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진단하고 수술 없이 암세포 제거한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05.07 1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대 질환 희망 보고서 ① 위암
요즘은 복강경 수술이 대세…항암제 병행하면 효과

눈부신 의학의 발전에도 인간은 여전히 질병에 시달린다. 특히 암과 만성질환의 공포가 심하다. 이런 질환을 정복하는 일은 인류의 꿈이다. 완치는 아니더라도 현재보다 진보한 치료법이 나오면 환자가 겪는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시사저널>은 10회에 걸쳐 5대 암(위암·폐암·대장암·간암·유방암)과 5대 만성질환(당뇨·뇌혈관질환·간질환·고혈압·심장질환) 등 10대 주요 질병의 미래를 전망한다. 뜬구름 잡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중심으로 희망 보고서를 마련했다. 그 첫 번째는 한국의 치료 성과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위암이다.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발생하는 20만명의 암 환자 가운데 3만명(15%)은 위암에 걸린 사람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보면 남성과 여성이 걸리는 암 순위에서 각각 1위와 4위를 위암이 차지했다. 남성 암 환자 10명 중 2명, 여성 암 환자 10명 중 1명꼴이다.

위암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뾰족한 예방법도 없다. 이런 이유로 위암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대세다. 위암 치료는 수술이 기본이다.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요법은 보조 치료법이다. 독일 의사가 1881년 복부를 절개하고 위암을 제거하는 방법(개복 수술)을 개발했다. 명치에서 배꼽까지 절개하므로 시야가 좋고, 의사가 특정 부위를 만지고 보면서 수술하므로 치료 효과가 확실하고 안전하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위암 치료법이다. 그러나 절개 부위가 커서 환자가 수술 후 심한 통증을 느낀다. 위장과 연결된 혈관이 터지는 출혈 위험도 있고, 암을 제거한 부위를 접합한 곳이 아물지 않아 터지는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이런 단점을 개선한 치료법이 복강경 수술이다. 배꼽 주변에 2~10mm의 작은 구멍 5개를 뚫고 긴 젓가락 모양의 수술 기구를 넣는다. 기구 끝에 달린 카메라는 위장 속 영상을 외부 모니터로 보낸다. 의사는 그 영상을 보면서 수술 기구를 움직이며 수술한다. 배를 절개하지 않으므로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개복 수술만큼 치료 효과가 높은 데다 흉터가 작아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 덜하고 수술 후 회복도 빠른 편이다. 환자는 수술 후 일주일 이내에 퇴원할 수 있다.

이 수술은 많이 진행된 암(진행성 암)보다 조기 위암에 적합하다. 요즘은 정기 건강검진으로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많아 이 수술을 선호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위암 가운데 조기 위암은 20년 전 10%에서 현재 70%로 증가했다. 하지만 진행성 위암에 대해서는 치료 효과가 미흡하다. 따라서 의사들은 진행성 위암도 이 수술로 치료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3차원 복강경이다. 기존에는 TV처럼 2차원 영상이어서 의사가 실제 장기의 깊이 등을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3차원 복강경이 한국에서도 개발돼 수술 효과가 좋아질 전망이다.

또 배에 뚫는 구멍 수를 현재 5개에서 3개 이하로 줄이는 방법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구멍 크기도 5mm에서 2.5mm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술 구멍의 수와 크기를 줄임으로써 환자가 받는 신체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시도다. 국립암센터 암정복추진기획단의 김영우 위암연구과장은 “2008년에 조사해보니 정상인의 건강 상태를 100이라고 하면 개복 수술 환자는 -25였지만 복강경 수술 환자는 -15로 나타났다”며 “뿐만 아니라 환자의 정신적 안정성 면에서도 복강경 수술이 우수한 편”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위장·림프절 작게 잘라내는 연구 활발

암세포를 제거할 때 주변 조직을 넓게 잘라낸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암세포가 주변에 퍼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 장기를 많이 잘라낼수록 환자의 삶의 질은 떨어진다. 위암을 제거하기 위해 위장을 잘라내고 식도와 십이지장을 연결한다. 십이지장이 위장 역할을 하므로 환자가 식사를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영양 흡수 기능이 떨어지거나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오는 역류 증세 등 후유증이 염려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최근 활발하다. 즉, 위를 어느 정도 잘라내더라도 기능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런 시도 중 ‘유문’을 살리는 수술이 대표적이다. 유문은 위와 십이지장의 경계 부위의 괄약근이다. 위로 음식물이 들어오면 유문이 닫혀 음식물을 일정 시간 동안 위에 머무르게 한다. 음식물이 걸쭉한 죽처럼 되면 유문이 열리면서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위암 수술로 유문까지 제거하면 음식물이 바로 십이지장이나 소장으로 내려간다. 이때 십이지장과 소장이 놀라는 증상(덤핑증후군)이 식후 20분에서 길게는 2~3시간 지속된다. 가슴이 벌렁거리고 맥박이 빨라지고 두통과 복통이 생긴다. 토하거나 설사, 어지럼증도 나타난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 유문을 보존하는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이 치료 효과가 좋게 나타나면 가까운 미래에 위장을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법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환자로서는 반길 일이다.

