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공무원 연금 여론 험악해지면 소용돌이 휘몰아칠 것”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05.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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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시절 연금 개혁 나섰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주장했다. 참여정부에서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직접 칼을 빼들어 국민연금을 수술대에 올린 주인공이다.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완강한 반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올해 2월 정계 은퇴를 선언한 후 야인으로 돌아간 유 전 장관과 5월10일 오전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공무원 연금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7년 8월23일 유시민 당시 대선 예비 후보가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공무원연금 개혁이 왜 필요한가?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기여와 급여 사이에 격차가 커 계속 손을 보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은 이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크다. 이미 기금도 고갈돼 해마다 몇 조원씩 정부 예산이 들어간다. 공무원 일자리가 민간 일자리에 비해 처우가 아주 나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래서 국민 불만이 많다. 공직 사회와 국민 사이에 정서적인 갈등이 계속 확대·심화되면 공무원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타고 급진적이고 과격한 개혁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때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어떤 논의가 있었나?

공무원연금 개혁은 실행이 안 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민연금 개혁과 맞물려 있었다. 어느 하나가 되면 다른 하나도 쉽지 않겠나 했다. 그래서 복지부 소관인 국민연금을 처리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생각하셨다. 국민연금도 하고 공무원연금도 하자. 그런데 임기 말에 동력이 많이 떨어진 데다 주무 장관인 박명재 행정자치부(현 안전행정부)장관이 별로 할 생각을 갖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조금 손을 댔는데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은데 왜 그렇다고 보나?

공무원들이 하기 싫어하니까 어려운 것이다. 공무원은 매우 잘 조직된 세력이다. 국가 운영도 공무원의 협력 없이는 하기 힘들다. 개혁을 하자는 것은 기본적으로 급여를 깎자는 것인데, 공무원들은 자기 밥그릇 놓치기를 싫어한다. 필사적으로 반대한다. 하지만 적자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이고 정부 부담도 그만큼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국민 여론은 험악해질 것이다.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서 엄청난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수 있다.

바람직한 공무원연금 개혁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에 있을 때 행정자치부(행자부)에 계속 독촉했다. 행자부에서 안 하면 국회로 돌아가 의원 입법이라도 낼 것이라고 했다. 실제 장관직을 마친 후 바로 법안을 냈다. 몇 년간 연구했던 내용이다. 우선 과거 공무원이 박봉이었던 것은 사실인 만큼 이 부분은 인정해줘야 한다. 박봉인데도 공무원을 지망할 때는 직업적 안정성과 더불어 연금에 대한 매력이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존의 기득권은 인정하되 새로운 기득권이 쌓이는 것은 막아야 한다. 법 개정 이전까지의 연금 산정은 현행대로 하고, 개정 이후 부분은 국민연금과 최대한 맞추고, 신규 임용의 경우 국민연금과 같이 가는 것이다. 예전 박봉 시절의 상황을 전제로 만들어진 공무원연금의 기여와 급여 시스템은 유지할 필요가 없다. 국민연금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단기적으로는 연금 지급에 들어가는 정부 출연금이 늘어나지만, 장기적으로 줄어들어 2060년에는 국민연금과 같아진다.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은 어떻게 됐나?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행정자치위 소속 의원들은 욕먹기 싫다는 입장이었다. 직접 가서 상정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상정이 안 돼 결국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보통 국회 임기가 만료돼 폐기된 법안의 경우 다음 국회에서 다른 의원이 다시 상정하는데, 이 법안은 18대 국회에서 누구도 꺼내지 않았다. 완전히 사망해 땅에 묻힌 법이 됐다. 법안을 발의할 때부터 잘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문제를 얘기하는 게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공무원연금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복지부장관으로 있을 때 공무원노조와 대화하려고 했다. 한번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대화가 전혀 안 됐다. 사람은 누구든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의 노후가 불안해지는 것을 원할 사람은 없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국민은 다수이고 공무원은 소수다. 아무리 잘 조직되어 있다고 해도 소수가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수인 국민이 묵과할 수 없게 되면 기득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혁신을 맞게 된다. 필연적이다. 공무원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 스스로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해법을 강구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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