중 가장 많은 지분(평가액 410억원)을 갖고 있는 허석홍씨는 LG나 GS 경영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듯이 보였던 허완구 승산 회장의 손자다.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윤홍씨의 지분 평가액은 234억원으로 4세대 중 중간 정도다.

허창수 회장은 지주회사인 GS의 주식 4.75%를 보유하고 있는데, 허씨 일가 중 개인 지분으로는 최대다. 하지만 허씨 집안의 양대 세력으로 GS칼텍스에 사실상의 오너십을 행사하고 있는 허정구계의 허남각·허동수·허광수 형제 지분은 8%다. 특정인의 독점 없이 세력 균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GS는 3세대인 허창수 회장이 한창 활동 중임에도 4세대(홍자 돌림) 재산 상속에 힘쓰고 있다. 특히 지주회사 GS홀딩스에 편입되지 않은 비상장 회사인 시스템 통합회사 GS ITM, 위너셋(옛 곤지암리조트), 통신설비 관리업체인 엔씨타스, 물류업체인 STS로지스틱스 등이 4세대를 위한 재산 증식 인큐베이터로 활용되는 듯하다.

엔씨타스에는 허창수 회장의 동생들인 허진수 부회장과 허명수 사장, 허태수 사장 자녀들이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GS ITM에는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윤홍씨와 허정구가의 준홍씨(허남각 회장 아들)와 서홍씨(허광수 회장 아들) 그리고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손자 허선홍씨가 주요 주주로 돼 있다. GS의 오너 그룹을 대표하는 사촌들이 골고루 주식을 나눠 갖고 있는 것이다. 이들 회사는 주로 GS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내부 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GS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방식도 지분 관계가 복잡할 뿐 다른 재벌과 다를 게 없다. 다만 어느 한 집안이 아니라 여러 친인척이 지분 구조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재산 증식을 고속으로 진행하지는 못하지만 주주가 많은 만큼 여론의 타깃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식의 이익 공동체 성격은 5세 체제를 준비 중인 두산그룹에서도 잘 나타난다. 4세대 그룹 외손에게까지 계열사 지분을 골고루 나눠준 두산 일가는 4세대 좌장 격인 박정원 (주)두산 지주부문 회장(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의 자녀인 상민양과 상수군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늘리고 있다. 상민양과 상수군은 5세대 중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두산가의 35세 이하 오너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은 박용만 회장의 차남인 재원씨(29)다. 재원씨는 4세대에 속하는 인물로 그가 갖고 있는 지분 평가액은 5세대보다 동그라미 하나가 더 붙는다.

   
뛰는 정부 위에 나는 기업

재벌가의 젊은 상속자들은 주로 비상장 기업을 통해 지분 참여를 하고 있다. 상장사의 지분 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대다수 재벌가에서는 오너 일가가 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주식시장에서 매입하거나 세금 내고 증여받는 방식을 피하고 있다. 대신 비상장 계열사를 활용한 부의 축적에 관심이 많다. CEO스코어의 박주근 대표는 “기존 조사가 상장 기업 위주로 진행된 데 반해 이번 조사는 비상장 기업을 포함시키고, 35세 이하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했기에 재벌가의 재산 재편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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