치료 방법에서 또 다른 이슈는 림프절이다. 1~20mm 크기의 림프절은 면역기관의 일종으로 온몸에 퍼져 있다. 위장 주변에도 림프절이 있는데, 위암 세포가 림프관을 통해 나가다가 그곳에 걸린다. 따라서 위암 수술을 하면 위장 주변 림프절을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에서 림프절을 제거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림프절 최고 전문가인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위암 수술을 할 때 췌장 부근 림프절도 제거하는데, 자칫 췌장 등 다른 장기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최근 림프절을 제거하지 않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림프절을 떼어내도 환자에게 큰 후유증은 없다. 그럼에도 림프절을 남겨두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우 국립암센터 위암연구과장은 “림프절을 많이 떼어낼수록 생존율이 높으면 모르겠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림프절로 암세포가 전이되지 않았을 때 림프절을 떼어내지 않는 편이 사고 예방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1880명을 대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시험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8~10년 이내에 일부 림프절을 보존하는 위암 수술법이 널리 퍼질 수 있다.

10년 안에 위암 진단·치료법에 큰 변화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암의 크기가 2~3cm로 작을 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또 암이 위 점막을 깊숙이 파고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이 정도면 수술하지 않고 위 내시경만으로 암을 도려낼 수 있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으므로 마취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없다. 치료 후 환자가 느끼는 통증도 거의 없다. 치료 시간도 30~60분 정도로 짧다. 무엇보다 위장을 그대로 보존하므로 수술 후의 후유증이나 부작용 걱정을 덜 수 있다. 다만 진행성 위암에서는 이 치료법이 적합하지 않다. 때문에 위 내시경만으로 진행성 위암을 치료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그 전 단계로 나온 방법은 내시경과 복강경을 동시에 사용하는 치료법(하이브리드 노츠)이다. 한마디로, 눈으로 위암 부위를 보면서 위장과 림프절을 되도록 적게 제거하는 방법이다.

위암 치료에 로봇 수술도 한몫한다. 의사의 손 떨림을 자동으로 막아주므로 복강경 수술보다 섬세하다. 그러나 최근 로봇 프로그램의 오작동이 발생하면서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했다. 수술 로봇은 앞으로 계속 발전하면서 위암 수술 분야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과거 ‘항암제는 위암에 효과가 있다, 없다’로 논란이 많았다.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된 위암에 항암 요법을 쓴다. 우연히 항암제 효과가 나타나 암세포 크기가 작아지면 수술로 제거한다. 물론 항암제를 사용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있다. 유럽에서는 수술 전후에 항암 요법을 쓴다. 수술 전에 암 크기를 줄이고, 수술 후에는 작은 암세포를 박멸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항암제 효과 논란에 방점을 찍는 연구 결과가 2011년 한국에서 나왔다. 한국의 21개 병원과 중국의 16개 병원이 참여한 연구를 이끈 방영주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위암 수술 후 항암제를 사용하면 2~3기 위암 환자의 수술 후 3년 생존율이 74%로 높아진다는 결론을 얻었다. 수술 후 항암제를 투여하지 않은 환자의 3년 생존율은 60%였다. 이 결과는 세계적인 의학저널(<란셋>)에 실려 세계 의학계를 놀라게 했다. 앞으로 이 치료법은 세계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휴대전화만 한 혈당측정기처럼 한 방울의 피로 암 여부를 알 수는 없을까. 실제로 이런 목표를 둔 연구가 국내에서 진행됐다. 혈액의 수억 개 혈구 중에서 10개 이하의 암세포를 분리하는 마이크로칩이 의대와 공대의 공동 연구로 개발됐다. 이 칩에 혈액을 떨어뜨리면 20여 분 만에 암세포가 있는지, 그리고 어떤 암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위 내시경이나 CT(컴퓨터 단층촬영) 등 첨단 진단기기를 총동원해도 위암 진단 정확도는 80%다. 이 마이크로칩이 상용화되면 정확도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임상시험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어 있다. 김승일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현재 임상시험 중이고 3년 후쯤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상용화도 가능할 것”이라며 “혈액 속에서 암세포 수의 증감을 알 수 있으므로 특정 항암제가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는 것도 이 칩의 또 다른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짠 음식과 헬리코박터 균 피해야

10년 이내에 위암 진단과 치료에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위암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위암 위험 요인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예방책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짠 음식을 피하는 것이다. 나트륨은 위장을 자극하므로 위장의 정상세포가 변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짠 음식을 먹는 사람은 싱겁게 먹는 사람보다 위암에 걸릴 위험이 4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나트륨 권장량을 5g 이하로 잡았다. 한국인의 나트륨 하루 섭취량은 20g에서 최근 13g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WHO 권장량의 2배를 넘는다. 특히 어릴 때의 식습관은 성인이 돼서도 잘 고쳐지지 않으므로 청소년 이전부터 짠 음식을 멀리하는 식습관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위암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둘째는 헬리코박터 균을 제거하는 것이다. 헬리코박터 균이 위암을 일으킨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그러나 위암 환자의 90%에서 헬리코박터 균이 검출된 이상 연관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WHO는 1994년 이 균을 발암인자로 규정했다. 헬리코박터 균은 일주일 정도 약을 먹으면 80% 이상 없앨 수 있다.

