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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 일 없어 발 동동 구르는데 그들은 자리싸움에 날 샌다

현대차 노조 주말특근 거부로 협력업체 피해 눈덩이…9월 집행부 선거 앞두고 선명성 경쟁

울산·조현주 기자 ㅣ cho@sisapress.com | 승인 2013.05.14(Tue) 17: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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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가 두 달을 넘기며 턱없이 얇아진 급여 봉투로 가장 노릇도 못 하고 있다. 주말특근은 우리에게 생존권이 걸린 심각한 문제다. 일하게 해달라.”

5월8일 오후 3시 무렵, 현대자동차 울산 4공장 정문 앞에서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주말특근 재개를 바라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현대차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가 3월부터 5월 첫 주까지 9주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근 차질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1, 2차 부품협력사 수는 어림잡아 3800여 곳.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3월1일 주간 연속 2교대제가 도입된 이후 사측과 주말특근 근무 형태와 임금 산정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주말특근을 거부해왔다. 현대차 노사는 4월26일 울산공장에서 제15차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주말특근을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3월부터 두 달 동안 10여 차례 진행된 협상 끝에 이룬 성과였다.

   
5월8일 현대자동차 1·2차 부품협력업체 직원 90여 명이 울산공장 4정문에서 현대차 노조원들에게 주말특근 재개를 바라는 호소문을 나눠주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1·2차 부품협력업체 직원이 주말특근 재개를 바라는 호소문을 들고 있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현대차 노조, 3월부터 주말특근 거부

이 자리에서 윤갑한 현대차 사장과 문용문 노조 지부장은 기존 휴일 특근 방식이던 밤샘특근을 없애고, 연속 2교대제가 도입된 평일처럼 주말에도 1조 8시간, 2조 9시간 형태(8+9)로 근무하는 안에 합의했다. 노조는 휴일특근 수당으로 46만원을 요구했는데, 사측은 이의 96.2%에 해당하는 44만9965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노조 내 현장 조직들이 문 지부장의 ‘직권 조인’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결국 합의는 무산됐다. 울산공장 내 각 공장 노조 대표(사업부 대표)는 이날 즉각 합의 내용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시사저널> 취재진이 울산공장 현장을 방문했던 8일에도 현대차 노조 내 승용 1~5개 공장 사업부 대표가 특근 재개 합의를 반대하는 대자보를 현대차 문화회관 내 게시판에 걸었다.

이들 대표단은 대자보를 통해 “사업부 대표 모두가 교섭장을 비운 사이 문용문 지부장(노조 집행부)이 독단적으로 회사측과 주말특근 재개에 합의했다”며 “이는 지부장의 직권 조인에 해당하므로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예정된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기존 주말특근 노사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주말특근에 대한 거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반발에 노조 집행부는 난감해하고 있다. 특근 재개 합의가 3월부터 두 달 가까이 진행된 협의를 통해 이뤄진 결과임에도 노조 내 현장 조직들이 이를 ‘독단적 결정’이라고 규정해서다. 현대차 노조의 권오일 대외협력실장은 “문용문 지부장이 사측에 특근 관련 요구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공장) 대표들이 교섭장을 빠져나가면서 생긴 일”이라며 “두 달 동안 노사 협의가 진행된 후 집행부 차원에서 내린 결정을 직권 조인이라고 하는 것은 용어 선택부터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주말특근을 거부하고 있는 표면적인 이유는 ‘특근 수당’과 ‘노동 강도’다. 평일과 같은 주간 연속 2교대제가 시행되면 기존의 주말특근 때보다 노동 강도가 더 세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노조 집행부와 현장 조직들이 오는 9월에 예정된 지부장 선거를 염두에 둔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대차 노조 지부장 선거는 2년에 한 번씩 열리는데, 선거철이 되면 주요 현장 조직 사이에 ‘선명성’을 내세우는 정쟁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부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현장 조직들이 과다한 요구를 한 뒤 성과를 내서 이를 선거에까지 연결시키려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 조직들이) 회사와 노조가 이미 합의한 것을 파기하고 재협상을 하라고 하면 집행부는 무너지는 셈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현장 조직이 유권자인 조합원들을 상대로 강성 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해 ‘특근 재개 반대’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노노 갈등’이 불거지는 데 대해 조합원들 사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의원 출신인 한 조합원은 “사측에서는 특근이 의무도 아닌데 그동안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 작업을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특근 문제로 노사가 아닌 노노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는 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현장 활동가들이 장시간 노동 문제나, 기본급 강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특근’에만 매달리는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주말특근 거부로 6만3000대 생산 차질

사측 역시 ‘노노 갈등’이 편치 않다. 9주 넘게 이어지는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로 피해 규모가 이미 1조원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9일 토요일 이후 5월4일까지 9차례에 걸친 주말특근 거부로 인해 총 6만3000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1조3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 계속 생산 차질을 누적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최근에는 해외 공장에서 이를 만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 공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최근 현대차 국내 공장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표적 생산성 지표인 편성효율의 경우, 국내 공장은 53.4에 불과하지만 다른 해외공장은 모두 80을 넘어섰다”며 “특근 거부 또한 국내 공장의 생산성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성효율이란, 조립 라인을 기준으로 적정 표준 인원 대비 실제 투입된 인원수의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편성효율이 53.4이라면 53.4명이 일해야 하는 공정에 100명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 경우 46.6명은 불필요한 인원이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공장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편성효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것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 협력업체들 역시 울상이다. 현대차의 생산 차질로 현대차에 납품하는 부품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1, 2차 부품협력사들이 모여 꾸린 ‘현대·기아자동차협력회’의 정기범 부회장(광진상공 대표)은 “부품협력사들은 현대차의 생산에 따라 생존을 유지하는 기업들”이라며 “현대차가 특근을 못 하는 바람에 협력업체 매출이 15%가량 줄었고 직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주말특근 거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안팎에서 터져나오자 노조도 특단의 조치를 찾아 나섰다. 현대차 노조는 5월9일 진행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주말특근’을 주요 안건으로 내세워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일부 대의원은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결국 앞으로 예정된 임단협 협상에서 주말특근에 대해 ‘추가 협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노사 협의안을 부정하고 재협상을 요구한 현장 조직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주말특근 거부는 노조 지부장 선거 전초전?

현대차 노조의 권오일 대외협력실장은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특근 추가 협의’에 대한 긴급 동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며 “전면 재협상 시에는 (주말특근 거부가) 8~9월까지 갈 사안이었는데 특근 재개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추가 협의는 기존 노사 협의안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임단협에서 추가로 부족한 부분을 협의하는 것이다. 때문에 공장 대표들 또한 노사 협의안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기가 어려워졌다.

특근 거부는 그동안 공장과 생산 부문별로 제각각 이뤄져왔기 때문에 재개 시기는 조금씩 달라질 전망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는 앞으로 확대운영위 회의를 열어 특근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노조 집행부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주말특근에 대해 ‘추가 협의’로 잠정 결론을 내린 만큼, 조만간 주말특근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말특근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해왔던 1~5공장 대표단은 이에 대해 입장이 갈린다. 대표단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 대표들 사이에 의견을 더 조율하고 있는 중”이라며 “노조 집행부는 여전히 (우리와는) 반대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앞서 현대차 전주공장은 5월9일 버스 라인에 대해서 주말특근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지난 3월부터 휴일특근을 시행해왔고, 5월7일 노사 협의 끝에 5월에도 휴일특근을 시행하기로 재차 합의했다. 

 


노조 집행부도 통제 못하는 현장 조직들 


   
5월8일 울산 현대차 문화회관내 게시판에 붙어있는 현장 조직들 대자보. ⓒ 시사저널 박은숙
“같은 현대라고 하더라도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노조 파워는 하늘과 땅 차이다. 현대중공업은 사업장 단위가 블록화되어 있는 반면, 현대차는 사업장이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는데 이것이 노조 파워의 핵심이라고 보면 된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닌 막강한 힘의 배경에 대한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컨베이어벨트로 길게 이어진 자동차 조립 생산 라인 가운데 어느 한 곳만 멈춰도 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현장 노동자 조직의 힘이 세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차 노조 내에는 이념과 활동 목표에 따라 다양한 현장 조직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활동이 왕성한 주요 현장 조직으로는 현 노조 집행부(문용문 노조위원장 중심)가 소속된 ‘금속연대’와 현장 중심 투쟁을 지향하는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 지난해 임금 협상 문제로 노조 집행부와 갈등을 빚은 ‘민주현장’, 현장 조직 가운데 조직원의 수가 가장 많은 ‘현장노동자’ 등이 있다.

‘현장노동자’는 지난 2월 기존에 활동했던 ‘현장혁신연대’와 ‘전진하는 현장 노동자회(전현노)’가 통합해 결성됐는데, 현대차 노조 안에서는 유일하게 좌파 성향이 아닌 실리주의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두 거대 조직 간 통합은 오는 9월 노조를 이끌어갈 지부장 선거를 겨냥해 조직력을 모으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장 조직 각각의 힘이 노조 집행부에 버금갈 정도로 세기 때문에 종종 기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또 이해관계에 따라 조직 간 연대와 갈등 구조가 복잡하게 얽히기도 한다. 2011년 노조 지부장 선거 당시 문 지부장이 속한 ‘금속연대’와 연합 집행부를 구성했던 ‘민주현장’은 지난해 임금 협상이 진행될 때 노조 집행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 ‘민주현장’이 노조측 교섭위원들의 교섭장 출입을 반나절 이상 봉쇄하는 일이 벌어졌을 정도다.

   
노조 집행부가 현장 조직들을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주요 7개 조직 외에도 간헐적으로 활동하는 조직의 수가 셀 수 없을 정도”라며 “직무와 직군이 다양해 요구 사항도 제각각이고, 집행부가 모든 상황을 제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제기된) 현장 조직들의 모든 요구안을 합치면 그 규모가 7조원대에 이른다. 집행부로서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노노 갈등’으로 비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노조 역사 26년 중 무분규는 ‘단 3년’  


노사 간 갈등의 역사는 깊지만 그 양상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현대차 노조가 설립된 시기는 1987년이다. 노조가 설립될 때부터 시작된 파업은 2013년 현재까지 주로 임금 협상이나 성과급과 관련된 것이 큰 이슈다.

역대 노조 집행부 가운데 파업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가장 컸을 때는 2002년 이헌구 노조위원장이 들어선 시기였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임단협과 관련한 파업이 38일간 이어졌고, 이로 인해 빚어진 생산 차질 규모는 18만9000여 대(당시 2조5738억원)에 이른다.

불과 하루나 이틀만 공장이 멈춰도 피해 규모는 상당하다. 가령 지난 2007년 6월 현대차 노조는 한·미 FTA 체결을 저지하기 위한 파업을 이틀 동안 벌였는데, 이로 인해 4900여 대(690억원 규모)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물론 무분규 시절도 있었다. 합리·중도 성향으로 알려진 이경훈 노조 집행부 체제(2009~11년)에서만 유일하게 파업이 없었다. 이후 지난해 들어선 현 문용문 지부장 체제에서는 20일간의 파업이 있었고, 현재도 주말특근으로 노사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강성으로 알려진 문 지부장 체제가 들어서자마자 다시 노사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노사) 협상이 끝나면 분위기가 괜찮았는데 이제는 1년 내내 (갈등 상황이)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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