셋째는 위 내시경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위 내시경으로 헬리코박터 균도 확인할 수 있고 위의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위암은 증상이 없다. 조기 위암의 80%는 증상이 없으며, 진행성 위암도 체중 감소와 복통·구토 등 일반적인 증상만 보인다. 국립암센터와 대한위암학회는 40대 이후부터 2년마다 위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두통을 알약 한 개로 해결하듯이 위암도 수술 없이 약으로 치료할 날이 올까?

현재까지의 의학 수준으로는 아쉽게도 요원해 보인다. 약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암처럼 환부가 있는 질환은 약만으로는 치료가 힘들 것 같다. 만성 골수 백혈병은 글리벡이라는 약으로 치료한다. 이는 한 개의 유전자 이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위암은 여러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킨 현상이다. 즉, 원인이 복합적이어서 약으로 치료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수술 후 항암제 투여를 병행하면 위암 치료 효과가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할 시점은 언제쯤일까?

그것과 관련된 연구 결과를 7월 세계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미리 밝힐 수는 없지만, 수술 후 항암 치료를 하면 환자 생존율이 10% 이상 상승한다. 수술 후 항암 치료 병행으로 전체 위암 환자 가운데 10~15%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진행성 위암도 상당 부분 완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짧으면 2~3년, 길어도 5년 이내에 일반 환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어떻게 알 수 있나?

그 점이 딜레마다. 그래서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연구가 한창이다. 정상세포가 암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분명히 단백질이 관여하므로 이를 차단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10년 이내에 어떤 식으로든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복 수술·복강경 수술·로봇 수술 등 치료 방법이 많은데, 환자는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

장단점이 있다. 개복 수술은 안전하고 치료가 확실하지만, 환자가 느끼는 고통이 심한 편이다. 복강경과 로봇으로 그 고통을 줄일 수는 있지만, 시야가 좁고 수술비가 비싼 것이 단점이다. 중요한 것은 수술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환자가 수술할 의사를 선택할 때는 의사와 충분히 상담해서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먼저 정한 뒤 그 치료법에 맞는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즉, 개복 수술 전문의에게 로봇 수술을 맡기면 아무래도 질이 떨어지지 않겠나.

냉장고 발명 후 미국에서 위암 발병률이 감소했는데 실제로 관련이 있는가?

1930~40년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암이 위암이었다. 하지만 냉장고의 등장으로 20년 만에 발병률이 급격히 낮아졌고 현재는 10대 암에 들지도 않을 정도로 위암 환자가 없다. 이 때문에 신선한 음식이 위암 발생을 줄인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에서도 냉장고를 사용하지만 위암 발생이 줄어들지 않았다. 냉장고, 즉 신선한 음식과 위암 발생 사이에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한 시점이다.

짠 음식과 헬리코박터 균 등 환경적 요인이 위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전적 요인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연구 진행 정도는 어떤가?

위암에는 환경적 요인이 유전적 요인보다 2배 정도 많다. 상대적으로 중요성은 떨어지지만 유전적 요인도 위암의 원인임에 틀림없다. 위장 점막세포가 조기 위암으로 변하는 데 4~18년 정도 걸린다. 또 조기 위암이 진행성 위암으로 바뀌는 데 약 4년이 걸린다. 이렇게 변하는 과정에서 유전자가 어떤 식으로든 관여했을 것으로 본다. 어떤 유전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국내외적으로 진행 중이다. 한 예로, 세포와 세포를 연결하는 유전자(이-케드헤린)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위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는 뉴질랜드 마오리족을 대상으로 한 결과여서 한국인에게도 적용될지는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위암 치료 성과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선 배경은 무엇인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일본을 제치고 위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다. 그만큼 위암 환자를 치료하는 기술이 축적돼서 치료 성과가 급속도로 발전했다. 한국 의사들의 손기술이 좋아서 수술 로봇을 다루는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미국에서 로봇을 만들었지만 그 로봇으로 수술하는 법은 한국에서 만들었을 정도다. 세계 최고 암센터로 꼽히는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의 수술 후 사망률이 2%인데, 한국의 수술 후 사망률은 0.5% 정도다. 이런 까닭에 일본·미국 등 의료 선진국 의사들이 위암 치료나 연구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의료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일본이 유독 위암 분야에서 한국에 뒤진 까닭은 무엇인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가 일본에서 치료법을 배워왔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역전되기 시작했다. 일본도 위암 환자가 많지만,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잘 응하지 않아 의술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위암이 한국처럼 많지 않아 치료 기술이 축적되지 않았다. 중국도 위암이 흔한 나라이지만, 인구가 워낙 많고 지역이 넓어서 추적 관리·검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